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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탤지어를 박제화 말라

200회 맞은 <콘서트7080>

KBS의 <콘서트7080>이 200회를 맞았다. 벌써 4년이다. ‘동창회 나가는 기분으로 6개월 정도만 진행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던 배철수가 줄곧 진행하고 있다. <콘서트7080>의 200회를 맞아 방송가에서는 10대와 20대에 편중된 TV 음악프로그램의 대안적인 편성이라는 의미부여를 하거나, 트렌드로부터 소외된 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이란 평가도 내놓는다. 물론 지나치게 노스탤지어를 강조하는 바람에 새로운 시청자는 물론 기존의 지지자도 잃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엄밀히 말해 그건 한국 대중음악시장의 한계 때문이다. 어쨌든 <콘서트7080>의 200회는 <쇼! 음악중심>이나 <가요무대>와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건 90년대 후반의 음악시장이 IMF 혹한기를 돌파하기 위해 찾아낸 노스탤지어 감수성이 어떻게 몰락하는가에 대한 냉정한 평가의 계기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한국 대중음악시장에서 노스탤지어는 90년대 후반의 음악시장이 본격적으로 발견한 감수성이다. 불황의 늪에서 음반사들은 검증되지 않은 새 앨범보다는 기존의 음원을 활용한 편집음반에 집중했다. 이 시리즈들은 ‘명반’이나 ‘명작’, ‘연가’나 ‘연인’ 같은 제목을 달고 불황에도 좋은 판매성적을 거두며 30대 이상을 타깃으로 하는 시장을 만들어냈다. ‘7080’이란 개념이 음악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것도 이즈음이다. 그런데 이 새로운 시장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최근 몇년간 80년대와 90년대에 활동하던 음악가들이 새 앨범을 내며 의욕을 보이긴 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나마 90년대 음악가들 중 일부가 대중의 관심을 받았지만, 그건 모두 예능프로그램 덕분이었다. 단적으로 말해 한국 대중음악시장에는 이른바 어덜트 컨템포러리 시장이 전무하다. 장르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소수의 해외 음반이나 내한공연에 국한된 수준이다. 어덜트 컨템포러리 가요시장의 부재는 중견 싱어송라이터가 부족한 환경 탓이기도 하고 여전히 열악한 음반시장 탓이기도 하지만 핵심은 기획력의 부재 탓이 크다.

그런 점에서 200회를 맞이한 <콘서트7080>에 대한 평가는 냉정할 수밖에 없다. 되도록 구세대와 신세대의 가수들을 뒤섞으려는 노력은 보였지만 대부분의 선곡이 과거의 히트곡에 머무른다는 건 프로그램을 <열린음악회>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했다. 장르나 트렌드에 대한 일관된 관점을 가지기보다는 그때그때 당대의 히트곡 중심으로 안일하게 구성한 것도, 배철수라는 진행자의 전문성을 부각시키지 못한 것도 포지셔닝에 실패한 원인이다. 무엇보다 ‘7080세대’가 옛날에 좋아하던 음악을 지금 TV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외에 그 감수성을 계승하는 현재의 트렌드를 짚어내지 못한 건 <콘서트7080>이 과거지향적인 프로그램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를테면 70년대의 포크록과 80년대의 발라드를 계승하는 현재의 밴드나 음악가, 작곡가를 소개하는 고정 코너나 기획이 병행되었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일개 프로그램에 발굴과 지원을 모두 기대할 순 없겠지만, 그게 부재할 때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콘서트7080>은 노스탤지어를 고급 취향으로 포장하며 ‘7080세대’의 취향을 박제화하고 말았다. 200회 방송보다 그 이후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건 그 때문이다. 과연 <콘서트7080>가 ‘의미있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