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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신작 <박쥐> 100자평
주성철 2009-05-04

일시 4월 24일(금) 오후 2시 장소 용산CGV

이 영화 수도원에서 절망적인 환자들을 돌보던 신부 상현(송강호)은 치명적인 바이러스 이브를 퇴치하기 위한 연구에 동참한다. 스스로 이브에 감염돼 사망을 선고받은 그는 뱀파이어 유전자가 들어 있는 피를 수혈받고 기적처럼 살아난다. 사람들은 그를 ‘붕대감은 성자’라 부르며 추앙하고, 이 와중에 상현은 어릴 적 친구인 강우(신하균)를 치유하게 된다. 그는 강우의 아내 태주(김옥빈)가 강우와 강우의 어머니 라 여사(김해숙)에게 오랫동안 학대받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새 태주에게 애정을 품게 된 상현은 강우를 살해하겠다는 감정을 갖게 된다.

100자평

“<박쥐>는 대단히 불균질한 텍스트이다. 죄의식과 욕망에 관한 그로테스크한 영화이면서 박찬욱 특유의(그리고 송강호로부터 즉각적으로 연상되는)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전혀 조화되지 못한 채 서로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죄의식과 욕망이라는 주제 역시 대단히 불균질한 요소들에 의해 엉기면서 출구를 향해 나아가지 못한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보여주었던 폭력의 자연사는 에밀 졸라의 자연주의 소설 <테레즈 라캥>의 세계관과 맞아떨어지지만, <박쥐>가 기괴하게 끌어들인 죄의식적 남성주체(흡혈귀 신부)는 원작의 자연주의적 의미를 훼손한다. 박찬욱은 (오이디푸스-오대수가 그러했듯이) 테레즈-태주, 라캥부인-라여사, 카미유-강우의 방식으로 서양고전의 인물들을 번안하여, 무국적의 공간에 풀어놓고 죄의식과 욕망이라는 근대적 주제의식을 변주하는데, (E.V 바이러스가 백인과 아시아인 남성만 걸린다는 대사에서 보듯이) 서구 백인 남성이라는 근대적 주체에 자기 자신을 슬쩍 끼워 넣는 박찬욱의 무의식을엿볼수있다. 주제면에서 <박쥐>의 성과가 있다면 아마도 이런 것일 게다. 하느님께서 기도를 잘 들어주신다는 상현의 기도는 결국 한치의 ! 오차도 없이 구현된다. 기독교에 내장된 메조키즘적 성격은 신앙을 극단적으로 밀고 나아갔을때, 결국 순교가 자살이 되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자살은 악마에 대한 순교'라는 대사를 상기해 보면, 결국 자기희생을 강조하는 기독교의 하느님은 악마와 동일해진다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독교의 역설도 그리 놀라운 발견은 아니며, 이 영화를 통해 아주 잘 재현하였다고 보기도 힘들다. 분명한 것은 <박쥐>가 박찬욱이나 송강호 보다는 김옥빈의 필모그래피에 한 획을 그은 영화라는 점이다. 그녀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와 간간히 섬뜩하게 드러나는 색기(色氣)와 귀기(鬼氣)는 지금까지의 그녀를 완전히 잊게 만든다. 그러나 조연으로 등장한 신하균, 김해숙 등 다른 연기파 배우들은 낭비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박찬욱 월드의 요모조모를 뜯어보는 취미를 즐기거나, 한강로의 국제빌딩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보이는 기이한 건축물을 감상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흥미를 한다발 안겨주는 영화이나, 장르적으로도 잘 빠진 재미난 영화를 기대해온 더 많은 관객들에겐 실망을 한아름 안길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황진미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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