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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영화의 룰을 충실히 따르는 영화 <국가대표>
문석 2009-07-29

synopsis 전라북도 무주가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나서면서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급조된다. 방 코치(성동일)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청년 차헌태(하정우)를 비롯해 스키선수 출신들을 선수로 끌어들인다. 약물파동을 일으킨 전력을 가진 사고뭉치 흥철(김동욱), 아버지의 반대가 극심한 재복(최재환), 할머니와 동생 봉구(이재응)를 돌보기 위해선 군대에 가지 말아야 하는 칠구(김지석) 등 다양한 사연의 선수들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월드컵 대회에 출전한다.

영화 초반부, 방 코치는 선발된 선수들로부터 ‘왜 우리를 국가대표로 선발했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의 대답은 단순하다. “더이상 쓰레기로 살지 말라고.” 방 코치의 말처럼 주인공들은 쓰레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열패감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헌태는 미국에서 알파인 스키선수로서 성공하지 못한 채 한국으로 들어왔고 흥철과 재복, 칠구는 스키선수의 꿈을 접은 채 소시민의 삶을 꾸려간다. 그렇게 살아가던 그들에게 방 코치가 제안한 ‘국가대표’라는 지위는 비루한 삶을 떨칠 기회를 제공한다. 국가대표 선수로 유명해져 자신을 버린 어머니가 자신을 찾게 만들려 하는 헌태를 비롯해 방 코치의 딸 수연의 사랑을 얻으려는 흥철, 아버지로부터 삶과 사랑을 인정받고자 하는 재복, 군대 면제를 받아 귀가 들리지 않는 할머니와 모자란 동생을 부양하려는 칠구까지 모두에게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은 희망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그러니까 <국가대표>의 인물들도 다른 스포츠영화의 주인공처럼 다른 팀이나 선수보다는 ‘쓰레기’ 같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훈련과 경기에 임하는 것이다.

<국가대표>는 스포츠영화의 룰을 충실히 따르는 영화다. 자동차 위에 발을 붙인 채 자세를 익히거나 리어카에 앉아 균형감각을 숙달시키는 초반부는 <쿨러닝>이나 <킹콩을 들다>가 그랬듯 코믹한 정서 속에서 캐릭터를 소개하는 과정이고, 선수 사이에 불신이 쌓이고 일이 틀어지곤 하는 중반부는 위기감을 고조시키며, 후반부의 극적인 승부의 순간은 <록키>나 <더 레슬러> 같은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대표>가 핵심적으로 틀어쥐는 무기는 멜로드라마 또는 신파적 감수성이다. 인간승리의 드라마일 수밖에 없는 스포츠영화의 특성을 고려하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국가대표>가 멜로드라마를 사용하는 방식은 다소 구태의연하다. 가장 긴장감이 넘쳐야 할 순간에 의도가 뻔하게 보이는 복선을 깔아놓고 태연하게 감동의 드라마를 자아내려는 영화의 의도는 그리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국가대표>에는 확실한 매력도 존재한다. 스키점프 장면 말이다. 거대한 도약대를 빠른 속도로 통과한 선수들이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은 찌든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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