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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맛보는 푸짐한 오락거리 <스타트렉: 더 비기닝>
정재혁 2009-05-06

synopsis 우주를 항해 중이던 함선 엔터프라이즈호는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함선의 공격을 받는다. 함장은 적과 협상을 하다 목숨을 잃고 함장의 자리를 대신한 커크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 나머지 선원들을 구한다. 그리고 이날. 커크의 부인이 아들 제임스 커크를 낳는다. 제임스 커크(크리스 파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우주 항해 훈련을 받고 엔터프라이즈호에 탑승한다. 불칸족 스팍(잭커리 퀸토)도 동승한다. 그러던 어느 날 둘 앞에 지구를 파괴하려는 네로(에릭 바나) 일당이 나타난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은 TV시리즈 <스타트렉>의 프리퀄이다. 연출을 맡은 J. J. 에이브럼스는 어마어마한 시리즈물의 맨 앞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만들었다. 영화는 주인공인 스팍과 커크의 어린 시절로 문을 연다. 그리고 이들이 어떤 운명 속에서 태어났는지를 보여준다. 커크는 엔터프라이즈호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린 아버지의 유언처럼 세상에 나왔고, 스팍은 인간인 어머니, 불칸족인 아버지 아래서 태어나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다. 이 대목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두 주축 캐릭터의 갈등 지점이다. 그리고 동시에 시리즈를 전혀 모르는 일반 관객에게도 효율적인 도입부가 된다. 감정에 의해 움직이는 커크와 불칸족의 질서인 논리로 모든 걸 사고하는 스팍은 사사건건 부딪힌다.

영화는 스팍-커크 일행과 네로 일당의 대립으로 진행된다. 로뮬란족인 네로는 불칸족의 배신으로 자신의 행성이 멸망했다고 믿는 인물이다. 그는 불칸족에 대한 복수를 감행하기 위해 미래에서 시간을 거슬러왔고 근과거에서 젊은 스팍과 대결을 펼친다. 이는 J. J. 에이브럼스가 영화를 시리즈물의 프리퀄로 설정했기에 어쩔 수 없이 동반된 맥락이지만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우주관을 관통하는 설정이기도 하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은 원작이 그랬던 것처럼 다인종, 다종족의 세계를 바탕으로 한다. 지구는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행성 중 하나일 뿐이고 우주엔 지구인과 함께 불칸족, 로뮬란족, 클링곤 등이 산다. 엔터프랑즈호만 봐도 백인과 흑인, 동양계와 러시아인, 피부가 초록색인 외계인이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 쉽게 포착된다. <스타트렉> 시리즈의 우주항해가 미래에 대한 낙관으로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이다.

J. J. 에이브럼스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간다. 커크가 늙은 스팍을 만나고, 늙은 스팍이 젊은 스팍과 조우하는 장면들은 일면 가벼운 유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은 서로 다른 시간축이 어우러진 우주관 속에서 태어난 대목들이다. 에이브럼스는 평화로운 휴머니즘을 넘어 SF 세계에서의 공존을 매우 영화적인 방식으로 재치있게 녹여넣었다. 광활한 우주에 대한 묘사부터 살아 있는 캐릭터들의 입체감, 부족함 없는 액션과 흥미있는 세계관까지. <스타트렉: 더 비기닝>은 오랜만에 맛보는 푸짐한 오락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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