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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앳 하트 코러스’의 일상 <로큰롤인생>
정재혁 2008-11-26

감동 지수 ★★★★ 로큰롤 재해석 지수 ★★★ 생(生) 라이브 지수 ★★★★

열다섯명의 아이를 둔 할머니 도라 머로는 연하의 할아버지 스탠 골드맨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학창 시절 교회 합창단에서 성가를 불렀던 그녀는 이제 제임스 브라운의 로큰롤 <I Feel Good>을 부른다. 그것도 말도 안되게 높은 목소리로 ‘Wow’를 외치며. 올해로 78살인 할아버지 잭 슈넵은 포드 자동차의 바이어였다. 대학에서 합창단이었던 그는 노래를 잊기 싫어 ‘이발소 코러스단’에 있었고 1999년 회사를 나온 뒤부턴 도라 머로, 스탠 골드맨이 있는 ‘영 앳 하트 코러스’에 들어왔다. 무대에서 드럼 비트에 발을 구르는 그에겐 6명의 자식과 17명의 손자가 있다.

매사추세츠의 노인 코러스 그룹 ‘영 앳 하트 코러스’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로큰롤인생>는 인생의 후반전을 농축해놓은 듯한 드라마다. 22명의 코러스 밴드 회원들에겐 그 누구보다 많은 가족, 인연이 있고 볼륨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과거가 있다. 영화는 이들이 콘서트홀에서의 공연 <Well and Live>를 하기까지 6주간의 준비과정을 담는다. 리허설 장면과 집에서의 모습, 가족들의 인터뷰까지, 연출을 맡은 스티븐 워커 감독은 평균 나이 80살 노인들이 로큰롤을 만나 어떻게 ‘영 앳 하트’한 인생을 그리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병원 세트, 들판 등에서 찍은 MTV 스타일의 뮤직비디오는 늘어질 법한 다큐멘터리의 흐름을 세게 당겨준다.

음악을 소재로 한 대부분의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자신의 능력에 고민하거나 동료와의 사이에 갈등한다. 혹은 그들의 주변환경에 발목을 잡혀 고생한다. <로큰롤인생> 역시 음악을 계기로 새로운 인생이 열리는 이야기지만 이들이 거쳐야 하는 장애물은 보통의 영화들과 다르다. 90을 눈앞에 둔, 혹은 이미 넘은 주인공들은 병과 죽음을 상대로 싸운다. 영화에 담긴 6주의 기간 동안에만 두명의 멤버가 세상을 떠나고 영화가 끝난 뒤엔 자막으로 또 한명의 부고가 전해진다. 하지만 코러스 밴드 회원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힘들어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20년 안엔 노래를 더 잘 부를 수 있겠지”라 말하며 인생의 후반전, 그 끝자락에서 또 다른 미래를 꿈꾼다. 영화 역시 이들의 죽음에 무겁게 눌리지 않고 그저 무한하게 펼쳐진 인생을 정직하게 담아낸다. 삶과 죽음에 대한 아름다운 태도다. 화려한 기교 하나없는 다큐멘터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화려하게 빛난다.

tip/ 2008년 4월 미국 4개관에서 작게 개봉한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장기 상영에 들어갔다. 개봉 한달 만에 121개 극장으로 상영관을 확대했고 7월에는 박스오피스 수익으로만 39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후 캐나다·영국·독일·프랑스 등에서 개봉했으며, 국내에서는 2008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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