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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메리칸 파이2
2001-11-27

시사실/아메리칸파이2

■ Story

파이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했던 짐(제이슨 빅스)을 비롯한 <아메리칸 파이>의 주인공들이 모두 대학생이 됐다. 여름방학을 맞은 이 다섯 친구는 최고의 추억을 만들자며 호숫가 주변의 집 한채를 빌려 다양한 ‘작업’에 들어간다. 짐은 전편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관계를 맺었던 체코 출신 교환학생 나디아(섀넌 엘리자베스)와의 뜨거운 밤을 위해 기량 연마에 나서고, 오즈(크리스 클라인)는 유럽에서 연수중인 연인 헤더(미나 수바리)와 폰섹스를 시도한다. 또 케빈(토머스 이안 니콜라스)은 옛 여자친구 비키(타라 리드)와의 관계가 복구되길 원하고, 핀치(에디 케이 토머스)는 스티플러의 모친과의 재회를 바라면서 탄트라의 세계에 빠져 있으며, 스티플러(숀 스콧 윌리엄스)는 헐떡거리며 여자들의 뒤꽁무니를 쫓는다. 그리고 모두가 기다리던 대망의 파티날이 다가온다.

■ Review 대개의 속편이 그러하듯 <아메리칸 파이2>도 근본적으로 전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전편의 캐릭터를 모두 출동시켜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엮어내야 하는 이 영화에 ‘재탕’이란 일종의 운명과도 같은 것. 이 영화에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장면들은 대부분 1편으로부터 끌어온 듯한 인상이 짙다. 전편에서 정액이 든 맥주를 마셨던 스티플러는 이젠 오줌으로 샤워를 하고, 파이에 구멍을 내다 아버지에게 들켰던 짐은 이번엔 아예 섹스하는 장면을 드러내고 만다. 짐과 나디아의 인터넷 생방송은 레즈비언으로 보이는 여성들과의 ‘게임’을 온 마을에 워키토키로 생중계하는 것으로 대체됐고, 섹스바이블은 탄트라 경전으로 변신했다. 순간강력접착제를 윤활제로 착각한 짐이 자위를 하다 손이 ‘거시기’에 붙어버리는 장면도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새롭지 않다거나 따분하기만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여전히 섹스라는 화두에 지나치게 민감하지만, 대학생활을 통해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은 탓인지 고교 시절보다는 확실히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섹스파트너가 아니라 소통 가능한 이성친구로 관계를 자리매김하려는 케빈과 비키의 이야기나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말초적인 성욕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서로에 대한 애정을 쌓아나가는 오즈와 헤더의 에피소드는 대표적인 경우. 그러고 보면 진정한 사랑이라는 세계를 향해 한발 내딛는 짐이나 탄트라의 세계에 심취한 핀치의 모습에서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넓어지고 단단해진 동생의 등을 바라보는 느낌을 받게 된다. 분출하는 섹스의 에너지로 항상 출렁거리지만 결국 나름의 균형을 잡아가는 이들의 초상은, 이미 비슷한 시기를 보냈고 앞으로도 이런 일을 겪을 우리의 그것과 별 다르지 않아보인다. 이처럼 주메뉴인 섹스 코드에 다양한 화장실 유머를 버무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칸 파이2>가 불쾌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과장은 됐을지언정 매우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동성애에 대한 명백한 혐오나 스크린 안에서 흑인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못내 거슬리긴 하지만, 순간순간 터져나오는 악의없는 유머는 밝은 표정으로 극장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준다.

문석 ssoo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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