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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정신 사이에서 순환하는 한 인간 <플라스틱 시티>

synopsis 브라질 상파울루의 빈민가에는 중국 이민자 유다(황추생)가 지배하는 구역이 있다. 그는 브라질에 들어올 때 밀림 속에서 아들 키린(오다기리 조)을 주워 지금껏 키웠고 그에게 빈민가 조직의 왕좌를 넘겨주려고 한다. 그즈음 주변에서 유다의 구역에 손을 뻗치는 사업가와 정치가가 생겨나고 유다는 그들과의 결탁을 거절하고 궁지에 몰리게 된다. 아버지 유다가 그들의 손에 무너지자 아들 키린은 복수를 결심하고 세를 규합한다.

지아장커의 촬영감독으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천상인간> <명일천애>등을 만들어 감독으로도 연출의 역량을 과시했던 유릭와이의 신작이다. 놀라운 것은 이 영화의 무대가 되는 곳이 중국이 아니라 브라질이라는 점이다. 유릭와이가 관심을 보여왔던 정신적 이산민의 문제는 이 영화에서 좀더 분명한 무대배경을 갖게 된 것이지만, 영화적 면모에서 <플라스틱 시티>는 이전 유릭와이의 영화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유릭와이는 말한다.“브라질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먼 곳이다.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온 나로서는 브라질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은 나의 유토피아적인 이상향이다.” 영화의 이런저런 구체성을 위해서 시나리오 작업에는 브라질인이 동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유릭와이는 이 영화를 전에 없이 현란하고 무질서한 이미지의 연쇄로 배치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상파울루를 찍는 카시오 바스콘셀로라는 사진작가의 사진에서 색감 등 많은 분위기를 전수받았으며 애니메이션도 과감히 삽입된다. 홍콩 갱스터 무비의 브라질 버전이라는 예상을 넘어서서 영화는 점점 더 어떤 신화적인 구역으로 돌진해 들어간다. 전반부가 상파울루에서 벌어진다면 후반부의 일부는 밀림을 향한다. 이야기도 처음에는 다소 단순하다가 후반부는 난해하다고 말해야 하는 수준까지 치닫는다. 유릭와이는 “전반부가 순차적인 러브스토리 중심의 전개라면 후반부는 좀더 심리적이고 초현실적인 접근을 취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갱스터와 경찰간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 즉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사이에서 순환하는 한 인간의 조건에 대한 저항과 도전이다”라고 표현했다.

유다 역을 맡은 황추생은 그가 얼마나 무국적적인 히어로이며 신화적 인물상에 어울리는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고, 늘 연약한 짐승과 냉철한 사이보그 그 어딘가의 이미지를 발산하는 오다기리 조 역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가 어지럽게 얽혀 있으며 정리되지 못했다는 느낌을 주는 건 분명하다. 그 때문인지 이번 개봉 버전은 처음 완성본에서 20분가량을 줄인 버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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