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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한편의 연애지침서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이화정 2009-02-11

synopsis 연애를 꿈꾸는 지지(지니퍼 굿윈)는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 코너(케빈 코넬리)에게 애프터가 오지 않아 안달한다. 막상 코너는 섹시한 안나(스칼렛 요한슨)와의 섹스를 갈망하지만, 안나는 슈퍼마켓에서 우연히 만난 유부남 벤(브래들리 쿠퍼)에게 첫눈에 반해 코너를 외면한다. 결혼에 골인한 제닌(제니퍼 코넬리)은 직장동료 지지와 베스(제니퍼 애니스톤)의 직장동료. 연애를 갈망하는 지지와 닐(벤 애플렉)과 동거만 7년째로 동생에게 결혼을 추월당한 베스의 연애상담자 역할을 자처하지만, 막상 자신의 남편 벤은 안나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안나의 친구 메리는 이런 현실의 지지부진한 사랑을 접고 사이버상에서의 만남을 기대한 지 오래. 여기, 연애 다경험자인 알렉스(저스틴 롱)가 가세, 지지의 연애상담자로 나선다.

캐스팅으로 먼저 기선 제압을 할 속셈인지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믿어지지 않는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그것도 아주 시시한 역할로! 예를 들면 연애에는 도가 텄을 것 같은 드루 배리모어가 데이트남을 찾느라 밤새 인터넷을 뒤적거리고, 옆에만 있어도 숨도 제대로 못 쉴 것 같은 스칼렛 요한슨이 남자 한번 잘못 만나 벽장 안에 갇히는 수모를 겪는다. 제니퍼 코넬리가 바람 피운 남편 때문에 속을 끓이고, 제니퍼 애니스톤이 7년 동거남에게 청혼을 못 받아 안달하는(글쎄, 현실이긴 하지만), 불가능할 것 같은 에피소드까지 두루 섞여 있다. 제아무리 훈남 벤 애플렉이라도 브래들리 쿠퍼가 상대라고 해도 이건 판타지급 뻥이다.

다른 로맨틱 멜로였다면 공주가 됐을 이들을 이렇게까지 골탕 먹이는 것. 바로 여기에 이 영화의 핵심이 존재한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여자들의 원활한 연애를 위한 바람직한 한편의 연애지침서다. 마음에 드는 척하고서 정작 애프터 신청은 하지 않거나 결혼은 구속이라고 동거만 원하는 남자나, 뒤늦게 만난 운명이라며 바람을 합리화하는 유부남이나 모두 용납할 수 없는 여성의 적이 되는 셈. 연락 안 오는 남자를 기다리며 여자들끼리 서로 ‘그 남자가 바빠서 일 거야, 아니면 어머니가 아프셔서, 그것도 아니면 그 남자가 죽어버린 걸 거야’하며 두둔하고 착각에 빠질 일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그 남자가 당신에게 마음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시트콤 <섹스 & 시티>의 스토리 컨설턴트인 유부남 그렉 버런트가 <섹스 & 시티>의 싱글 여성 작가 리즈 투칠로의 연애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동명의 원작을 토대로 한다. 원작에 소개된 누군가 겪었을 것 같은 흔한 에피소드들을 각각의 캐릭터로 만든 다음, 그들의 관계를 친구 혹은 연인으로 설정하고 한편의 영화로 꿰어맞춘 것이다. 다종다양 연애 커플들의 향연은 마치 <러브 액츄얼리>를 보는 듯 다채롭다.

그러나 영화는 원작과 달리 멜로드라마라는 본령을 한시도 잊지 않는다. 원작처럼 다소 쿨하고 독하게 컨설팅을 하는 것보다는 각 커플들에게 행복한 결론을 안겨주는 게 급선무다. 원작의 연애 컨설턴트 그렉을 연상시키는 알렉스가 지지의 연애 컨설팅을 자처하고 나선 건 어디까지나 그녀에게 흑심이 있었기 때문이며, 동거만 원했던 닐은 이기적인 남자가 아니라 정말로 베스를 아껴주는 단 하나의 남자라는 착한 결말이 기다리는 식이다. 만약 영화가 좀더 독하게, 연애 컨설팅에서 초 금기어인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를 이야기했더라면, 지금까지 없었던 신선한 로맨틱 멜로가 나왔을지 모를 일이다. 역시 그 남자가 너한테는 관심없다, 라는 말은 차마 영화로도 꺼내놓기 힘든 혹독한 충고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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