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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껍질, 헌 영화?
2001-11-15

비디오

꿀 세트, 영지버섯, 참기름, 그릇세트, 전화기, 카메라 등. 이 물건들은 새로 출시되는 에로 비디오를 한장 살 때마다 얹어주는 ‘끼워팔기’식의 물건이다. 에로영화 제목들도 웃기지만, 곁들여 나오는 물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종목들이어서 절로 웃음이 터져나올 정도이다. 영화를 팔아야 하는 사람들이 주종목으로 승부하지 못하고, 덤으로 주는 상품의 종목과 비용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실에 영세 제작사들도 괴로워 할 것을 생각하면, 더군다나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한 그들의 정성을 생각하면, 이건 정말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정말 애교로 봐줄 수 없는 행위는 이러한 상술이 거짓과 잔꾀로 일관할 때이다. 얼마 전 존 트래볼타 주연의 <블로우 아웃>(The Blow Out)(출시사 키노)이 출시되었다. 재킷에 극장개봉작이라 명시되어 있기에 당연히 나는 존 트래볼타가 B급 액션영화에 새로 출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소비자 반응은 너무나 민감한 것이어서, 다음날부터 즉시 피드백이 오기 시작한다. “이거 새 영화 같은데, 화질이 왜 그리 안 좋아요?”, “이거 어디서 본 듯한 영환데요?”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진상을 파악해보니, 그 영화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81년작, 이미 <필사의 추적>으로 출시된 바 있는 영화였다. 극장개봉작이란 의미도 80년대에 개봉했던 것을 두고 주장하는 것일까? <나인 하프 위크> <디어 헌터> 등 노컷으로 재출시하는 것이 유행인 상황에 편승하여 변명할 구실은 남겨놓은 채 이런 식의 상술을 펴는 것이다.

비디오는 한번 유통이 되어 비닐을 뜯으면 상황이 종료된다는 특이한 ‘시장 성격’ 때문에 이런 식의 부도덕한 상행위는 개선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오늘도 역시 나는 뚜렷한 대안없이 분노만 할 뿐이다.이주현/ 비디오카페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