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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년이 겪는 찰나의 설렘과 아쉬움 <소년, 소년을 만나다>
강병진 2008-11-19

샤방샤방 지수 ★★★★ 어디서 본 듯한 지수 ★★★★ 극장까지 가서 봐야 할까 망설일 지수 ★★★

“저 지금 내려요.” 소년과 소년의 만남은 과거에 방영된 어느 캔커피 CF의 한 장면 같다. 버스에 탄 민수(김혜성)는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다 필름 통을 떨어뜨린다. 바닥에 떨어진 필름 통은 버스의 진동에 몸을 실어 어느 소년의 발밑에 닫는다. 그는 앳된 용모의 민수와 달리 키도 크고 남자답게 생긴 석이(이현진)다. 필름 통이 민수의 발과 석이의 발을 오가면서 두 소년의 시선도 오간다. 서로의 눈빛이 흔들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다 보니 어느새 내려야 할 역. 민수는 자신을 뒤따라오는 석이의 걸음을 천천히 갈음하며 걷는다. 과연 석이도 민수를 따라 내렸을까. 하지만 뒤돌아본 길목에는 아무도 없다. 대사가 없이 인물의 표정만 관찰하는 영화는 그처럼 두 소년이 겪는 찰나의 설렘과 아쉬움을 담는다.

13분짜리 단편인 <소년, 소년을 만나다>는 청년필름 대표인 김조광수의 연출작이다. 감독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 찰나의 만남은 그가 어린 시절 겪었던 에피소드를 소재로 했다. 또한 감독은 “어둡고 우울하고 진지한 퀴어영화가 불만”이었고 “밝고 즐겁고 명랑하게 사는 게이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소년들의 연애담을 ‘샤방샤방’한 분위기로 묘사하고자 영화가 차용한 것은 한국의 발라드 뮤직비디오, 혹은 존슨즈 베이비 로션 CF다. 서정성이 짙은 피아노 연주곡이 곳곳에 심어놓은 슬로모션과 맞물리는 영화의 분위기는 소년과 소년의 구도를 소년과 소녀로 바꾸어도 이물감이 없을 듯 보인다. 민수와 석이의 관계를 드러내는 반전 또한 드라마 타이즈 뮤직비디오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감독의 뜻을 다시 풀자면 동성간의 사랑이 이성간의 사랑과 다를 바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미를 담고자 굳이 이성간의 사랑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방식을 따라야만 했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극중에서 사랑의 큐피드로 분한 예지원이 소년들에게 불러주는 노래가 영화의 개성을 담고 있다. “길거리 부킹은 조심해야 돼~~ 마초한테 걸리면 정말 끝장이야~~”라는 가사와 맞물리는 애니메이션이 더 영화적으로 보인다.

본편 13분과 함께 22분 분량의 메이킹필름이 함께 상영되며 입장료는 4천원이다.

tip/영화의 바탕이 된 감독의 경험은 이렇다. “대학생 때 버스에서 만났던 친구가 있고, 예전에 ‘삥’을 뜯긴 경험도 있다. 두개가 같은 시기는 아니지만 이번에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봤다. 삥을 뜯기면서도 그 와중에 이렇게 잘생긴 애가 왜 돈이나 뺏고 있을까 생각했다. (웃음)” 시나리오는 김조광수 대표가 쓴 초고를 바탕으로 <도둑소년>의 민용근 감독과 함께 수정했고,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노래가사는 친구사이 게이 코러스 중창단에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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