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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앳된 다큐멘터리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김도훈 2008-09-17

아일랜드 여행충동 지수 ★★ 아일랜드 민속음악 CD지름 지수 ★★★ 다큐멘터리 절정 지수 ★★

아일랜드의 스테레오 타입은 ‘구슬픈 음악의 나라’다. 대니 보이를 닮은 목동들의 피리 소리가 산골짝마다 울려퍼지는 나라. 시네드 오코너, 보노, 크렌베리즈,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떨리는 목청으로 슬픔을 토해내는 나라. 대서양 북단의 섬나라에는 음악가들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한국 인디 밴드 ‘두 번째 달, 바드’(이하 ‘바드’)가 아일랜드로 떠난 것도 그 때문이다. 바드는 에스닉 퓨전 밴드 ‘두 번째 달’의 멤버들이 만든 5인조 아이리시 음악 프로젝트 밴드다. 아일랜드 전통 음악에 매료된 그들은 2007년 여름 감독 임진평(<귀신 이야기>)과 함께 아일랜드로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그들은 낯선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민속음악 축제에 참가해서 상을 받고 때로는 길 모퉁이에서 길거리 연주로 돈을 모은다.

<두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는 소박하고 앳된 다큐멘터리다. 돈 없는 젊은 음악가들이 낯선 땅에서 익숙한 음율을 깨달아가는 과정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청명해진다. 그러나 <두개의…>가 다큐멘터리로서 충분한 효력을 발휘하는 작품은 아니다. 예산과 기술의 부족 때문은 아니다. 이상하게도 카메라는 멤버 개개인의 일상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며 멤버들 역시 끝까지 카메라에 익숙해지지 못한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도 여행이 바드 멤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내레이션이나 자막의 도움 없이는 도무지 알 수 없다. 게다가 감독이 홀로 북아일랜드를 찾아간 뒤 한국과 아일랜드의 고통과 전통을 엮어보려 애쓰는 순간, 영화는 방송사가 기획한 해외 역사 스페셜처럼 고루해진다. <두개의…>는 63분 안에 담기지 못하고 삭제된 장면들을 더욱 간절히 원하게 만든다.

오히려 영화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우연한 만남과 허허실실한 카메라에 의해 창조된다. 같은 호스텔에 묵고 있던 한 아일랜드 청년이 바드의 기타리스트에게 밥 딜런을 아냐고 묻는다. 기타리스트가 딜런의 <All Along The Watch Tower>를 연주하기 시작하자 청년은 바지와 셔츠를 차례차례 입으며 근사하게 열창을 한다. 그 짧은 장면이야말로 <두개의…>가 다큐멘터리로서 진정한 절정에 도달하는 순간이다.

Tip/ 임진평 감독은 이미 <두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라는 동명의 여행기를 출간했다. 63분짜리 다큐멘터리가 영 성에 차지 않는 관객이라면 강력하게 권한다. 좀더 구체적인 밴드 멤버들의 여정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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