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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르몽 페랑에서 만난 한국영화
2001-02-22

모두가 한국영화를 이야기해

올해의 여러 회고전 가운데 국가별 행사는 스페인(16편)과 한국(22편)전 두 가지였는데, 관심의 초점은 한국이었다. 1992년 유럽에서 최초로 열렸던 페사로영화제의 장편 회고전에 비할 수 있는 단편영화사의 획기적인 사건으로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로페와 고낭에게 회고전을 열게 된 동기를 물어봤다.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에 소개된 한국 작품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최근 수상까지 할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지난해에 한국에 들렀을 때 한국영화의 넘쳐나는 에너지와 자국의 영화를 지키려는 영화인들의 굳은 의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스크린쿼터 문제만 해도 프랑스에선 텔레비전 쿼터에 그치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데 두 나라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단편영화가 1년에 400편씩 나온다는 데도 놀랐다.”

이번 회고전이 크게 성사된 데는 진흥위원회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 유길촌 진흥위원장은 20여명의 젊은 감독들 그리고 영진위 국제부의 직원 두명을 데리고 현지를 방문하여 영접에서 외교 문제까지 열심히 뒷바라지를 해줬고, 그 결과 영화제 참가자들과의 대화가 만족할 만큼 잘 이뤄졌다. 아무튼 감독, 배우, 제작자, 배급자 등 50명에 가까운 단편영화인들이 클레르몽 페랑에 갑자기 한국 바람을 일으켰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한국영화의 토론장에 초대된 발제자의 준비가 미비해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한 점이다.

한편 한국에서 처음으로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황규덕 감독은 “요즘 이곳 술집이나 식당에 들르면 사람들이 한국영화에 대해 말하는 걸 자주 듣게 된다. 한국영화에 대한 열기를 피부로 느낀다. 한국영화는 이제 국제무대에 오를 준비가 돼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부설 영화아카데미 교수이기도 한 황 감독은 “이번 영진위의 도움은 단편영화의 국제진출 차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자평 아닌 자평을 더하기도 했다. 그의 눈에 비친 클레르몽페랑은 어땠을까. “이곳 관객의 열성은 부산영화제와 비슷하다. 그러나 유치원생에서 노인에 이르는 여러 세대가 어울리는 진풍경은 부산에 없다. 그게 너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