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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킹할 거야, 당신을 고문할 거야

리메이크되는 장르영화 8편의 오리지널 다시 보기

할리우드가 몇편의 리메이크영화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더니 앞다투어 과거의 영화들을 끄집어내면서 새롭게 만들고자 열을 올린다. 아이디어 고갈 상태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지만, 오리지널 영화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이 리메이크된다면 어떻게 변화될지를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기다린다. 상식을 초월하는 리메이크의 열풍 속에서 대표적인 여덟편의 영화를 선정, 과거 관객을 충격과 경악으로 몰고 갔던 오리지널 영화들을 소개한다.

<왼편 마지막 집> The Last House on the Left | 1972년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전설적인 데뷔작 <왼편 마지막 집>은 70년대 나온 수많은 공포영화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다. 이 영화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3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악명을 떨치는 것은 단순히 잔혹하기 때문이 아니다. 영화가 가진 불가사의할 정도의 정서적 충격이 관객을 패닉 상태로 몰아간다. 농담이 아니라 <왼편 마지막 집>이 던지는 가공할 만한 충격에 비하면, 요즘 나오는 <쏘우> <444>와 같은 잔혹 영화들은 장난에 불과하다. 그만큼 이 영화는 강하고 세다.

<왼편 마지막 집>은 익히 알려진 대로 잉마르 베리만의 <처녀의 샘>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영화의 내용은 순진한 두명의 처녀가 불량배들에게 온갖 수모를 겪다가 무자비하게 살해당하고, 그 뒤 딸을 잃은 부모의 처절한 복수의 과정을 그린다. 강간한 뒤 칼로 배를 가르고 내장을 끄집어내는 고어장면들이 흡사 실제 상황을 가까이서 목격하는 것처럼 생생하다. 이는 거친 입자의 화면과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영상 덕이다. 더욱이 부모의 복수가 시작되면 영화는 더 끔찍해진다. 믿을 수 없는 것은 이 참혹한 영화의 배경에 깔리는 서정적인 음악으로, 영상과 기묘한 조화를 이루며 충격을 배가시킨다. 영화를 보고 있는 자체가 ‘고문’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리메이크는 2009년 북미 개봉예정으로 웨스 크레이븐이 제작자로 참여한다. 그는 한 인터뷰를 통해 오리지널의 극악무도함을 배재하고 스토리를 강조한 좀더 대중적인 영화로 만들어질 것임을 강조했다.

<브이> V | 1983년

최근 몇년 사이 미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수많은 폐인들을 만들어내지만, 새로운 유행으로 보긴 힘들다. 이미 80년대에 그 조짐을 분명하게 보여준 미드가 존재했었으니. 바로 85년 국내 TV를 통해 방영된 5부작 미니시리즈 <V>가 그 신드롬의 주인공이다. 당시 전국적인 열풍을 몰고 왔던 <V>는 1화부터 극장용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거대한 스케일로 압박해왔고 물량공세에 힘입은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론 시청자가 이 드라마에 매료된 것은 비주얼이 아닌 이야기의 힘이었다. 인간과 똑같은 모습의 외계인이 실은 파충류였고, 인간을 식량으로 삼는다는 설정이 무시무시한 공포를 가져왔다.

첫화에서 외계인의 거대한 모선이 도시 위를 위협적으로 떠다니는 광경은 훗날 <인디펜더스 데이>에서 고스란히 재현되기도 했다. 전쟁과 사랑, 그리고 진한 감동을 주는 자기 희생과 인류애의 모습을 긴박감있게 묘사한 <V>는 세월이 지난 현재도 전설의 SF 미니시리즈로 기억된다. <타잔>으로 이미 유명세를 떨쳤던 마크 싱어와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소유한 파충류 외계인 다이아나를 연기한 제인 배틀러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고, 그녀가 쥐를 집어삼키는 장면은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또한 극중에 나오는 것처럼 빨간 스프레이로 벽에 ‘V'를 그려본 추억을 공유하는 이들이 지금도 득실거린다.

리메이크 계획은 <ABC>에서 진행 중이며 오리지널과 동일한 스토리가 될 것이라고. 제작은 미드 <4400> 시리즈의 스콧 피터스가 담당한다. 비교할 수 없는 기술적 우위의 시대지만 과연 오리지널의 충격을 재현할 지는 의문이다.

