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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화된 거짓 혹은 거짓의 정당화 <바디 오브 라이즈>

디카프리오 멋져부려 지수 ★★★ 조마조마 긴장 지수 ★★☆ 세월아네월아 킬링타임 지수 ★★★

리들리 스콧의 <바디 오브 라이즈>는 ‘거짓말의 실체’라는 거창한 제목만큼이나 큰 스케일의 영화를 지향한다. 러셀 크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최고의 스타를 캐스팅하고, <킹덤 오브 헤븐>과 <디파티드>의 윌리엄 모나한에게 각색을 맡겼으며, 위성을 통해 지구 반대편의 요원을 추적하고 보호하는 프레데터(Predator) 시스템을 완벽하게 재현할 뿐만 아니라, 워싱턴과 요르단·이라크·레바논·두바이 등 다양한 도시와 국가를 거침없이 넘나들며 숨가쁜 첩보전을 보여주고자 한다. 리들리 스콧은 <글래디에이터> <어느 멋진 순간> <아메리칸 갱스터>에서 러셀 크로와 호흡을 맞춰왔지만, 궁극적으로 <바디 오브 라이즈>는 러셀 크로가 아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영화다. 리들리 스콧은 마틴 스코시즈의 영화를 통해 미간의 깊은 주름만큼이나 히스테리컬한 이미지로 변모한 디카프리오를 보았을 것이고, 그것이 활동 무대인 중동과 조국인 미국 사이에서 정신적 혼돈을 겪는 ‘로저 페리스’ 역에 디카프리오를 캐스팅한 이유였을 것이다. 물론 스코시즈만큼 디카프리오의 히스테리컬한 모습을 적절히 살려냈는지는 의구심이 남지만.

로저 페리스가 중동의 살벌한 분위기에서 목숨을 건 활약을 펼치는 데 반해 그의 활약상을 화면으로 바라보며 전화만 내리 해대는 CIA 국장 에드 호프만(러셀 크로)은 상대적으로 편안해 보인다. 하지만 리들리 스콧은 중동의 테러리스트와 전쟁을 치르는 로저만큼 위험하지는 않다 해도, 이혼남으로 육아 등 일상의 전쟁을 치르는 에드의 모습을 교차하여 보여줌으로써 두 인물간의 균형감을 맞추려 한다. 에드는 ‘전쟁에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수적’이라 믿는 자다. 세계 평화라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고, 이를 통해 배신과 음모를 잉태하는 거짓말이 난무한다. 정당화된 거짓 혹은 거짓의 정당화. 리들리 스콧이 바라보는 ‘거짓말의 실체’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신뢰를 강조하던 로저가 테러 조직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에드가 정당화했던 거짓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즉 에드의 방식을 자신의 논리로 수용할 때 로저의 전략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거짓의 세계에서 적과 아군의 경계가 흐릿한 만큼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와 고문이 자행될 때 이를 무능하게 바라봤던 로저(의 기억)는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바로 그 포로의 위치에 서게 된다. 그것이 리들리 스콧이 바라보는 중동 속 미국의 현실이다. <바디 오브 라이즈>는 정치적 알레고리로서는 충분히 날이 서지 않았고, 첩보물로서는 긴장감이 설익었으며, 스펙터클영화로서는 물량공세가 충분치 않다. 하지만 간간이 드러나는 리들리 스콧 특유의 감각적 영상과 힘있는 연출력만큼은 명불허전의 매력이 있다.

tip/ 비주얼에 대해 욕심 많기로 유명한 리들리 스콧은 역동적 화면을 잡아내기 위해 최소 4대에서 최대 8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했다고 한다. 특히 위성으로 요원의 일거수일투족을 내려다보는 ‘프레데터 시스템’을 재현하기 위해 헬리콥터에 HD카메라를 장착한 뒤 고도 305m 이상에서 촬영하여, 프레데터 위성 시스템으로 중동의 도시와 사막을 내려다보는 듯한 시점 숏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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