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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보는 TV] 태초에 강마에의 말씀이 있었다

김명민이 연기한 강마에의 빈정거리는 대사로 인기 얻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일찍이 강마에(김명민)가 말씀하셨다. 실력도 없는데 노력도 안 하면서 대접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똥덩어리’라고. 전국의 똥덩어리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삽입곡을 배경음악 삼아 ‘똥덩어리’ 정희연(송옥숙)과 ‘왕싸가지’ 강마에의 한판 승부를 그린 패러디 영상물 <똥덩어리 바이러스>가 원작의 시청률을 크게 압도하며 시즌2까지 제작됐다.

강마에가 또 말씀하셨다. 클래식은 귀족을 위한 것이니 감히 천민들이 꿈꿀 수 있는 음악이 아니라고. 전국의 천민들이 발끈했다. “강마에가 그토록 멸시하는 단원들이, 실은 왕족으로 구성돼 있다”고 맞섰다. “오보에 김갑용(이순재)은 ‘영조’(<이산>)고, 트럼펫 강건우(장근석)도 왕(<쾌도 홍길동>)이고, 악장 두루미(이지아)는 ‘왕의 여자’(<태왕사신기>)인데, 한낱 장군에 불과한 자(<불멸의 이순신>)가 어찌 출신성분을 운운하느냐”(김여사의 드라마 리폼)며 족보까지 들췄다.

마침내 강마에가 말씀하셨다. “꿈을 이루라는 게 아니라 한번 꿔보기나 하라는 것이다. 꿔보지도 않으면서 꿈이라고 하면 그건 꿈이 아니라 그냥 별이다.” 특유의 빈정거리는 말투였지만 그 말투에 이미 중독된 전국의 백수와 소심한 월급쟁이들은 자존심도 잊은 채 열광했다. “내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 명대사”(백조탈출)이며 “순간 울컥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신정아)는 간증이 잇따랐다.

그 말씀을 하시던 날, <베토벤 바이러스>는 앞서가던 <바람의 나라>와 첫 방영된 <바람의 화원>을 누르고 수목드라마 1위로 올라섰다. 두 ‘바람’에 밀려 ‘웰메이드 마니아 드라마’로만 남을 것이라던 방송가 예측은 빗나갔다. “드라마가 아니라 클래식 연주회를 한편 본 것 같은 느낌”(맥라이언)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날 방송(5회)을 기점으로 “트럼펫을 리코더처럼 분다”(아이러브플룻)는 전공자들의 날선 지적과 “드라마와 음악이 <노다메 칸타빌레>만큼 어우러지지 않는다”(예쁘닝)던 일드 마니아들의 모진 핍박이 자취를 감췄다.

대신 ‘베바에 나오는 음악용어 모음집’(GoldStar)과 ‘베바 장면별 삽입곡 최신 업데’(도미솔)가 드라마의 바이블이 됐다. 백과사전식 설명을 지양하고 “보잉은 글자 그대로 활질, 지휘자는 와우로 치자면 공대장” 등 눈높이 해설에 주력하는 것이 특징이다. “포기한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싶다”(마블쉘)는 움직임까지 일자 클래식 대중화를 부추기는 광적인 게시판 분위기에 미처 적응 못하는 사람도 있다.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도 처음 알았는데 그 곡이 요요마·KBS교향악단·미셸 카밀로의 피아노와 토마 티토의 기타 협연 등 수많은 버전이 있다는 가르침을 &#54973;님들한테 받게 될 줄이야!”(kiki)

신도들은 강마에가 사랑에 빠지길 결코 원치 않는다. “러브라인 결사반대! 강마에가 러브라인에 끼어들면 이 드라마는 망합니다. 작가님들, 클래식 위주로 해주시고 사랑은 양념으로 살살∼.”(김하나) 강마에와 그의 단원들, 그리고 그들이 빚는 음악과 드라마에 한껏 도취된 이들은 “드라마에 나오는 클래식 곡 이름을 자막으로 넣어주세요”(김현경)라고 간청하는 한편 “무휼과 김홍도, 신윤복의 유혹에 빠지지 말자”(김은성)고 다짐한다. 대부분의 드라마 팬들은 ‘닥본사’를 외치지만, 신도들은 강마에의 이름으로 말한다. “형들 떠들고 본방 안 보면 어디 가는 줄 알아? 불지옥으로 떨어지는 거야!”(귀지-<베토벤 바이러스> 5회 강마에 대사 “어린이 여러분, 연주할 때 떠들면 어디 가는 줄 알아요? 불지옥으로 떨어지는 거예요”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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