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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도> 코미디 버전, <유감스러운 도시>
안현진(LA 통신원) 2009-01-21

synopsis 충동적이지만 강직한 성품의 교통경찰 장충동(정준호)은 얼굴이 덜 알려졌다는 이유로 범죄조직에 스파이로 잠입한다. 특수수사팀의 청 국장은 한양식구파의 보스 양광섭(김상중)을 검거하려고 와신상담·학수고대·안달복달하던 중 이런 위험수를 던졌다. 그런데 양광섭 역시 경찰 내에 조직원 이중대(정웅인)를 침투시킨다. 대학물 좀 먹었다고 발탁된 그는, 부처님 손바닥같이 훤한 조직을 소탕하며 강력반에서 승진을 계속하고, 드디어 청 국장이 이끄는 특수수사팀에 합류해 정보를 누출하기 시작한다.

유위강의 <무간도>를 떠올려라. <유감스러운 도시>의 줄거리는, 제목이 말해주듯 <무간도>와 판박이다. 경찰과 범죄조직은 각각 상대진영에 이중스파이를 잠입시킨다. 경찰이 된 조직원이 합법의 테두리에 익숙해지고, 조직원이 된 경찰은 번뇌한다는 설정 역시 그대로다. <무간도>를 코미디로 패러디한다는 사실에 진작부터 통탄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 이 매력적인 설정은 제대로만 요리됐으면 흥미로운 결과로 재탄생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조폭코미디’라는 범주로 묶인 영화들이 보여준 모든 것을 그대로 답습하려고 한 안일함에 있다. 원작의 팬뿐만 아니라, 장르의 팬까지도 분노하게 만들 정도다.

자기반성이 아니고서야 실패한 이유를 요목조목 꼽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굳이 이 영화가 어떤 이유로 추락했는지를 살펴보자면, 너무 많은 등장인물과 상영시간 그리고 코미디의 주파수를 꼽고 싶다. 우선 인물이 너무 많다. 영화에서 이야기를 가진 인물은 주인공이면 족한데, <유감스러운 도시>의 인물들은 모두 하나씩 사연을 품고 있다. 옴니버스영화도 아니면서 캐릭터마다 고르게 시간을 분배한 탓에 극전개는 산만해졌다. ‘정트리오’라고 불리는 조폭코미디의 단골 캐스팅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에 더해 김상중, 한고은, 선우재덕, 박상민, 김대희, 윤해영으로 이어지는 눈요기도 역효과의 주범이다. 이야기가 많다보니 상영시간이 길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 그러나 2시간 가까운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을 타이밍을 알 수 없는 코미디를 보는 것은 고역이다.

영화는 유감천지다. 장충동은 인생유감을 말하고, 뉴스앵커는 시대가 유감이란다. 관객은? 영화유감이다. 조폭코미디 장르의 휴지기가 왔다고 할 수도 있겠다. 설 특수를 노리는 유일한 한국영화이고 2009년 첫 한국영화라는 개봉 상황을 고려하면, 그저 “유감스럽다”고 말하고 마는 것이 이 영화를 평하는 가장 완곡한 표현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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