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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사회 속에 혼란을 겪는 인간 군상 <마음의 속삭임>
이화정 2008-11-26

파격적 설정에 ‘놀랄’ 지수 ★★★★ 파격적 설정에 ‘혹할’ 지수 ★★★★ 파격적 설정에 ‘감탄할’ 지수 ★★★★

‘소년’을 통과하는 건 쉽지 않다. 그 열병은 때로 심장에서 이상한 ‘잡음’을 만들어낼 정도의 의식을 치러내야 한다. <마음의 속삭임>의 원제 ‘Le Souffle Au Coeur’는 류머티즘성 열병을 뜻한다. 1954년 파리, 카뮈를 읽고 자살을 논하며 찰리 파커의 재즈 음악에 열광하는 15살 소년 로랑의 성장을 그린다. 엄격한 산부인과 의사 아빠와 달리, 자상한 엄마에게 로랑은 여전히 ‘착한 아이’다. 그러나 이미 사춘기 소년에게 변화는 막을 수 없다. 두 형들의 영향으로 로랑은 담배를 맛보고 키스를 하며 첫 섹스를 경험한다. 그러던 중 로랑은 심장이상의 진단을 받고 엄마와 온천치료로 유명한 리조트로 요양을 간다. 자유분방한 연애관을 가진 엄마와 단둘이 지내는 동안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사춘기의 로랑은 엄마를 향한 특별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마음의 속삭임>은 아버지와 아들의 한 여자에 대한 집착이라는 금기의 소재로 파장을 일으킨 <데미지>를 연출한 루이 말 감독의 작품. 지난 95년, 생을 마감한 말의 영화인생 중 시기적으로 절반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상영금지를 당하기도 했던 <연인들>, 십대의 성매춘을 소재로 한 <프리티 베이비>에 이어 그는 성장통을 겪는 사춘기 로랑의 복잡한 심리상태를 엄마와의 섹스로 표현한다. 사회의 도덕과 금기에 반하는 기형적인 관계들로 따지자면 그의 작품 어느 하나도 외설적이라는 뭇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말의 카메라는 오히려 떳떳함을 감추지 않는다. 말은 부조리한 사회 속에 혼란을 겪는 인간 군상의 뒤엉킨 욕망을 창피하다고 숨기는 대신 거침없이 따라간다.

논란에도 그의 영화가 대중적인 호응까지 끌어내는 것은 이같은 상징성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속삭임> 역시 중심인물은 사춘기 소년이지만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인도차이나 전쟁에 패한 당시 프랑스 정부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이루어지며, 50년대 프랑스 부르주아 가정에 대한 눈에 그린 듯한 사실적인 묘사가 이루어진다. 경제적 풍요와 인문 철학적인 조예 속에 젠체하고 있지만 가짜 코로의 그림을 구별 못하는 어른들의 허세는 말의 예리한 시각을 피해나가지 못한다. 누벨바그의 대표주자들에게 가려져 있지만, 말이 제시한 세계는 되새겨볼 만한 구석이 많다. 대표작 <라콤 루시앙>과 <굿바이 칠드런>의 잇단 개봉이 기회다.

tip/ <마음의 속삭임>은 주인공 로랑에게 감독 자신의 자전적 경험, 고민을 투영하여 애착을 나타낸 작품으로 유명하다. 특히 반전기금을 모금할 정도로 깨어 있는 척하면서도 레코드판을 훔칠 정도로 재즈광인 로랑의 모습은 첫 연출작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에서 마일스 데이비스를 발굴할 만큼 재즈를 사랑하는 루이 말의 특성이 고스란히 투영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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