<피의 발렌타인> My Bloody Valentine | 1981년

막 피어오르는 연애의 설렘을 간직한 새내기 커플에게 ‘밸런타인데이’는 수익 창출의 도구로 이용된다는 상업성 논란과 상관없이 즐거운 날이다. 반면 역으로 이날만 되면 우울하게 보내는 이들도 많다. 이런 방바닥을 박박 긁는 외로운 청춘에게 반드시 권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피의 발렌타인>이다. <피의 발렌타인>은 광산 사고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한 광부가 흥청망청 파티를 즐기면서 타락한 십대들에게 분노의 곡괭이를 휘두르는 참극의 현장을 담은 영화다. 개봉 시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하게 지지 세력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싱글들의 마음을 박진감 넘치는 영상으로 표현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난도질 영화들이 흥했던 시기의 트렌드를 쫓아 제작된 <피의 발렌타인>은 깊이는 없지만 뛰어난 특수 분장과 광부 패션이라는 독특한 살인마 컨셉으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극중 등장하는 밸런타인 선물 상자에 담긴 살해당한 사람의 심장을 보여주는 장면은 대단히 강렬하다.

패트릭 루지어 감독이 연출하는 리메이크 <피의 발렌타인 3-D>는 입체영화로 제작되며, 미드 <슈퍼내추럴>의 잰슨 애클스와 <씬 시티>의 미녀 배우 제이미 킹이 출연한다. 2009년 1월16일 북미 개봉예정이다. 국내에선 내년 2월14일 즈음해서 입체영화로 볼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13일의 금요일> Friday the 13th | 1980년

어느덧 난도질 영화의 고전으로 사랑받는 <13일의 금요일>. 존 카펜터의 <할로윈>이 거둔 성공에 잔뜩 고무된 제작진들은 의기투합 피칠갑 영화를 탄생시킨다. 그들도 전혀 예상치 못했겠지만, <13일의 금요일>은 이후 10편의 정규 시리즈와 <프레디 vs 제이슨>과 같은 크로스오버 외전으로 발전했다. 이 시리즈가 박스오피스에서 긁어들인 수익은 공포영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을 정도.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은 독특하게 <13일의 금요일>의 트레이드마크인 ‘제이슨 부히스’가 활약하지 않는다. 미스터리 구조의 이야기는 크리스털 호수의 캠프장에서 벌어지는 학살극을 그리면서 살인마의 정체를 꽁꽁 숨겨준다. 놀라울 정도의 박진감 넘치는 살육 행위와 불멸의 호러스타 톰 사비니가 담담한 고퀄리티 특수분장의 세계가 난도질 마니아들을 무아지경으로 몰아넣었다. <13일의 금요일>은 당시 이례적으로 메이저사인 파라마운트가 배급을 맡아 흥행에 탄력을 실어준 것이 영화 성공의 핵심으로 분석된다.

리메이크에 대한 얘기는 오래전부터 거론되었지만 결국 마이클 베이의 ‘플래티넘듄스’에서 제작을 하며, 오리지널 영화 1, 2편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었다. 감독은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의 마커스 니스펠이 맡았으며, 2009년 2월13일 금요일 북미 개봉예정.

<코난 더 바바리안> Conan the Barbarian | 1982년

한때 두터운 팬층을 자랑했던 야만인 영화의 마스터피스로 손꼽히는 <코난 더 바바리안>. 로버트 E. 하워드의 원작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이 영화는, 애초 007과 같은 장기 시리즈로 계획되었지만 2편 <코난 더 디스트로이어>의 실패로 후속편 없이 막을 내린 불운의 작품이다. 그러나 이와 상관없이 <코난 더 바바리안>은 마초영화의 대표작으로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코난 더 바바리안>은 부족이 멸망하면서 노예가 된 한 소년이 오랜 시간 동안 신체를 단련하고 기나 긴 모험의 여정을 지나 위대한 왕이 되는 과정을 그린 판타지물이다. 야만인 영화들의 취약점이 부실한 이야기지만, 올리버 스톤이 참여한 각본은 대단히 흥미롭다. 이 영화는 단순히 근육질의 야만인들이 벌이는 피범벅 액션이 아니라, 나약했던 소년이 복수를 행하고 왕이 되기까지의 성장에 관해서 얘기한다. 가슴 뭉클한 드라마와 투박하지만 파워 넘치는 액션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의 환생 같은 아놀드의 카리스마, 여전사 발레리아로 분한 샌들 버그만의 매력, 불후의 영화 음악으로 손꼽히는 바질 폴두리스의 웅장한 스코어는 다시는 재현할 수 없는 감동의 앙상블이다.

