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BBC 다큐멘터리 <미어캣의 모험>
김도훈 2009-08-05

synopsis 모래바람이 시종일관 불어젖히는 남아프리카 칼리하리 사막에서 미어캣 ‘콜로’가 태어난다. 겨우 50cm에 불과한 콜로는 미어캣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지만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늘에서는 마샬 독수리가 날카로운 발톱을 펼치고 미어캣들의 집을 노리고, 땅에서는 코브라가 한입 식사 거리를 찾아다닌다. 밤에는 커다란 사자 무리가 미어캣의 집 주위를 돌아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콜로의 형이 독수리에게 잡혀가고, 콜로는 다른 미어캣 무리들과 영역 싸움을 벌이다가 집으로 가는 길을 잃는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포유류를 꼽으라면 미어캣은 분명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게다. 식육목 사향고양잇과에 속하는 미어캣은 다 자라도 50cm에 불과하고 서른 마리 정도가 한 가족을 이뤄 공동체 생활을 한다. 미어캣을 유명하게 만든 건 두발로 완전히 서서 가슴과 배에 햇볕을 쬐거나 천적의 동태를 살피는 습관이다. 고양이와 족제비를 섞어놓은 듯한 귀여운 포유류 무리들이 사람처럼 똑바로 서서 주위를 둘러보는 모양새는 넋이 나갈 만큼 귀엽다.

<미어캣의 모험>은 자연 다큐멘터리에서라면 세계 최고인 영국 <BBC> 다큐멘터리팀이 제작한 영화다. 제작진은 미어캣의 습성을 연구한 뒤 그에 기반한 기본 줄거리를 설정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카메라 앞에서 미어캣들이 자연스럽게 행동하도록 몇달에 걸쳐 미어캣 무리의 근처에서 지내고, 30cm에 불과한 미어캣들을 제대로 화면에 담기 위해 굴 속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제작진의 치밀한 노고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펭귄: 위대한 모험> <지구>와는 달리 특정한 줄거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아동 관객들의 몰입도도 훨씬 좋을 듯하다.

한국 수입사는 원전에 들어 있는 폴 뉴먼의 내레이션(이 영화는 뉴먼의 유작이기도 하다)을 제거하고 <주주클럽>의 작가가 쓴 한국어 더빙 대사를 채워넣었다. <BBC> 다큐멘터리는 절대 동물에게 대사를 입혀 의인화하지 않는다. 그건 기본적으로 자연 다큐멘터리의 본분을 망각한 행위이며, 특히 아동에게 동물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을 심어준다. 불행히도 한국에서는 더빙 버전만 상영한다. <개그콘서트>의 유행어를 케로로처럼 외치는 미어캣들의 대사를 견뎌야만 한다는 소리다. 추후 발매될 DVD에는 폴 뉴먼의 내레이션 버전도 삽입될 예정이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