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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디젤 영화의 관습을 반복하는 SF액션 <바빌론 A.D.>
박성렬 2008-10-01

디젤 연료는 역시 화끈해 지수 ★★★★ 기승전결 지수 ★★ 내가 지금 홍콩영화를 보나 지수 ★★★

<트리플X>에서는 익스트림 스포츠의 솜씨를 뽐냈고 <리딕 연대기> 시리즈에선 거친 탈옥수를 연기했던 강한 남자 빈 디젤. 그가 또 한번 강인한 사나이로 등장한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바빌론 A.D.>는 빈 디젤 영화의 관습을 그대로 반복하는 SF액션영화다. 주인공이 생존의 달인이라는 설정은 여전히 유효하며 적들은 주인공 앞에 짚단처럼 우수수 쓰러진다. 여기서 빈 디젤은 돈만 쥐어주면 뭐든 하는 동유럽의 용병 ‘투롭’이다. 마피아의 우두머리와 계약을 맺은 투롭은, 기도는 안 하고 무술만 갈고닦은 듯한 수녀 레베카(양자경)와 함께 ‘오로라’(멜라니 티에리)라는 여인을 뉴욕에 밀입국시켜야 한다. 오로라는 종교단체에서 유전자 공학으로 만들어낸 성녀이자 생체병기다. 비정한 국경의 장사꾼들은 투롭을 배신하며 오로라를 탐내고, 오로라의 아버지가 이끄는 제3세력도 오로라를 납치하려 한다. 세력간의 쟁투가 치열하고 월경(越境)이 고될수록 빈 디젤의 날렵한 움직임은 돋보인다.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미래에도 계속되는 밀입국의 참상이다. 무장한 무인정찰기가 목숨을 노리고 밀입국선은 승선하지 못한 사람들을 그대로 수장시킨다. 수백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장면은 한편의 지옥도다. 고난의 끝에서 밀입국의 진실을 보여주겠다는 듯 세관에서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매트릭스>의 모피어스를 닮은 세관 직원이다. 그 뒤 드러나는 뉴욕의 전경은 <블레이드 러너> 속 디스토피아 도시의 모습과 판박이다. 커다란 마천루의 전면은 동영상 광고를 내보내는 전광판으로 활용되고 건물 안에서는 거대 집단이 더 큰 부를 얻고자 음모를 꾸미고 있음이 드러난다. 탐욕스러운 거대 집단들은 마침내 뉴욕의 한가운데에서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싸움판을 벌인다. 그토록 꿈꾸던 땅에는 오로지 탐욕뿐. 투롭은 이 싸움에서의 거대한 폭발과 함께 한쪽 다리와 팔을 잃는다. 허상으로 얼룩진 밀입국의 꿈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암시 같다.

tip / <바빌론 A.D.>는 프랑스 감독 마티외 카소비츠가 메가폰을 쥔 영화다. 마티외 카소비츠는 뒷골목 소년들의 방황을 그려낸 <증오>를 통해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으나 그 뒤 연출작들은 실망스럽다. 배우 역할에도 능한 카소비츠는 <그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다>에서 배우로 열연하고 <아멘>을 통해 세자르 최우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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