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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적인 해석 <안나와 알렉스: 두자매 이야기>
강병진 2009-04-08

synopsis 엄마는 원인 모를 화재로 죽었다. 그날 이후 딸 안나(에밀리 브라우닝)는 이상한 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신병원 생활을 하던 도중 집으로 돌아온 안나를 맞는 이는 언니인 알렉스(아리엘 케벨)와 엄마의 간병인이었지만 지금은 아빠의 새 애인이 된 레이첼(엘리자베스 뱅크스)이다. 안나는 알렉스와 함께 아빠의 선택을 되돌리려 하지만 아빠의 마음은 확고하다. 어느 날 안나 앞에 엄마의 유령이 나타나 레이첼을 향해 ‘살인자’라고 소리를 지른다. 레이첼의 음모에 의해 엄마가 죽었다고 판단한 안나는 알렉스와 함께 그녀의 뒷조사를 시작한다.

한때 붐처럼 일었던 할리우드의 아시아영화 리메이크는 대부분 실망스러웠다. 할리우드 배우들을 데리고 아예 원작과 똑같은 영화를 만들려하거나, 할리우드적인 손길을 입히려다 결국 다시 원작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을 리메이크한 <안나와 알렉스: 두 자매 이야기>(이하 <안나와 알렉스>)는 결과물 자체에 대한 평가를 접어둔다면 일단 재가공 과정에서 들인 노력이 엿보이는 리메이크작이다. 명쾌와 단순을 기조 삼아 재구성한 이야기는 나름 박력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안나와 알렉스>가 원작에서 취한 것은 자매와 계모의 관계, 그리고 죄의식이 불러온 공포에 의한 반전이다. 대신 원작의 언니(수미)를 동생(안나)으로 설정하면서 자매의 구도를 바꾸었고, 뜻하지 않게 사건에 개입하게 된 인물과 유령이 새롭게 설정됐다. 호숫가의 집이 바닷가의 집으로 변신한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원작의 집이 귀신 들린 집처럼 보였다면 <안나와 알렉스>의 집은 비밀이 있는 공간이다. 원작과 비교할 때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두 소녀가 물가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하얀 발을 물에 띄우고 풍경을 감상하던 원작의 자매와 달리 안나와 알렉스는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채 망중한을 즐기다 아예 물속으로 뛰어든다. 나이에 비해 우울함이 가득했던 원작의 자매가 미국의 평범한 10대 소녀로 변신한 것이다.

무엇보다 <안나와 알렉스>는 계모의 정체를 밝히려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구조를 가미하면서 원작보다 점성이 강한 이야기가 됐다. 계모가 가진 목걸이, 그녀의 서랍에서 발견한 ‘말 한 마리는 죽일 수 있을’ 진정제, 그리고 억울하게 죽은 또 다른 아이들의 사연 등 <안나와 알렉스>는 끊임없이 단서를 늘어놓는다. 덕분에 원작의 반전을 아는 관객도 결말을 예측하기 힘든 이야기가 됐고 반전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디 아더스>나 <식스 센스>를 떠올리게 했던 원작과 달리 <안나와 알렉스>의 반전은 <유주얼 서스펙트>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결말에 다다르면 영화가 몇 가지 반칙과 ‘낚시질’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작의 반전을 할리우드적으로 해석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반전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는 과도한 믿음에서 비롯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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