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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레드메인] 야망 따윈 필요없어
김도훈 2009-07-17

<세비지 그레이스>의 에디 레드메인

주근깨에다 빼빼 마른 빨강머리의 영국 남부 중산층 소년. 에디 레드메인의 외모는 뭐라 이의를 달기 힘들 만큼 영국적이다. 성은 또 어떻고. 레드메인이라니. 이런 요상한 성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영국적인 패션 브랜드 버버리가 한때 에디 레드메인을 모델로 내세웠던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82년생인 레드메인의 성장 과정 역시 아주 전형적이다. 사립교 이튼 출신에다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예술사를 전공했고, 대학 시절에 이미 런던 최고의 극장인 팔라디움에서 셰익스피어극을 공연했다. 레드메인의 요상한 이름이 본격적으로 할리우드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로버트 드 니로가 연출한 <굿 셰퍼드>부터다. “드 니로 영화라고는 <미트 페어런츠>밖에 몰랐죠. 요즘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는 질문에 <라이온 킹>보다는 나은 이름을 댈 수 있도록 노력 중이에요.”

레드메인은 <엘리자베스> <골든 에이지> <천일의 스캔들> 같은 영국 사극에도 출연했지만 그가 무슨 역을 맡았는지 기억하는 관객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엄마 역의 줄리언 무어와 한 남자를 공유하고 섹스까지 하는 젊은 부르주아 미소년 안토니를 연기한 <세비지 그레이스>는 신인배우 레드메인의 강력한 한방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야심을 가질 만도 한 나이에 이 친구는 “거대한 야망 따위 없는 게 저의 장점”이라고 말한다는 거다. 그러다가 연기자로서의 생애가 내일 끝난다면? “제 나이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굉장한 경험을 했다는 추억은 남겠죠.”

가장 일해보고 싶은 감독으로 레드메인은 파벨 파블리코프스키를 꼽는다. 대체 그게 누구야. 검색을 해봤더니 <사랑이 찾아온 여름>이라는 영화로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적 있는 폴란드계 영국 감독이다. 전도유망한 신인배우라면 마틴 스코시즈나 구스 반 산트 정도의 이름은 내놓아야 그럴듯해 보일 것을. 불안한 마음에 차기작을 살펴봤더니 <세브란스>의 크리스토퍼 스미스가 연출한 호러영화 <검은 죽음>(Black Death)이다. 재밌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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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GAM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