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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액세서리] 10분의 축복

<텐 미니츠 트럼펫>

옴니버스영화의 함정은 그중 몇편은 꼭 이름값 못하는 졸작이 끼어 있다는 것. <텐 미니츠 트럼펫>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짐 자무시의 대체로 아름답고 얼핏 고독한 10분 덕분에 이 영화는 살았다. <텐 미니츠 트럼펫>에 4번째로 수록된 ‘실내-트레일러-밤’은 예상대로 흑백화면에 무성영화여도 상관없을 법한 간결한 상황(소리를 죽이고 들어도 무슨 내용인지 파악이 가능하다), 그리고 담배와 여자가 등장한다.

첫 장면, 어수선한 영화 촬영장의 한가운데서 촬영용 스탭 파카를 입은 한 무리가 등장한다. 그중 가운데 인물은 싸구려 털뭉치를 덧댄 모자를 쓰고 있어도 턱과 입술이 아름답다. 곧 ‘아름다운 턱’은 자신의 트레일러로 들어와서 모자를 벗는다. 클로에 셰비그니, 영화 속에서도 여배우 역할이다. 이제부터 그녀에게 주어진 단 10분의 휴식시간이 쏜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트레일러 안에는 시든 화분과 휴대용 시디플레이어, 옛날식 독서등과 블라인드에 덧댄 벨벳 커튼이 있다. 여배우의 트레일러치고는 조촐하지만 그래도 칼바람이 부는 바깥에 비하면 낙원이다. 클로에 셰비그니는 트레일러에 들어서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이고 음악을 튼다. 이제 막 담배연기를 한 모금 삼키려는 찰나 조연출이 들이닥치더니 10분뿐이니 장신구를 풀지 말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공작의 날개 같은 커다란 귀고리와 목걸이, 반지, 심지어는 이마를 가로지르는 티아라(작은 보석 왕관)까지 주렁주렁 그래도 둔 채 담배를 피우고 음악을 듣고 애인과 전화통화를 한다.

10분 동안, 그녀는 머리모양을 점검하고 마이크를 체크하고 식사 담당에게 채식 메뉴를 부탁하고 의심에 찬 애인을 설득한다. 그 시간 내내 머리에는 꼭 끼는 티아라를 쓰고 있다. 보석이 박힌 가짜 왕관을 쓰고 애인에게 “날 좀 그만 의심해”라고 말하는 여배우라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헤어담당과 음향담당, 연출 스탭은 걸핏하면 문을 두드리고 여배우는 짧은 휴식 시간마저 뺏긴다. 결국 그녀는 담배 한 개비를 못 피우고 다시 촬영장으로 나선다.

단조로운 흑백 영상이 흐르는 내내 관객은 저 여자가 곧 왕관 따위를 집어던지고 트레일러 밖으로 뛰쳐나갈 거란 기대를 한다. 그러나 그녀의 분노는 호일만 벗겨냈을 뿐 맛도 못 본 채식 메뉴의 버섯 위에 담배꽁초를 짓이기듯 끄는 것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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