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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예측 가능한 스릴러 <더 클럽>
김도훈 2008-10-01

에로틱 지수 ★★ 뻔한 반전 지수 ★★★ 배우 아까움 지수 ★★★★

<더 클럽>의 원제는 ‘속임수’를 의미하는 ‘Deception’이다. 주인공 중 누군가는 누군가를 속이게 된다는 의미다. 물론 그 정도로는 남발하는 반전과 혼재하는 맥거핀에 익숙한 지금의 관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 제대로 된 스릴러를 만들려면 머리를 좀더 비상하게 굴려야 한다. 불행히도 <더 클럽>은 머리가 좀 나쁘다.

무대는 모두가 일상적으로 서로를 속고 속이는 맨해튼의 월 스트리트. 능력있는 회계사 조나단(이완 맥그리거)은 밤샘 회계감사 작업을 하던 중 변호사 와이어트(휴 잭맨)를 만난다. 사무실에서 선뜻 대마초를 권하는 잘생긴 변호사의 자유분방함에 매료된 조나단은 와이어트의 소개로 비밀 섹스클럽에 빠져든다. 월 스트리트 상류층 남녀들만이 가입할 수 있는 섹스클럽의 이용법은 아주 간단하다. 리스트에 올라 있는 무작위의 사람들 중 한명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밤 한가해요?”라는 멘트를 날린 뒤, 시간이 맞으면 호텔에서 만나 섹스를 나누고 헤어지는 것이다. 조건은 절대 이름을 묻지 말 것. 절대 서로의 직업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말 것 등등.

문제는 조나단이 섹스만 즐기기에는 지나치게 순정남이라는 거다. 그는 지하철에서 첫눈에 반한 S(미셸 윌리엄스)가 상대로 나타나자 규칙을 어기고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어느 날 S가 납치된다. 뻔한 이야기지만 납치자는 와이어트다. 변호사가 아니라 사기꾼에 살인마인 와이어트는 S의 목숨을 살리고 싶다면 회계 감사를 진행 중인 기업으로부터 수천만달러의 돈을 스페인의 계좌로 보내라고 명한다. 물론 조나단은 회계사다운 머리를 이용해서 복수한다.

<더 클럽>은 모든 게 예측 가능한 스릴러다. 주인공들의 속내가 너무나도 뻔한 나머지 ‘속임수’라는 제목을 당당하게 단 배짱이 어디서 나온 건지 알 도리가 없다. 근사한 반전이나 땀을 쥐는 서스펜스는 아예 포기하고 세 배우의 근사한 외모만 감상하는 게 낫다. 이완 맥그리거와 미셸 윌리엄스가 비오는 차이나타운에서 키스하는 장면은 왕가위 영화에서 똑 떼온 것 같다. 알고보니 감독 마르셀 랑제네거는 자동차 광고를 주로 만들던 CF 출신이다. 시나리오작가 탓을 해야 하는 건가.

tip/ 주연인 미셸 윌리엄스 외에 매기 큐, 나타샤 헨스트리지, 샬롯 램플링이 섹스클럽 멤버로 나온다. 샬롯 램플링은 등장 자체가 맥거핀에 가깝다. 말이 좋아 맥거핀이지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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