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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긴 머리카락 휘날리던 서양 최고의 무술스타

<킬 빌> <쿵푸>의 데이비드 캐러딘을 떠나보내며

<킬 빌>에서 암살 조직 데들리 파이퍼의 리더 ‘빌’을 연기했던 데이비드 캐러딘이 지난 6월4일 세상을 떠났다.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배우 활동을 했던 그는 신작 <스트레치>의 촬영차 머물던 한 호텔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되었다. 사인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가학적 성행위의 일종인 ‘성적 쾌감을 위한 질식’(autoerotic asphyxiation)이 원인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그가 연기했던 영화 속 인물처럼 화끈하게 살다 떠났다. 데이비드 캐러딘은 타란티노의 <킬 빌>이 나오기 전까지 국내에선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다. 그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에서 개성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서양 배우로서는 독특한 이력을 쌓아간 특별한 배우였다.

데이비드 캐러딘은 193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에서 영화배우 존 캐러딘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영화계와 인연이 깊었다. 다섯 형제 가운데 4명이 영화업에 종사를 했고 그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데이비드 캐러딘은 어느 날 갑자기 벼락 스타가 된 배우는 아니다. 액션배우로 명성을 날렸지만, 그는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에서 연기 수업을 받았고, <로열 헌트 오브 더 선>이라는 브로드웨이 연극으로 프로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1965년에는 시어터월드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유명세를 떨친 건 70년대에 방영된 인기 TV시리즈 <쿵푸>를 통해서다. 백인 배우로서 유명한 쿵후 스타가 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드라마에서 그는 중국계 혼혈인을 연기했다.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나이든 모습의 그를 기억한다면 역할을 위해서 머리를 박박 민 대머리의 모습이 낯설지도 모른다. <쿵푸>는 무술에 대한 독특한 접근을 시도한 드라마였고, 호평을 받으며 데이비드 캐러딘은 일약 B급 액션영화의 스타로 떠오른다. <쿵푸> 시리즈에는 현란한 무술이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가 내뿜는 기운은 ‘고수’의 그것이었다. <쿵푸>에서 그의 걸음은 가벼우면서도 무게가 있었고, 동작은 간결하며 기운이 넘쳐 흘렀다. 놀랍겠지만 데이비드 캐러딘은 전문 무술 배우가 아니다. 무술을 수련하지 않은 배우가 무술 스타가 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타고난 끼와 재능, 그리고 노력이 그를 가장 유명한 서양 무술 스타로 만들었다. <쿵푸> 시리즈를 하면서 데이비드 캐러딘은 무술에 깊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뒤늦게 수련을 하면서 무술 배우로서의 조건들을 충족시켜나갔다. 70년대 인기를 끈 <쿵푸> 시리즈는 이후 90년대 들어서 <쿵푸: 더 레전드 컨티뉴>라는 제목의 스핀오프 드라마로 새롭게 제작되었고, 데이비드 캐러딘은 오리지널에서 연기한 캐릭터의 손자 배역으로 다시 가세했다.

<쿵푸> 시리즈 이전인 1960년대부터 <셰인> 등 TV시리즈에 출연해온 데이비드 캐러딘은 TV 시리즈 <참드> <앨리어스>, 영화 <리지 맥과이어> <킹 오브 더 힐> <성룡의 대모험>, 최근작 <쿵푸 프리즌> <헬 라이드> 등 꾸준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외에도 출연한 작품들의 수는 방대할 정도다. 뭐니뭐니해도 한국 관객에게 데이비드 캐러딘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1, 2>로 유명하다. 영화의 주인공은 처절한 복수의 길을 걷는 우마 서먼이지만, 데이비드 캐러딘은 그에 못잖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킬 빌> 이후 캐러딘은 시대의 아이콘으로 다시금 주목을 받는다. 대개 그가 연기했던 캐릭터의 재생산이었지만, 팬들은 그의 재기를 환영했다.

죽는 순간까지 신작 영화 촬영의 의욕적인 삶을 살았던 캐러딘은 생전 5번의 결혼과 4번의 이혼을 했고, 칼리스타 캐러딘과 캔자스 캐러딘 두딸과 아내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제 팬들이 할 일은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보고 또 보면서 추억하는 일일 뿐이다. 편히 쉬시길.

