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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주몽? 원작만화의 훼손?
김미영 2008-09-25

방영 초반부터 시청자 사이에서 논쟁 일으킨 KBS2 드라마 <바람의 나라>

KBS2 수목드라마 <바람의 나라>(수·목 밤 9시55분)가 방영 초반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제2의 <주몽>이다”와 “원작인 김진의 동명 만화를 훼손했다”는 문제제기를 두고 드라마 게시판에서는 시청자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200억원짜리 36부작 드라마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 700년 역사의 기틀을 세운 ‘대무신왕’ 무휼의 이야기다. ‘형제와 부모, 자식을 죽일 운명’이라는 예언 속에 태어나 왕의 자손인 줄 모른 채 자란 무휼이 역사상 유일한 ‘신왕’의 칭호를 받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주몽>과 관련한 논란은 10일 첫 방송 전부터 제기됐다. MBC <주몽>을 만든 제작사와 최완규 작가, 주몽을 연기했던 송일국이 주몽의 손자인 무휼 역을 맡아 다시 뭉친다고 알려지면서 “시대적 배경과 등장인물이 겹쳐 <주몽>의 이미지가 계속 떠오른다”는 시청자의 의견이 쏟아졌다. 방송 뒤에는 주인공이 시련을 통해 왕의 면모를 갖춰나가는 성장과정이 유사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반면 “시대적 간극이 짧아서일 뿐 주인공도 다르고 앞으로 남은 이야기도 많은데 <주몽>과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는 의견들도 팽팽하게 맞선다. 송일국도 이런 논란을 예감한 듯 드라마 방영 전에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원작을 읽기 전에는 대무신왕이 주몽과 관련있어 출연제의를 거절했는데 대본을 보고 완벽하게 다른 인물이라고 판단해 출연하게 됐다”며 “무휼을 표현해내기 위해 체중을 8kg가량 감량했다. 내면적인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남은 관건”이라고 말했다.

원작 만화의 매력에 빠져 있던 만화 팬들의 원성은 <주몽>과 비교하는 목소리보다 더 높다. “기대했던 드라마에서 배신감을 느낀다”는 반응이다. 안현주(an0105)씨는 “만화 <비천무>를 만든 영화가 떠오른다. 무휼의 냉정하고 고독한 성격이 만들어지는 주변상황이 출생의 비밀이라는 설정 때문에 엉망이 됐다. 제목과 캐릭터만 차용해놓고 쓴 ‘김진 원작’이란 말이 아깝다”며 시청 소감을 남겼다. 반면 이재은(laozzi)씨는 “왜 원작과 드라마가 똑같아야 하나. 만화는 만화대로의 멋으로, 드라마는 그것대로의 멋으로 동등하게 봐야 한다”고 ‘원작 훼손설’을 제기하는 시청자 의견에 반박했다. “주작, 현무, 청룡, 백호 등 신수를 등장시킨 <태왕사신기>가 만화 <바람의 나라>를 표절한 게 아니었냐”는 해묵은 논쟁도 덩달아 수면 위로 떠오르는 중이다.

현재 <바람의 나라>를 둘러싼 논란은 인기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거쳤던 통과의례로 보인다. <> <쩐의 전쟁> <식객> 등 인기 원작을 각색한 드라마들은 배우 캐스팅부터 이야기 결말까지 원작과 비교하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제작진은 “드라마는 원작의 매력 가운데 하나인 판타지 대신 무휼이란 인물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강조했다”면서 “게임과 뮤지컬 등으로 만들어지며 성공한 원작이 가진 힘이 가장 부담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바람의 나라>가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수목드라마 빅 매치’로 불리며 비교된 동시간대 드라마 MBC <베토벤 바이러스>나 SBS <바람의 화원>이 아니라 만화 원작과 <주몽>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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