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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힘을 믿는 영화 <쌍화점>
문석 2008-12-31

주진모-조인성 노출수위 지수 ★★★☆ 조인성-송지효 노출수위 지수 ★★★★ 대작 체감 지수 ★★☆

원나라의 강력한 권위가 온 나라를 지배하던 고려 말, 왕(주진모)은 꽃미남으로 이뤄진 호위부대 ‘건룡위’를 만든다. 무공이 뛰어나 건룡위의 우두머리인 총관을 맡은 홍림(조인성)은 용모까지 빼어나 ‘여자를 품을 수 없는 몸’인 왕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은 오래가지 않는다. 원은 왕의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빌미로 고려 왕실을 압박하고, 이에 부담을 느낀 왕은 홍림으로 하여금 왕후(송지효)와 관계를 맺게 해 세자를 낳으려 한다. 홍림은 왕후와 성관계를 맺으면서 이성애자로서의 자신을 발견하고 서서히 왕의 품에서 벗어나 왕후의 품으로 들어가려 한다.

<쌍화점>은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힘을 믿는 영화다. 한국적 사극보다는 그리스 비극을 연상케 하는 인물들의 대립구도를 내세우는 이 영화의 한가운데에는 성정체성의 발견이라는 요소가 자리한다. 홍림은 어릴 적부터 왕과 동성애를 즐기는데, 왕후와 섹스를 한 뒤로는 자신이 이성애자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의 맥락상 홍림은 한동안 왕과 왕후 양쪽을 만족시키는 양성애자로 살아가지만, 그의 마음이 동해서 갖는 관계는 왕후쪽이다. 이는 홍림의 입장에서는 유아기적인 성애를 마감하고 성인으로서의 성생활로 본격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이라는 숭고한 포장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세 사람의 욕망은 각각 다르다. 홍림에게 중요한 것은 육욕의 충족이다. 홍림은 성에 눈뜬 사춘기 소년처럼 사회적 책무를 잊어버리고 왕후의 육체에 탐닉한다. 그에 반해 왕은 홍림이라는 존재를 왕후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홍림의 결정적 부위를 잘라내서라도 곁에 두고 싶어하는 왕의 욕망은 성적 행위보다는 소유에 더 무게를 둔다. 왕후의 욕망은, 유추하건대 사랑의 본질에 가장 가깝다.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홍림에게 궁궐을 나가 둘이 살자고 말할 정도다.

<쌍화점>에서 연출의 힘을 찾을 수 있다면 이 엇갈리는 세 갈래의 욕망을 한 줄기의 드라마로 모아냈다는 점. 하지만 미술, 의상, 촬영 등 여타 영화적 요소까지 이야기를 위해 배치되다 보니 이야기가 삐걱대는 순간, 영화는 지루해질 수 있다. 시사회 뒤 새로 편집한 10여분이 이러한 위험요소까지 제거했는지는 개봉관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tip/<쌍화점>은 공민왕의 실제 이야기에서 유추됐다. 공민왕의 반원정책, ‘건룡위’의 모델인 ‘자제위’ 청년들과의 애정 행각, 자제위 소속 홍륜 등으로 하여금 왕비와 관계를 맺게 한 점, 그리고 왕후의 모델인 노국공주가 원나라 출신임에도 강단있는 여성이었다는 점 등은 모두 실제 역사 속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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