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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 속에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뜨는 돛단배.” 코스닥 지수는 1200대로 떨어지고, 환율은 1400대까지 오를 태세고. 요즘 경제 돌아가는 꼴을 보면 가수 양병집의 유명한 노래가 생각난다.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그 효과만으로도 주식값이 두배로 뛰고, 우리 경제가 747을 타고 창공을 훨훨 날아다닐 것이라더니, 그 비행기는 미적미적 지상 활주만 하다가 이제는 아예 잠수정이 되어 해저로 가라앉는 중이다. 멀쩡한 돛단배는 괜히 건드려 하늘을 날게 한다.

“한여름에 털장갑 장수 한겨울에 수영복 장수.” 집권 초에는 환율 올리느라 장난을 치더니, 이제 와서는 부랴부랴 외환보유고까지 축내가며 환율 낮추는 데에 여념이 없다. 수출을 위해서는 환율을 올려야 한다고 하더니, 그러다가 물가가 뛰니 부랴부랴 몇 가지 품목 잡아놓고 관리를 하겠단다.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는 경제위기가 온다고 했다. 그러다가 촛불이 잠잠해지자, 경제위기는 없다고 한다. 그러더니 다시 경제위기란다. 이러니 어디 정신이 사나워서 살 수가 있나.

시계가 타짜 먹었나? 바늘이 고도리 방향으로 돌면서, 시간이 현재에서 과거로 흘러간다. 어떻게 내놓는 정책마다 하나같이 7080 콘서트와 같은 복고풍이냐. 그 많은 복고풍 중에서 가장 황당했던 것은 역시 국정감사.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니 뭐니 워낙 국정조사가 많아서 이 정권은 감사할 게 없단다. 그래서 참여정부를 뒤지는 것이라나? 복고 취향 때문에 국정감사의 시제마저 못 맞추는 것이다. 도대체 이 정권에 들어와서는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게 하나도 없는 듯하다.

이래 놓고는 경찰과 검찰을 동원해 시민들의 입을 틀어막기에 여념이 없다. 문화부라는 데서는 인터넷 댓글 정리해서 정부에 일러바치기에 여념이 없다. 문화부가 슈타지냐? 중국에서는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를 수입해 가겠단다. 이렇게 검열로 악명 높은 중국 공산당보다 한술 더 뜨는 게 이 정권이다. 악플 단속한다며‘최진실법’도 만들겠단다. 우스운 것은, 하필 전여옥 의원이 여기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점. 쯔쯔, 입 험하기로 유명한 국회의 악플러가 과연 누구던가.

지난 2월에는 <통일은 없다>의 저자 남주홍씨를 통일부 장관으로 앉히려고 했던 게 이 정권이다. 유엔에서 폐지를 권하는 국가보안법을 사수해야 한다고 외치는 제성호씨가 외교통상부 인권대사가 된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법안에 반대했던 전직 행정자치부 차관이 이명박 정부에서는 독립기념관장에 취임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압권은 국정감사 기간 중 술자리 파문으로 알려진 주사파(酒邪派) 주성영 의원이 한나라당 윤리위 부위원장이 된 것이리라.

이명박 정권의 초현실주의 취향은 인수위 때에 시작됐다. “흥,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했나 보지.” 이건 서민들이 부동산 투기한 사람을 비꼴 때 할 만한 말이다. 그런데 이 얘기를 정작 투기 의혹을 받는 본인이 한다.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했을 뿐이에요.” “풋, 남편이 선물로 사줬나 보지.” 이건 서민들이 상류층의 사치를 비꼴 때에 할 만한 얘기. 근데 이 얘기가 정작 비아냥당하는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 오피스텔은 남편이 완치 기념선물로 사준 거예요.”

이러니 이 정권은 아예 패러디가 불가능해진다. 이건 그야말로 글쓰기의 위기다. “시퍼렇게 멍이 든 태양” 아래 불쌍한 것은 이명박이 던진 떡밥에 낚인 민초들. “포수에게 잡힌 잉어만이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뿌린 모이에 속아 덫에 걸린 민초들. “태공에게 잡혀온 참새만이 한숨을 내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