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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갈구하는 한 여성 <공작부인: 세기의 스캔들>

화려한 패션, 시각만족도 지수 ★★★★ 찌질남 훈남 되기 지수 ★★ 열정적 불륜 지수 ★★★☆

사교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공작과 공작부인, 로맨스로 이루어지지 않은 그들의 결혼에 치명적인 스캔들이 발생한다. 18세기 영국에서 가장 화려한 삶을 살며 사교계의 여왕으로 시대를 주름잡던 데본셔 가문의 공작부인 조지아나의 삶에 집중한 영화 <공작부인: 세기의 스캔들>은 봉건적 결혼이 지닌 불화, 그리고 여자와 어머니로서의 행복 사이에서 갈등하는 시대적 인물의 삶을 조명했다. 총 27벌의 화려한 의상과 18세기를 섬세하게 재현한 화장술, 유행에 따라 바뀌는 다양한 스타일의 가발 등도 이 영화의 분명한 즐거움이다. 열정적 몰입과 우아한 무심 사이를 잘 조율하며 배역을 소화한 키라 나이틀리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어린 여자는 아름다우며 나이 지긋한 남자는 엄청난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갖추었다. 이들의 결연이 로맨스에 의한 것이 아닐 때, 당연히 그것은 계약 결혼이 된다. 남자는 데본셔 가문을 이을 아들을 낳아주면 보답을 하겠노라며 발랄한 조지아나와 결혼한다. 그러나 결혼은 그녀의 장밋빛 뺨에 우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공작은 다른 여자들과의 외도를 당연시하고, 심지어 조지아나의 유일한 친구인 베스마저 자신의 여자로 만드는 등 결혼 생활을 불행으로 이끈다. 조지아나는 친구에서 남편의 정부로 바뀐 베스와 함께 셋이서 기이한 결혼 생활을 지속하며 우울한 날을 지내는 와중에 젊고 열정적인 정치인 찰스 그레이를 만나게 된다.

이 영화는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연상시키는 역사적 실존 인물의 드라마틱한 삶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물론 시대적이고 역사적인 한계 속에 갇혀 있었으나 가장 열정적인, 가장 화려한 방식의 삶을 살았던 조지아나는 자신의 불행의 몫도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래서 영화는 억지 불행이나 억지 행복 그 어느 쪽에 기울지 않은 채 그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지속하며 살아간 시대의 인물들을 설득력있게 그려내는 데 성공한다. 그 본질이 화려한 의상과 헤어스타일로 포장된 표상들에 가려지지 않은 것은, 그녀가 사랑을 갈구하는 한 여성이었으며 여러 명의 아이를 낳은 어머니였고 분명한 정치적 의식을 지녔던 시대의 정신이었기 때문이다.

최고의 명예와 부를 얻었지만, 결국 아들을 낳아주러 데본셔가에 들어가게 된 조지아나가 자신의 친구와 바람을 피운 남편과의 불화를 호소하려 친정을 찾으니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방도가 없으니 집으로 돌아가거라.” 가부장적 가문의식과 남편의 권위주의에서 오래된 한국영화를 보는 듯 기시감이 드는 게 사실이나, 영화의 마지막은 이를 가볍게 넘어서서 나름의 사랑의 방식을 적절히 조화시키며 비간섭 불침해의 영역으로 이행한다. <씨받이>인 줄 알았더니 <가족의 탄생> 같다고나 할까. 최고의 통속을 소재로 했으나 결말마저 통속으로 기울지 않은 미덕이 있다.

tip/ 데본셔의 공작부인 조지아나는 세간의 이목을 끌고 다니던 화려한 삶과 공적 영역에서와 활동, 그리고 뛰어난 패션감각에서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비교된다. 18세기에도 파파라치 비슷한 만평가가 있었던 바, 정치 연설에 나선 장면에 등장한 헤어스타일은 실제 정치 만평에 등장한 조지아나의 모습을 본뜬 것이라 한다. 영화의 대부분은 실제 데본셔가 체스위드의 저택에서 촬영되었는데 이곳은 <오만과 편견>의 촬영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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