<킬 빌 1,2> Kill Bill: Vol. 1, 2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서히 내리막길을 탄 데이비드 캐러딘을 21세기 팝 컬처 아이콘으로 부상시킨 타란티노의 역작. <킬 빌>은 암살 조직의 일원으로 활약하다 잠적한 브라이드(우마 서먼)가 조직의 처절한 응징을 받고 피의 복수를 행하는 70년대식 익스플로이테이션무비로 타란티노 그 자신이 보고 열광했던 B급영화들의 정서를 집대성한 괴물 같은 영화다. 60년대 마카로니 웨스턴의 스타일을 차용하는가 하면, 어느새 홍콩 쿵후영화의 세계로 넘어가 있고, 일본 시대극과 사무라이, 심지어 괴수와 SF영화들의 숱한 명장면들을 재현하며 스크린을 피로 물들인다. 화려한 액션과 주옥같은 선곡이 전달하는 아련한 추억의 감성,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B급영화 팬들을 무아지경으로 몰아넣었다.

데이비드 캐러딘은 <킬 빌>에서 엄청난 매력을 발산한다. 조연임에도 화면에 등장하지 않는 순간까지 그의 그림자는 영화를 지배한다. 이색적인 것은 암살조직의 리더 ‘빌’로 분했지만, 실제 그의 액션은 거의 없다는 점. <쿵푸>에서 연기했던 캐릭터를 멋지게 재활용한 타란티노의 역량이 눈부시다.

<죽음의 경주> Death Race

B급영화의 제왕 로저 코먼이 제작을 맡고, 폴 바텔이 연출을 맡은 박력 카레이싱 영화. 지난해 개봉했던 제이슨 스타뎀 주연의 <데스 레이스>의 오리지널 영화이기도 하다. <죽음의 경주>가 가진 매력은 파격적인 카레이싱의 설정이다. 사람들은 스포츠에 열광하고 갈수록 자극을 추구한다. <죽음의 경주>는 극단적인 스포츠의 일종이다. 우승을 노리는 5팀의 레이서들이 죽음을 걸고 시합에 임하지만, 이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죽음의 경주>가 지금까지도 컬트영화로 대접받는 것은 레이싱 과정에서 일어나는 엽기적인 상황 때문이다. 레이서들은 도시를 질주하면서 파괴를 일삼고, 사람을 치어 죽이면 그만큼의 포인트가 착착 올라간다. 과격한 내용과 폭력묘사, 블랙유머가 한데 어우러진 <죽음의 경주>는 B급영화 특유의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데이비드 캐러딘은 이 영화에서 카리스마 가득한 레이서 프랑켄슈타인을 연기한다. 최고의 레이서로 <쿵푸> 때와는 다른 터프한 매력을 발산한다. 데이비드 캐러딘은 훗날 리메이크 영화에서 ‘프랑켄슈타인’의 목소리 연기로 참여하기도 했다. 보너스로 이 영화에는 무명 시절의 실베스터 스탤론이 레이서로 분해 데이비드 캐러딘과 경쟁을 벌인다.

<쿵푸> Kung Fu

데이비드 캐러딘의 출세작이자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쿵푸>는 미국 <ABC>에서 1972~75년 3년에 걸쳐 방영된 TV시리즈로 3시즌에 걸쳐 방영되었고, 총 62화로 구성되었다. 서양 TV드라마로서는 독특하게 ‘쿵후'를 소재로 하고 있어 시청자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철학적인 깊이를 지녔다. <쿵푸>는 소림사에서 중국 무술을 배운 남자가 미국 서부시대를 여행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액션드라마다. 데이비드 캐러딘은 이 작품에서 중국인의 피가 섞힌 혼혈인 ‘콰이 창 케인’으로 나왔고, 잘 다듬어진 육체와 강인한 인상의 마스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뜻밖이겠지만 <쿵푸> 시리즈의 매력은 액션이 아니다. 이 드라마에서 액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서부시대를 여행하는 정체불명의 남자를 알아가는 것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조금씩 주인공의 과거가 드러나는 가운데 캐러딘에게 매료된다. 제목이 ‘쿵푸’여서 화려한 액션에 큰 기대를 하겠지만, 사실 쿵후장면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무술의 본질과 불교의 신비로움이나 정신세계를 다룬다. <쿵푸>에 매료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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