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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의 죽음을 추모 <너를 잊지 않을 거야>
박성렬 2008-10-29

이수현 못 잊을 지수 ★★★★ 진부한 멜로 지수 ★★ 문화교류 지수 ★★★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데 잊지 말라고 한다. 하긴 죽어서도 정말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7년 전 도쿄에서 취객을 구하려고 선로에 뛰어들었던 이수현은 살신성인을 몸소 실천한 청년이었다. 살아 있었다면 늘 그랬듯 등산과 자전거 여행을 즐겼을 테고, 다시 기타를 잡고 연인과 함께 노래를 했을 것이다. 다재다능한 청년의 객사는 안타깝고 또 안타까웠다. <너를 잊지 않을 거야>는 고인이 된 이수현의 생전 모습을 그리며 죽음을 추모하는 영화다.

때는 2000년 초. 제대하고 복학한 이수현(이태성)은 일본으로 유학을 간다. 그는 거리공연을 하던 밴드의 여가수 유리(오나가 마키)를 깡패들로부터 구해낸다. 유리와 수현은 금세 가까운 관계가 되지만 한국을 싫어하는 유리의 아버지 히라타(다케나카 나오토)와 그 주변 사람들에게 수현은 눈엣가시다. 건강하고 어른스러운 태도로 사람들을 변화시키던 수현의 삶은, 우리가 익히 알던 대로 선로에 뛰어들면서 끝이 난다.

일본의 멜로드라마 전문 감독 하나우도 준지가 메가폰을 쥐었다. <너를 잊지 않을 거야>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균형 감각이다. 청년의 죽음은 슬픈 것이었지만, 영화는 밝고 따뜻하다. 우리에게는 낯선 일본의 여가수 오나가 마키를 히로인으로 삼는 멜로 라인과 밴드 활동이 주축이 되는 청춘드라마 덕분이다. 싱어송라이터 마키하라 노리유키와 홍경민, 신인가수 성유빈이 참여한 음악과 함께 이수현의 건강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몽타주 장면은 밝기를 한층 높인다. 일본과 한국 사이의 갈등이 언뜻 스쳐가는 순간에도 영화는 무겁거나 슬프지 않다. “영혼이 감동하면 국경과 민족을 넘어서 인간은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청년을 발견했으니 말이다. 평지에도 풍파가 일어 갈라서는 세상에 참으로 듬직한 위안이다. 이수현 역할을 맡은 이태성도 나름 괜찮은 건강미를 뽐낸다. 다만 멜로가 다소 진부하고 갈등이 대강 마무리된 느낌이 드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너를 잊지 않을 거야>는 가을을 훈훈하게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겐 차고 넘칠 정도로 따뜻한 드라마다.

tip/<너를 잊지 않을 거야>는 한·일 합작으로 제작되었지만 2007년 초 일본에서만 개봉되면서 국내 관객의 원성을 샀다. 한편 작품의 시사회에 일본 국왕 부부가 참석하고 이수현 역의 이태성을 대면한 점은 일본 내에서도 이슈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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