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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렸던 인생을 찾아 떠난 여행 <사랑후에 남겨진 것들>

synopsis 아내 트루디(한넬로어 엘스너)는 의사에게서 남편 루디(엘마 베퍼)가 얼마 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것이라는 비보를 전해 듣는다. 둘은 여행을 할 겸 타지에 사는 자식들을 방문한다. 이 여행길에서 죽음을 선고받았던 남편보다 아내가 먼저 세상을 뜨는 일이 벌어진다. 남편 루디는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뜬 아내를 기억하기 위해 그녀가 평소 꿈꾸던 도쿄로 간다.

 “삶과 죽음, 사랑과 상실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가볍고 유쾌하게 다루고 싶었다. 죽음을 앞에 두고서 현재를 즐기는 것이 가능한가? 무엇이 우리를 꽃피게 하고 무엇이 우리를 시들게 하는가? 나는 이런 질문들을 영화에 담아내고자 했다.” 감독의 말이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은 1990년대 초반 귀엽고 유쾌한 영화 <파니핑크>로, 최근에는 <내 남자의 유통기한>으로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한 독일 여성감독 도리스 되리의 신작이다.

영화는 죽음 직전의 시간을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평안하게 보여준다. 무언가 새로 인생을 깨닫는 시간으로 그려낸다. 이미 선고받은 남편의 죽음보다 갑작스럽게 아내의 죽음이 먼저 찾아오는, 기이한 사건을 만들어냈지만 삶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 셈이다. 이 영화는 독일의 조그만 마을(도리스 되리가 살고 있는 알고이)에서 시작하여 베를린, 발트해를 거쳐 일본의 시부야와 긴자까지 이어지는 여행기이기도 하다. 일본에 대한 선망을 지닌 도리스 되리는 이 영화의 최종 목적지를 일본으로 정했다(그녀는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동경 이야기>에서 영화의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다). 아내 트루디가 죽은 뒤 남편 루디가 도쿄에 가게 되는데, 그곳은 부토(그림자의 무용으로 불리는 무용극) 무용수가 되고 싶어 했던 아내 트루디가 가보고 싶어 했던 곳이다. 거기에 아내없이 남편 혼자 간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은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을 겁주거나 호들갑 떨지 않는다. 그보다는 곧 떠날 남편이 먼저 떠난 아내를 생각하며 “내게 남은 그녀의 기억은 내가 죽으면 어디로 갈까?”라고 말할 때 조용한 슬픔이 가득하다. 말 그대로 간편한 차림으로 정처없이 그동안 잃어버렸던 인생을 찾아 여행을 떠난 것 같은 느낌. 트루디와 루디를 연기하는 두 배우의 연기도 볼 만하고 강요됨없이 어울리는 풍경도 좋다. “늘 일본에 가보고 싶었다. 후지산과 벚꽃을 그와 함께 꼭 한번 보고 싶었다. 남편없이 구경하는 건 상상할 수가 없다.” 이 영화의 첫 번째 대사이자 아내 트루디의 말이다. 남편 루디는 트루디 없이 마침내 후지산까지 도착하게 되는데 그는 거기서 무엇을 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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