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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한 그녀, 사라지다
김미영 2008-10-09

최진실, ‘요정’ ‘똑순이’ ‘싱글맘’ ‘줌마델라’… 드라마 그대로의 삶 마감

최진실이 지난 10월2일 오전 집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사망 전날, 광고 촬영을 하기도 했던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연예계와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 9월 사망한 안재환과 얽힌 각종 루머로 괴로워했다는 지인들의 발언들로 그의 자살 원인을 짐작해볼 뿐이다.

1988년 MBC <조선왕조 500년 한중록>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최진실은 20년 가까이 ‘TV스타’로 대중의 곁에 있었다. 데뷔 초기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카피로 유명한 가전제품 광고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지금까지 수십편의 작품을 통해 대중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1990년대 ‘요정’으로 불린 최진실의 인기는 대단했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 <미스터 맘마>(1992)에 출연한 그는 최수종과 함께 호흡을 맞춘 MBC <질투>(1992)로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어려운 가정 형편과 스타가 된 뒤에도 저축상을 탈 정도로 알뜰하다고 알려지면서 ‘생활형 연예인’에게 대중은 아낌없이 사랑을 줬다.

이후 최진실은 광고계에서 선호하는 깜찍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넘어 자신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갔다. 박중훈과 함께 출연한 영화 <마누라 죽이기>(1994)에서는 코믹한 모습을,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에서는 악역에 도전했다.

‘흥행보증수표’로 불린 그답게 그가 출연한 작품들은 대체로 흥행을 놓치지 않았다. MBC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1996), <그대 그리고 나>(1997), <장미와 콩나물>(1999)과 영화 <고스트 맘마>(1996), <편지>(1997) 등이 모두 성공하며 그의 인기는 더욱 단단해졌다.

최진실의 연기 인생에서 최대 고비는 2002년에 찾아왔다. 야구선수 조성민과 결혼 뒤 2년 만에 파경을 맞으면서 연기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영화 <단적비연수>(2000), MBC 드라마 <그대를 알고부터>(2002), <장미의 전쟁>(2004)이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똑순이’ 최진실은 2005년에 재기에 성공한다. KBS 드라마 <장밋빛 인생>(2005)에서 억척 주부인 ‘맹순이’로 출연한 그는 신들린 연기로 시청자를 감동시켰다. 그 뒤 MBC <나쁜여자 착한여자>(2006),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2007)로 ‘줌마렐라’ 신드롬을 일으키며 실제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당찬 모습도 보여줬다. 지난 7월, MBC <시사매거진 2580>과 한 인터뷰에서 최진실은 “한때는 신데렐라였지만 이제 줌마렐라가 됐고 나중에 노(老)마렐라까지 이어가면서 빛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빛내주는 역할도 마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대 여성’으로 90년대를 풍미했던 여배우가 신산한 삶을 거쳐 더 옹골차졌고, 그가 영원히 대중과 함께할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던 순간이었다.

최진실의 죽음으로 내년 방영예정이던 그의 차기작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시즌2는 제작이 무산될 전망이다. 이제는 영영 그를 볼 수 없게 된 지금, 시즌1을 촬영하던 무렵 가졌던 인터뷰가 떠오른다. “드라마 제목처럼 인생에서 만들고 싶은 마지막 스캔들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진실은 “스캔들이라면 더이상 넌더리가 난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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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