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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임새있는 이야기의 정치스릴러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안현진(LA 통신원) 2009-04-29

synopsis 국가방위민영화 반대 법안을 추진하던 젊고 야심찬 정치가 스티븐 콜린스(벤 애플렉)의 삶은, 그의 수석보좌관이자 정부인 소냐의 죽음으로 스캔들에 휘말린다. 조급해진 스티븐은 일간지 기자이자 대학 시절 룸메이트인 칼 맥카프리(러셀 크로)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스티븐의 아내와 한때 불륜관계였던 칼은 깨진 우정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으려 그를 돕는다. 그런데 칼이 조사 중이던 의문의 총격사건과 소냐의 죽음 사이의 연결이 밝혀지면서, 국가안보를 둘러싼 비리와 음모의 거미줄이 서서히 추한 실체를 드러낸다.

2003년 영국 <BBC>가 방영한 미니시리즈를 스크린에 옮긴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짜임새있는 이야기의 정치스릴러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관객을 살해현장 2건의 목격자로 만들고, 일견 관계없어 보이는 두 사건을 조사하는 기자 칼의 행보를 따르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리고 하룻밤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두 죽음은 한번 연결점을 찾자, 정치인의 스캔들에서 국가안보시스템을 독점하려는 민간업체와 정계의 유착으로까지 확대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실마리를 좇는 칼은,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용의선상에 더해지는 많은 인물들과 그들의 추악함에 경악할 뿐이다.

“더블 치즈 버거에 칠리 프라이 2개”를 한끼에 해치우는 칼은 ‘구악’이라는 수식이 어울리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의 기자다. 그에게 살인사건 현장은 잠자리보다 익숙하고, 형사를 구워 삶아 정보를 빼내는 건 일도 아니다. 신문의 좋았던 옛날이 여전히 그리운 칼은 그래서, 블로그에 뉴스 칼럼을 쓰는 후배 여기자 델라(레이첼 맥애덤스)를 “펜은 가지고 다니냐”며 사사건건 무시하고 뭐 하나 알려줄 때조차 친절한 법이 없다. 그러나 더디게 가도 바로 가는 길을 선택할 칼은, 누구나 이야기를 만들고 또 쉽게 고칠 수 있는 우리 시대가 놓쳐서는 안될 그런 존재를 대변한다. 편집장의 마감 독촉에 콧방귀도 안 뀌는 그가 영웅인 까닭은 파낼 것 없는 진실을 향해 몸을 던지는 숭고한 직업적 사명감 때문이다.

사실 회당 1시간씩 6회에 걸쳐 펼친 이야기를 2시간 안에 구겨넣기는 무리다. 원작이 시간을 들여 쌓은 캐릭터들이 헬렌 미렌, 제프 대니얼스, 로빈 라이트 펜 같은 배우들을 기용하고도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건 그래서다. 그러나 영화는 고른 호흡으로 관객의 집중을 이끌어낸다. <로스트 라이언즈> <킹덤>을 쓴 각본가 매튜 마이클 캐너한과 ‘제이슨 본’ 시리즈를 쓰고 <마이클 클레이튼>을 만든 토니 길로이가 재구성한 이야기에, 연출과 촬영, 편집까지 모두 다 합격점 이상을 발휘한 팀플레이 덕분이다. 사멸해가는 신문산업에 대한 향수가 너무 진하다는 애정어린 질책이 말하듯, 엔딩 크레딧과 함께 새벽을 달리는 인쇄소의 윤전기 앞에서 문득 옛날이 그리워지는 사람이 당신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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