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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한 전혀 다른 발언 <똥파리>

일시 4월2일(목) 오후 2시 장소 씨네코드 선재

이영화 상훈(양익준)은 용역업체 창립멤버이자 행동대장이다. 시위대든 채무자든 닥치는 대로 까부수는 더러운 성격은 용역업체 사장인 만식(정만식)도 어쩌지 못한다. 그런 상훈을 몰라보고 여고생 연희(김꽃비)는 ‘맞장’을 뜬다. 된주먹을 맞고서도 자신의 옷에 침뱉은 것을 물어내라고 상훈에게 달려든다. ‘양아치’ 상훈은 그 일로 ‘미친년’ 연희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고, 조카 형인(김희수)의 장난감을 사는 날 만나자고 먼저 전화한다.

100자평

이건 아주 쎈 영화이다. 가족, 계급, 폭력, 젠더에 관한 이야기를 극한으로 몰고간다. 이 사회에서 지금도 일상적으로 펼쳐지고 있지만 누구도 정면으로 직시하지 못한 리얼하고 참혹한 풍경을 선명한 피빛으로 그려낸다. 그러나 <똥파리>는 고발영화가 아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풍부한 감성으로 펼치는 서사는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간다. <초록 물고기>의 막동이는 가난하지만 정많던 혈연가족과의 단란한 삶을 꿈꾸다, 그의 죽음으로써 나머지 가족들이 그 꿈대로 살게 된다.

그러나 <똥파리>의 상훈은 가난 뿐 아니라 완전히 파괴된 혈연으로 피폐해져 있다. 그가 절실히 원했으나 막연하게밖에 꿈꾸지 못하였던 보살핌의 연대는, 그의 죽음으로써 나머지 사람들이 갖게 된다. 그들은 모두 정상가족의 범주로부터 소외되고 결핍된 자들이나, 비혈연의 유대 속에서 서로의 결핍을 보듬게 된다. <다섯은 너무 많아>가 그러했듯이, <똥파리>는 가족에 대하여 전혀 다른 발언을 수행한다. <똥파리>를 논하면서 양익준의 연기를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양익준의 양아치 연기는 (좀처럼 불가능해 보였던) <귀여워>의 정재영의 깡패 연기를 능가하는 신공을 보여준다. 캐릭터만으로 영화가 완성되었던 독립 단편 <인간적으로 정이 안가는 인간>에서의 그를 기억한다면, <똥파리>의 상훈 캐릭터가 온전히 그의 연기에 빚지고 있음을 더욱 실감할 것이다. 감독으로서의 양익준의 재능 역시 경탄스럽다. 이처럼 진실되고 폐부를 찌르는 감동의 영화가 (무명 배우출신?) 신인감독의 장편 데뷰작이라니! 적어도 올 한해동안 이보다 큰 발견은 없을 듯 하다. 황진미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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