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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봅시다] 속전속결 이혼은 NO! 장수 드라마는 OK!
장영엽 2008-09-25

극장판까지 탄생시킨 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3가지 매력 포인트

벌써 9년이다. 1999년 10월22일 밤 스타트를 끊었던 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하 <사랑과 전쟁>)은 어느덧 450회를 훌쩍 넘긴 장수 프로그램이 되었다. 시청자의 제보를 토대로 ‘부부를 이혼에 이르게 하는 모든 것’들을 가감없이 이야기하는 이 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일까. 극장판 <사랑과 전쟁:열두 번째 남자>의 토대가 된 드라마의 세 가지 매력을 짚어보았다.

1.시청자는 드라마의 힘! ‘이혼찬반투표제’

“아니 저 사람들,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매주 금요일 밤, <사랑과 전쟁>의 홈페이지는 시청자가 올린 글로 가득하다. 여느 드라마의 결말까지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시청자인데, 에피소드마다 속시원한 결론을 내놓지 않으니 할 말이 많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결론이 없는 대신 홈페이지의 ‘이혼찬반투표’를 통해 시청자가 직접 작가의 위치에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강력한 장점이기도 하다. 시청자는 대체적으로 ‘이혼 찬성’에 손을 들어주는 편이지만, 그 차이가 평균 70 대 30으로 생각보다 격차가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압도적인 찬성과 반대를 이끌어낸 에피소드가 있었으니 바로 371화 ‘주인집 아저씨는 벨을 두번 울린다’와 49화의 ‘춤바람’이다. ‘주인집…’은 여자의 재력만 보고 결혼한 남자가 건물에 세들어 사는 아가씨들과 공공연하게 바람을 피우고 다니는 얘기. 방송이 끝난 뒤 인터넷 게시판에는 “울화가 치밀어오른다”(utopia2321),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sonjung22) 등 시청자의 분노 섞인 시청소감이 끊이질 않았고, 이 방송은 99.5%로 최고의 이혼 찬성률을 기록했다. 한편 ‘춤바람’편은 한 남자가 중년의 나이에 춤에 대한 애정을 깨닫고 이에 매진하게 된다는 <쉘 위 댄스>류의 이야기로 88.7%의 이혼 반대라는 동정표를 얻었다.

2.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에요. 억울한 배우들

배우 권혁호(사진 왼쪽).

<사랑과 전쟁>의 배우만큼 입장이 난처한 연기자도 드물 것이다. 리얼리티가 생명인 프로그램의 특성상 깊이 감정이입하는 시청자가 많기 때문이다. 한 토크쇼에 출연했던 <사랑과 전쟁>의 배우 양현태는 “결혼식 사회를 볼 때 하객들이 어제 이혼한 사람 아니냐고 수군대면 긴장하게 된다”고 말한다. 불륜녀를 도맡아 연기한 이시은은 “남편과 지나가도 사람들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배우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이는 다르게 말하면 배우들이 그만큼 연기에 능숙하다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가장 리얼하게, 가장 얄밉게 연기하는 배우는 누구일까. 지난 2007년 400회 특집으로 제작진이 발표한 최고의 바람남과 불륜녀 베스트 통계에 따르면 권혁호와 민지영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권혁호는 수백번 바람을 피우고 40여번 법정을 찾은 <사랑과 전쟁>의 대표적인 카사노바. 민지영도 20~30여번 법정을 찾은 만만찮은 경력의 소유자다. 시청자로부터 가장 많이 동정표를 얻은 사람은 최정원. 불륜남녀들에게 당하는 천사 같은 아내 역할 1위로 뽑혔다. 한편 극장판 <사랑과 전쟁>의 배우들도 순위권에 있다. 남편을 맡은 이정훈은 ‘때로 느끼남, 종종 완소남’ 베스트 3위에, 아내의 베스트 프렌드로 등장해 맞바람을 부추기는 이시은과 불륜녀 배정아는 각각 ‘카멜레온처럼 다양하게 변신하는 여배우’ 부문에서 1위와 3위에 올랐다.

3.언제나 든든한 조정위원회 위원들

조정위원회 신구, 이호재, 정애리

시청자들이 뽑은 <사랑과 전쟁> 최고의 명대사는 “4주 뒤에 뵙겠습니다”였다. 그만큼 드라마에서 조정위원장(판사)과 위원들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9년간 부부들이 법원에 제출한 (불륜, 사기, 협박, 폭행을 ‘가뿐히’ 넘어서는) 온갖 엽기적인 행각에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판사님도 같은 남자(여자)로서 한번 생각해보세요”처럼 선처를 부탁하는 눈물겨운 애원에도 흔들리지 않는 위원들이 어쩔 때는 부부보다 더 무섭기도. 1회부터 450회를 넘어선 지금까지 드라마를 연출해온 곽기원 PD는 “우리 드라마의 영향으로 2005년부터 ‘이혼 숙려기간’을 두는 제도가 시범적으로 시행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쌍방의 협의가 모두 끝난 이혼의 경우 판사가 이혼 결정을 내리는 데 10분이 채 안 될 정도로 속전속결 이혼이었던 것. 반면 <사랑과 전쟁>은 시작부터 판사(신구)와 여성학 교수(정애리), 정신과 의사(이호재)라는 나름의 조정위원회 모델을 구축했고 이혼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제공했다. 보통 가장 냉정한 캐릭터라 생각되는 판사도 <사랑과 전쟁>에서는 “판사로서가 아니라 그냥 세상을 더 산 연장자로서 하는 얘깁니다”처럼 다정한 말을 건넬 줄 안다. 이처럼 든든한 조정위원들이 있기에 <사랑과 전쟁>은 9년 동안 금요일 밤의 간판 드라마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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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