리메이크는 현재 <러쉬 아워>의 브랫 래트너 감독이 지목되었고, 2010년 공개 예정으로 원작 소설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폴터가이스트> Poltergeist | 1982년

<폴터가이스트>는 귀신들린 집 이야기의 고전이 되었지만, 제작 당시로 보면 영화 제작 기술을 마음껏 도입하면서 첨단을 걸었던 독특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동시대 다른 공포영화들과 달리 특수효과 사용의 빈도가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이후 얀 드봉의 <더 헌티>과 같은 CG로 도배되는 귀신들린 집 영화의 효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폴터가이스트>는 평화롭게 살아가던 한 가정에 이상한 현상들이 일어나면서 가족이 위험에 처하고 이를 극복하는 모험영화의 성격도 띠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나무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특수효과들이 참신하다. 특히 영화 후반 복도를 뛰어갈수록 멀어지는 문의 효과는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토비 후퍼의 자극적인 연출 취향과 스필버그의 가족주의 색깔이 뒤섞인 오락성이 강한 대중적 공포영화로 기억된다. 반면 지나칠 정도로 간섭이 심했던 스필버그 덕분에 토비 후퍼의 마음을 상하게 했고, 공개 뒤 엄청난 흥행성공을 거두지만 도미닉 던과 헤더 오룩이 살해당하고 병으로 죽는 등의 사건, 사고가 많아서 ‘저주받은 영화’로 악명을 떨쳤다.

리메이크의 연출자는 <모래와 안개의 집>으로 주목받은 바딤 페렐만 감독이 현재 거론되며, 구체적인 제작 시기는 2009년이다. 할리우드 작가파업의 영향으로 제작이 지연된 탓이다.

<헬레이져> Hellraiser | 1987년

단 한편의 영화로 영국 공포영화가 건재함을 과시했던 클라이브 바커의 <헬레이져>. 공포소설의 대가인 클라이브 바커는 자신이 쓴 단편소설들의 영화화인 <언더월드> <로헤드렉스>가 엉망진창으로 망가지는데 분개한 나머지, 직접 연출까지 겸하며 이전까지 본 적이 없었던 독창적인 호러의 세계를 열었다. 개념을 상실한 난도질 영화에 점점 염증을 느끼던 이 장르의 팬들은 지옥의 수도승 핀헤드와 그 똘마니들의 카리스마에 무릎을 꿇었고, 예술적인 고어의 향연에 넋을 잃었다.

<헬레이져>는 비주얼도 탁월했지만 인간이 가진 추악한 욕망의 세계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야기가 단연 매혹적이었다. 여기에 할리우드 공포영화가 가지지 못했던 품격까지 더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년이 넘었지만 <헬레이져>가 가진 묵직한 작품성의 무게는 지금도 여전하다. <피의 책>과 함께 클라이브 바커의 이름을 전세계에 떨친 기념비적 작품으로 호러 역사에 굵직한 한획을 그었다.

<헬레이져>의 리메이크는 한때 감독 내정에 난항을 겪었지만 현재는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클라이브 바커가 제작자로 참여하고, <마터스>로 주목받은 프랑스 출신의 파스칼 로기에 감독이 발탁되어 팬들을 절대 배반하지 않을 것임을 공언하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I Spit on Your Grave | 1978년

자르고 불태우고 찍어 죽여라! 80년대 삐짜 비디오를 통해서 국내 영화광들을 충격과 혐오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를 간단하게 설명하는 문장이다. 초저예산으로 제작되었지만 웨스 크레이븐의 <왼편 마지막 집>과 함께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악명을 떨친 문제작으로 손꼽힌다. 영화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조용히 글을 쓰려던 한 여성이 동네 양아치들에게 처절하게 강간당하고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영화에서 묘사한 강간장면들은 끔찍하기도 하지만 광기가 느껴질 정도로 장시간에 걸쳐 집요하게 이루어져 보는 이를 힘들게 한다. 약간 과장을 한다면 영화의 절반이 강간이고, 그 나머지가 목을 매달고 찌르고 자르고 불태우는 복수 행위다.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영화로도 유명하며, 한국영화 <야누스의 불꽃여자>는 엔딩을 살짝 바꾸는 등의 변화를 주곤 그대로 카피해왔다. 결과는 오리지널의 발끝에도 못 미쳤다.

이 영화의 리메이크 계획 자체가 정말 쇼킹한 일인데, 시네텔필름스에서 판권을 획득해 진행 중이다. 제작진들은 오리지널 영화의 제작 시기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쏘우> <호스텔>에 비해서 강도가 덜하다면서 리메이크를 통해서 진정한 충격을 보여주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