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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패러디 문화와 함께 놀다
김미영 2008-11-27

MBC 가족시트콤 <그분이 오신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MBC 시트콤 <그분이 오신다>는 시청률이 10% 미만이라고 얕보기엔 매력이 넘친다. <크크섬의 비밀>이 떠난 자리를 채운 <그분이 오신다>는 사직동 908번지에 사는 못 말리는 가족 이야기다. 세트 속에 갇힌 가족시트콤은 더이상 재미가 없다며 홈쇼핑회사 직원들을 이끌고 섬으로 갔던 시트콤은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인터넷 문화를 녹인 각종 패러디로 웃음을 쏜다. <안녕, 프란체스카>를 쓴 신정구 작가가 뱀파이어 가족 사이에 끼어든 낯선 인간 두일이처럼 이번에도 아버지가 타인이 됐을 때의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빚어낸다.

<그분이 오신다>는 <거침없이 하이킥>처럼 3대가 모여 산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기억을 잃고 가족들에게 돌아온 가장 이문식, 아빠 대신 피자집을 경영하는 엄마 정경순 사이에는 이란성 쌍둥이가 있다. 게임과 만화에 빠져 사는 이재용(정재용)과 예쁜 얼굴을 믿고 도도한 이재숙(하연주)이다. 쇼핑중독이면서 백화점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할머니 윤소정은 집안의 실질적인 실세고, 피자집 배달원으로 함께 사는 강성진은 스쿠터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다.

오락프로와 드라마의 틈새를 뚫어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이문식의 동생 이영희. 서영희는 자신이 출연한 <추격자>를 패러디한 <추접자>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나 낯 뜨거운 과거 사진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추락한 이영희로 분해 시트콤에 힘을 불어넣는다. 엽기 아이스크림 광고인 ‘돌아이바’를 찍으며 괴성을 지르고 눈을 희번덕거릴 땐 영락없는 사이코인 이영희는 때론 배짱 두둑한 대책없는 캐릭터다. 재용이의 친구들인 만수(이광수)와 진상(성진환)은 ‘절친’이다. 이들은 <거침없이 하이킥>의 ‘하숙범’(김범)처럼 재용이네 집에서 살다시피 하며 가족 일에 참견한다. 재용이가 게임에 열중하다 오줌 싼 일로 충격을 받아 게임기를 불태워 오덕후(어떤 물건이나 일에 빠져 집착하는 사람) 생활을 접으려 할 때도 이들은 서로를 이해한다며 눈물을 흘리는데 시청자는 그들을 보고 웃느라 눈물을 흘린다.

<그분이 오신다>는 시트콤의 기본인 패러디와 인터넷 문화를 충분히 활용한다. ‘돌아이바’ 광고에서 이영희의 입에 꽂히는 하드나 이영희가 가끔씩 대화하는 신(만화로 그려진 양복 입은 닭)은 인터넷에서 쉽게 보는 합성장면을 재현했다. 해설식 자막은 장면 캡처용으로도 적당하다. 오덕후 3인방이 오매불망 빠져 있는 애니메이션 ‘오호라 공주’는 벌써 동영상으로 확산 중이다. ‘에헤라디야~ 자진방아를 돌려라~’라는 주문을 외우며 흑백저고리 한복에서 색동저고리의 미니 한복으로 갈아입는 오호라 공주의 변신 애니메이션은 ‘돌아이바’ 동영상과 맞먹는 인기다.

강성진이 <베토벤 바이러스>를 패러디한 ‘배달계의 마에스트로 강마에’ 편에서 “똥.덩.어.리”라며 만수와 진상을 구박할 때, 조인성의 커피 광고를 흉내내며 기름진 시선을 보낼 때 시청자는 시트콤이란 장르가 가진 패러디의 힘을 느낀다. <그분이 오신다>는 시청자의 인터넷 패러디 놀이문화를 베끼고, 시청자는 다시 <그분이 오신다>를 보면서 드라마와 인터넷 놀이문화를 즐기는 상황이다. 오락프로그램과 드라마 사이에 낀 시트콤이라서 가능한 새로운 시도를 <그분이 오신다>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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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