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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무조건 <투모로우>를 넘어설 것”
주성철 사진 최성열 2009-05-21

윤제균 감독 인터뷰

-시간이 꽤 지났지만 크랭크업한 소감이 어땠나. =지난해 12월2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한 특수촬영이 공식적으로 마지막 촬영이었다. 그런데 후반작업을 6개월 이상 해야 하는 작업이다 보니 크랭크업할 때 전혀 홀가분하지 않았다. (웃음) 이전 내 영화들 진행할 때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거기였다. 끝나서 개운하다기보다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두세번씩 미국쪽 스탭과 화상회의를 진행했다는데. =한마디로 살벌했다. (웃음) 내가 한국 감독으로서 요구하는 부분과 그들의 자존심이 부딪히는 부분도 있고, 무엇보다 월등한 퀄리티의 CG를 선보여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가 있으니까. 어차피 같은 배를 탔고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 해도 기본적으로 팀워크는 좋았다. 매일 새벽 1시부터 1∼2시간 정도 숏 바이 숏으로 회의를 진행했는데 당연히 고성도 오가고. (웃음)

-최근 환율문제로 제작비 초과를 피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실제 프로덕션상으로는 오히려 제작비를 남긴 게 맞다. 그런데 환차로 인해 제작비가 늘어나게 됐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변수라 어쩔 수 없었는데 그 환차문제만 빼면 훌륭하게 프로덕션이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제작비의 절반이 특수촬영과 CG작업에 투여됐다고 할 수 있는데 그걸 미국쪽과 함께하다보니.

-쓰나미에 대한 공부도 꽤 했을 것 같은데. =쓰나미는 두 종류가 있다. ‘일반 쓰나미’와 ‘메가 쓰나미’. 일반 쓰나미는 물속에서 기포가 올라오면서 파도가 물결치는 해저지진의 형태라고 하면 메가 쓰나미는 물결 자체가 다르다. 수조에 있는 물을 손바닥으로 탁 치면 물이 높게 튀는 것하고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대마도나 일본이 가라앉으면 파도 높이가 최대 500m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영화도 대마도 서부가 가라앉으면서 발생하게 되는 메가 쓰나미다. 지난 동남아 쓰나미는 파도 높이가 3∼4m 정도였고 기록상으로 170m까지 갈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해운대>는 침몰로 인해 벌어지는 500m까지 표현할 생각이라. (웃음)

-해운대를 찾은 한스 울릭의 소감은 어땠나. =여름 한창때 100만 인파가 모이는 곳이라고 얘기하면서 먼저 해운대 바캉스 시즌 사진을 보내준 적 있다. 그걸 보더니 거짓말하지 말라며 어떻게 해변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냐, 이거 CG로 작업한 사진 아니냐고 했다. (웃음) 그런데 실제로 와보고는 정말 기절하려고 하더라. 그러면서 정말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무조건 <투모로우>를 넘어설 것, 이라고 얘기했고 또 계약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여름철 단위면적당 해운대만큼 놀라운 인구 밀도를 보여주는 곳이 없다. 그래서 확인한 건 아니지만 피서 시즌을 표현하기 위해 보조출연자가 가장 많은 한국영화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그 시즌에 100만 인파가 넘치는 해운대를 촬영하기도 했고.

-아무래도 당신의 전작들을 감안하면 <해운대> 역시 쓰나미 이외의 드라마가 중요할 것 같다. =영화를 쓰나미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면, 비주얼과 드라마 역시 반반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드라마는 순전히 내 몫이다. 기본적으로 <해운대> 역시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예기치 못한 재앙과 맞닥뜨린 사람들의 끈끈한 연대와 극복의 노력, 그리고 사랑 이야기까지 풍부하게 담아내고 싶다. 그리고 코미디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내 입으로 얘기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웃음) 내부 모니터 결과 다들 진짜 웃기다고 하더라. 욕이 아니라 칭찬으로 듣고 싶다. (웃음) 나 역시 새로운 장르를 시도했지만 기본적으로 ‘내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하고 작업했다.

-실제 부산 출신이라 <해운대>에 남다른 애착이 있기도 하겠다. =울적할 때 마음을 무장해제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실제로 해수욕을 하다 빠져죽을 뻔한 기억이 있는 곳도 해운대다. (웃음) 롯데가 야구를 하는 사직야구장 장면도 있다. 내가 어린이 회원 출신일 정도로 광적인 롯데 팬인데 실제로 설경구, 하지원이 사직야구장에서 응원하는 장면 찍던 날은 손민한 선발에 5회까지 5 대 0으로 지다가 극적인 대역전승을 거둔 날이었다.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주인공들이 기뻐하고 관중석이 난리가 난 장면이 영화에 그대로 담겼다. 정서적으로도 영화 속 사건과 극적으로 대비되기도 하니까 이거 영화 잘되겠다, 하는 징조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그런데 요즘엔 롯데가 너무 부진해서 정말 속상하다. 일하다가 열받는 일은 별로 없는데 롯데가 진 날은 좀…. 아무튼 조성환 선수의 쾌유를 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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