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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 인권 <시선 1318>
문석 2009-06-10

<시선 1318>은 2003년 <여섯개의 시선>을 시작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해온 옴니버스 인권영화 시리즈 중 네 번째 극영화 프로젝트다. 애니메이션 <별별 이야기>와 <별별 이야기2: 여섯 빛깔 무지개>까지 포함하면 인권위의 여섯 번째 프로젝트.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는 제목에서 연상되듯 청소년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 인권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자는 뜻일 것.

<시선 1318> 안에 담긴 5편의 단편영화는 현재를 사는 한국 청소년들의 삶이 그리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요즘 아이들은 시험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병적 질환을 겪거나(<진주는 공부중>, 방은진 감독),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외국으로 유학을 가야 하고(<유.앤.미>, 전계수 감독), 아이를 키우며 학교 다니는 건 불가능하며(<릴레이>, 이현승 감독), 미래에 대한 막연한 상조차 잡아내지 못하고(<청소년 드라마의 이해와 실제>, 윤성호 감독), 이주여성 가정의 아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다(<달리는 차은>, 김태용 감독). 인권이라는 개념이 인간에게 보장된 보편적인 권리를 의미한다면 이러한 현실 속에 놓인 지금의 청소년들은 심각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이 5편은 현실을 고발하거나 뭔가를 주장하기보다는 하나같이 청소년들의 내밀한 삶을 비추고, 그들의 가녀린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그들의 평범한 삶을 보듬으려 애쓴다. 때문에 이들 영화는 ‘청소년 인권영화’라기보다는 그저 ‘청소년 영화’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결함이라기보다 오히려 미덕이다. 청소년들을 현재형으로 묘사한다는 것은 그들의 고통과 분노와 억압까지 담아낸다는 뜻일 테니까. 모든 옴니버스영화가 그렇지만, 각기 다른 감독의 개성과 취향을 맛본다는 점은 <시선 1318>이 안겨주는 보너스다. 방은진 감독과 이현승 감독이 청소년이라는 소재에 다소 직접적으로 다가선 반면에 김태용 감독은 여전히 대안가족이라는 주제 안에서 청소년을 바라보고, 윤성호 감독은 역시 재기발랄한 방법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한다.

이중 가장 마음이 가는 건 김태용 감독의 <달려라 차은>이다. 바닷가 마을에 사는 차은(전수영)은 육상에 재능이 있지만, 어느 날 학교 육상부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는다. 육상부 친구들은 코치를 따라 서울로 전학을 가지만 완고한 차은의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는다. 게다가 차은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는 차은 아버지가 재혼한 엄마가 필리핀 출신이라고 학교에 소문을 내 차은을 더욱 괴롭게 한다. 물론 거기에 굴할 차은이가 아니다. 필리핀 출신 엄마와 차은의 이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인권이라는 차원을 뛰어넘어 인간과 인간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의 본질을 탐구하는 수작이다. 특히 차은 역할을 맡은 진짜 육상부 학생 전수영양의 또렷한 눈망울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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