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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 스토리] 정치계의 ‘아이포드’ 런칭 성공

‘듣는 대통령’ 강조한 오바마의 TV 대선광고 전략

제품력, 뛰어나다. 그 제품만의 차별점도 분명하다. 외관도 좋다. 무엇보다 시장이 기존 제품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게다가 충분한 마케팅 예산도 준비돼 있다. 이 신제품의 성공 가능성은?

버락 오바마는 새로운 브랜드다. 애플의 아이포드(iPod)는 그 모습이 언론을 통해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이미 팬층이 형성됐고, 출시 당일날 매장 앞에 구매하려는 이들이 장사진을 쳤다. 적어도 기대감 측면에서, 오바마는 정치계의 아이포드 같은 존재다. 국제적인 광고사인 DDB월드의 키스 라인하트 회장은 “오바마는 (성공)브랜드가 원하는 3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움(new), 차별화(Different), 매력(Attractive)이다. 그의 핸디캡이었던 피부색은 백인 어머니에게 안겨 있는 사진으로 미국이 다인종국가이며 대립보다는 화합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정서로 이해되었다.

그에 비하면 경쟁 제품인 매케인은 부시의 자매품이다. 새로움이나 차별화와는 거리가 멀었고, 매력은 찾기 어려웠다. 금융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부시와의 단절이 시급했기에 자신만의 매력을 만들어내기도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처럼 축복받은 신제품을 어떻게 광고할 것인가? 광고 예산의 제한은 없다. 연방 선관위에서 8400만달러의 공영자금을 지원받은 매케인은 선거 자금의 제한이 있었지만, 오바마는 그 공영자금을 포기하고 무제한 모금방식을 택함으로써 매케인의 4배에 이르는 선거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대통령 선거 때도 그랬지만 후보별로 여러 편의 TV광고가 만들어졌다. 오바마 진영의 핵심 메시지는 ‘Hope for Change’였다. ‘무엇을 이야기하는가’라는 점에서, 이 메시지는 전혀 새롭지 않다. 사실 새로울 이유도 없다. 도전하는 이의 입장에서 해야만 하는 이야기고 그것이 현재 소비자(국민)들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부 내용을 살펴봐도 현 부시 정부의 의료, 에너지, 경제정책 등의 실패를 꼬집고 오바마의 정책이 대안이라는 점을 신뢰감이 가도록 전달할 뿐 특별한 것은 없다. 늘 지적되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 메시지도 여전했다.

하지만 ‘어떻게 이야기하는가’라는 점에선 색다른 면이 있었다. 오바마는 선거 5일 전 캘리포니아 유세에 맞춰 30초짜리 TV광고를 집행했다. <CBS> <폭스> <NBC> 뉴스 등 7개 채널에서 프라임 타임에 집행된 이 TV광고는 3350만명의 시청자가 시청했다. 이미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탄 상황에서 지나친 물량 투입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도전하는 이에겐 조금 과격한 브랜드 인지 전략도 필요한 법이다.

이 광고는 다큐멘터리처럼 구성돼 있다. 미국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오바마라는 ‘인간’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오바마는 광고 속에서 자신의 비전을 대중에게 설파하는 ‘선동가’가 아니라 내레이터 역할을 한다. 이는 오바마 광고 전략의 근간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지금 미국 국민이 원하는 것은 독재자나 선동가가 아니라 자신들의 어려움을 듣고 이해하고 도와줄 진실한 조력자이며 그가 바로 오바마라는 것이다. “나는 완벽한 대통령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국민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마무리되는 이 광고는 늘 식상하다고 비판받는 정치광고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이제 정치계의 아이포드가 시장에 나왔고 열광적인 호응을 받으며 초기 판매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문제는 재구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