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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하고 매끄러워진 차태현의 연기 <과속스캔들>
장영엽 2008-12-03

왕석현 완소 지수 ★★★★★ ‘과속’ 임신 지수 ★★★★★ 스캔들 지수 ★☆

라디오 DJ 남현수(차태현)의 삶은 완벽하다. 그는 아파트 광고에나 나올 법한 펜트하우스에 살고, 스캔들 한번 내지 않은 채 비밀스런 연애를 즐긴다. 아이돌 스타로 유명세를 떨치던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라디오 방송으로 꽤 두꺼운 팬층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 라디오가 남현수의 인생을 바꾼다. 어느 날,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의 애청자 황정남(박보영)이 꼬마아이(왕석현)를 데리고 남현수를 찾아와 다짜고짜 출생의 비밀을 밝힌다. 자신은 남현수가 중3 때 실수로 낳은 딸이며, 데리고 온 아이는 그의 손자 황기동이라는 것. 이들 모자가 펜트하우스에 눌러앉으면서 남현수의 삶은 꼬이기 시작한다.

줄거리만 듣고는 차태현의 좌충우돌 개인기가 돋보이는 원톱 코미디영화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과속스캔들>은 엄연히 신인 박보영과 아역배우 왕석현의 영화다. 미혼모 연기부터 상당한 가창력이 요구되는 노래까지 소화하며 신인이 경험할 수 있는 대부분의 고생을 다 겪은 듯한 박보영과 꾸밈없는 애교로 무장한 왕석현의 연기는 이 영화의 명실상부한 활력소다. 분명 차태현은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지만, 남현수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며 상대 배우와의 리액션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 느껴진다. 마치 의도적으로 조연을 자청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러한 태도가 차태현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나설 때 확실히 나서고, 낮춰야 할 땐 확실히 낮추는 차태현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더욱 영리하고 매끄러워졌다. 가수 경력에 DJ 활동까지, 배우 자신과 너무 닮은 남현수를 연기하며 ‘망한 2집’ 음반에 대한 농담을 스스럼없이 내뱉을 만큼 연기가 편해진 걸까. 확실히 웃겨야 한다는 강박에서는 자유로워진 것 같다. 그러므로 <과속스캔들>은 차태현이 조연으로 성공한 첫 번째 코미디영화로 기억해도 좋을 듯하다. 또 한 가지. 첫 연출작인데도 신인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에너지와 스타 배우의 매끈한 연기를 능숙하게 아우를 줄 아는 강형철 감독의 연출력 또한 주목할 만하다. 결말이 뻔하고, ‘타짜’를 패러디한 기동과 현수의 고스톱 치는 장면 등 몇 가지 작위적인 에피소드가 눈에 거슬리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을 듯하다.

tip/<과속스캔들>은 음악영화라 불러도 될 만큼 삽입곡과 노래 부르는 장면이 많다. 극중 남현수가 부르는 곡은 <Because I Love You>, 황정남이 부르는 곡은 <아마도 그건>이다. 두곡 모두 음악에 관심이 많은 차태현이 직접 선곡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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