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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그대로 찍어서 극장 개봉한다면? <촉루성의 7인: 레드 버전>
김도훈 2008-11-05

생생한 공연 체험 지수 ★★★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 지수 ★★★ 역사 충실 지수 ★

연극을 그대로 찍어서 극장 개봉한다면 그건 과연 영화일까. 하긴 롤링 스톤스의 공연을 담은 <샤인 어 라이트>도 영화였으니 ‘영화’라는 매체의 정의 앞에서 야박하게 굴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약간 기분이 찜찜했던지 <촉루성의 7인: 레드 버전>의 일본 제작사는 아예 ‘게키*시네’라는 단어를 하나 만들어버렸다. 연극의 일본어인 ‘엔게키’와 영화의 ‘시네마’를 합성해서 만들어낸 ‘게키*시네’는 무대에 올려진 공연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어서 재편집한 영화를 의미한다.

<촉루성의 7인: 레드 버전>의 무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대륙의 통일을 노리던 시절이다. 간토 평야 지역은 도요토미의 야망에 저항하는 사람들과 무법자들의 마지막 자유지대다. 그러나 스스로를 간토 지역을 대표하는 촉루성의 수장이라고 주장하는 검정 갑옷의 천마왕이 나타나자 자유지대는 혼돈으로 몰아친다. 스테노스케와 촉루성의 평면도를 소유한 사기리는 천마왕의 마수를 피해 간토에서 가장 평화로운 무카이로 숨어들고, 두 사람은 각각 비밀병기를 다루는 5인의 무사를 만나 천마왕에 대적할 계획을 세운다. <촉루성의 7인: 레드 버전>은 만화적으로 재구성된 <7인의 사무라이>라고 할 만하다. 싸움에는 자질이 없지만 모든 정보를 궤뚫는 캐릭터, 우산을 무기로 활용하는 캐릭터, 가냘픈 몸으로 말도 안되게 거대한 총을 다루는 캐릭터 등이 하나의 목적 아래 동지애를 형성해가는 과정은 사무라이 망가나 롤플레잉 게임 같은 현대 일본 대중문화의 극적인 요소들을 연상시킨다.

<촉루성의 7인: 레드 버전>은 원래 1990년 초연한 일본 극단 ‘신감선’의 대표작이다. 제작사 이오시바이가 이 작품을 영화로 재편집한 이유는 무대와 관중이 한정된 공연문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좀더 다양한 관객을 찾고 싶어서다. 문제는 원전 자체의 압도적인 스펙터클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지켜보는 듯한 생생함은 잘 살아나지 않는다는 거다. 망원경 없이도 배우들의 표정 연기를 하나하나 감상하고 싶은 연극팬이라면 꽤나 즐길 만은 하겠지만.

tip/ <촉루성의 7인: 레드 버전>은 CJ엔터테인먼트와 일본의 (주)T-JOY가 영상 콘텐츠를 교환하여 상영하는 ‘한·일 콘텐츠 익스체인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봉하는 첫 번째 작품이다. 한국이 가져온 건 <촉루성의 7인: 레드 버전>이고 일본이 가져간 건 <타짜> <열혈남아> <싸움의 기술>이다. 어째 우리가 좀 손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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