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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불가항력의 덫들 <엘레지>

synopsis 저명한 문학교수 데이빗(벤 킹슬리)은 오래전 한번의 결혼 실패 끝에 독신이 되었고, 지금껏 완전한 자유라 여기며 많은 여자들을 만나왔다. 그중에는 자신의 수업을 들은 여학생들과의 관계도 있다. 그런데 콘수엘라(페넬로페 크루즈)를 만나자 데이빗의 모든 것이 바뀐다. 둘의 관계는 연인으로 발전하지만 그녀에게 느끼는 데이빗의 감정은 집착이 된다. 콘수엘라는 그런 데이빗의 태도를 견디지 못한다. 결국 헤어지게 되는 두 사람. 하지만 2년 뒤 콘수엘라가 문득 돌아온다. 그녀는 왜 돌아왔을까.

<엘레지>는 필립 로스의 단편소설 <죽어가는 동물>을 원작으로 했다. 우선, 니콜 키드먼이 출연했던 <휴먼스테인> 등 이미 영화화된 필립 로스의 세계와 비교해보는 방식이 있을 것 같다. 각본 역시 <휴먼스테인>을 작업했던 니콜라스 메이어가 맡았다. 한편 “필립 로스의 작품은 누구나 감추고 싶은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수많은 논쟁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의 작품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라고 감독 이자벨 코이셋은 말했다고 한다. 이자벨 코이셋은 최근 <사랑해, 파리: 바스티유편>을 연출하여 우리에게도 얼마간 익숙해진 이름이다.

이사벨 코이셋은 때때로 섬세하게 빛나는 감정을 포착한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지는 것 같은 아름다운 장면도 연출해낸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다소 평평한 연출을 한다. 데이빗이 콘수엘라를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게 되는 과정 그 사이에 삶과 죽음, 가족, 친구, 늙어감, 과거에서 찾아오는 예술의 귀환 등의 문제가 복잡다단하게 배치됐는데, 나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벤 킹슬리와 페넬로페 크루즈의 연기는 둘의 명성에 걸맞게 우아하다. 데이빗 역의 벤 킹슬리는 거의 모든 걸 도맡는다. 그는 이미 60대에 접어든 남자가 새롭게 사랑의 열병을 앓는데 어떤 것들이 필요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로 얼마 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페넬로페 크루즈는 생각보다 많은 부분 등장하지 않지만, 신비로운 여인이자 마침내는 강인한 모습까지 겸비하는 인물이다. 대학생으로 등장하는 초반부 모습은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인생의 큰 시련을 맞은 뒤에 머리를 짧게 깎고 돌아오는 후반부 장면에서는 페넬로페 크루즈만이 보여 줄 수 있는 마성의 느낌을 자아낸다(한편 큰 특징은 없지만, 영화 속 유명한 소설가이자 데이빗이 속내를 털어놓고 지내는 친구로 등장하는 인물은 데니스 호퍼가 연기한다).

<엘레지>는 원작과 감독과 배우들을 모아놓고 보면 모두 좋은 조합이다. 때때로 좋은 장면들도 들어 있다. 영화는 욕망으로 시작한 뒤, 이런저런 문제들을 옮겨다니며 삶을 살 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불가항력의 덫들에 관하여 주목한다. 그것이 찾아온다 해도 우리는 또 살아가야 한다고 어른스럽게 강변하기도 한다. 다만 그걸 영화로 충분히 표현했다고 말하기에 좀 모자란 느낌이 드는 게 문제다. 성찰은 어른스러운데 표현력이 좀 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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