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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해받고 있는 개인의 사생활과 기본 권리 <이글 아이>
문석 2008-10-08

샤이어 라버프 성장 지수 ★★★☆ 배럭 오바마 지지 지수 ★★★☆ 왜 그리 사서 고생을 지수 ★★★★

다른 누군가로 오인된 한 남자가 범죄의 함정에 빠진다는 플롯은 히치콕 이후 스릴러영화에서 자주 사용돼왔다. 히치콕의 <이창>에서 영감을 얻은 게 분명한 <디스터비아>로 성공을 거둔 D. J. 카루소 감독의 신작 <이글 아이>는 히치콕의 <너무 많이 안 사나이>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이 영화에서 음모에 빠져드는 인물은 제리 쇼(샤이어 라버프)다. 공군에서 근무하던 쌍둥이 형이 갑자기 사망한 직후 그의 계좌에 75만달러가 들어오더니 혼자 사는 아파트에 폭약과 총기 등이 배달된다. 그는 수상한 전화를 받은 뒤 FBI에 체포되지만, 또다시 걸려온 전화 속 목소리를 따라 탈출을 감행한다. 곧 그는 전화 속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고, 똑같은 존재로부터 아들의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레이첼(미셸 모나한)과 함께 수상쩍은 임무를 하게 된다.

“우리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We Are Everywhere) 제리와 레이첼을 협박하는 전화 속 목소리가 말하듯, <이글 아이>가 묘사하는 세계는 거대한 ‘시선’이 개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지금, 여기다. 네트워크로 구성된 이 세계에서 힘있는 존재가 마음만 먹으면 휴대폰 통화와 인터넷 접속 내역, 이메일, 곳곳에 설치된 CCTV 등을 통해 개인의 행동은 물론이고 생각까지 파악할 수 있으며, 네트워크로 제어되는 시스템의 힘을 빌려 물리적으로 강제까지 할 수 있다는 <이글 아이>의 가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그리 동떨어져 있지 않다. 이 새로운 ‘빅 브러더’의 출현에 대한 경고와 함께 <이글 아이>가 폭로하고자 하는 리얼리티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거창한 구호 아래서 개인의 사생활과 기본 권리가 침해받는 상황이다.

결국 이 영화를 보는 재미가 제리는 왜 음모에 빠져들었는지, 또 도무지 탈출할 수 없어 보이는 디스토피아의 함정에서 그가 어떻게 탈출하는지를 궁금하게 여기는 데 있다면 <이글 아이>는 나쁘지 않은 성취를 거뒀다. 히치콕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빠른 전개와 스크린을 뒤덮는 대형 액션장면들 속에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는 증폭되며 심리적 긴장감 또한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마무리는 깔끔하지 않다. 이 영화가 그동안 감춰뒀던 비밀을 풀어놓으면서 제리와 레이첼이 펜타곤에서 케네디센터로 향하는 바로 그때부터 긴장감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다른 블록버스터급 영화보다 <이글 아이>의 논리적 정합성이 특별히 허술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 일찍 ‘진실’을 털어놓는 탓에 이어지는 장면들은 긴장감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이야기의 허점을 드러내는 구실이 된다. 어차피 정밀하게 맞물리는 퍼즐이 아니라면 맨 마지막에 슬쩍 끼워넣는 게 나았을 것이다. 자고로 블록버스터영화는 관객에게 너무 많은 여유를 주면 안 되는 법이다.

tip/ <이글 아이>의 액션장면이 실감나는 이유는 CG를 최소화하고 실제 액션을 많이 활용했기 때문이다. 교통신호가 자동으로 바뀌면서 제리와 레이첼이 시내를 질주하거나 자동차들이 충돌하고 파괴되는 장면, 크레인이 FBI 사무실을 덮치는 장면 등 또한 ‘아날로그’로 촬영됐다. 이렇듯 리얼리티를 추구한 때문에 샤이어 라버프와 미셸 모나한은 상당 부분에서 스스로 스턴트를 해야 했다. 물론 <다이하드4.0>을 비롯해 <트랜스포머> <미션 임파서블2> 등에서 스턴트를 담당한 브라이언 스머즈가 없었다면 액션에서 박진감은 찾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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