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인간 내면 자체에 주목한 산악스릴러 <하이레인>
장미 2009-09-09

synopsis 과거 연인이었던 끌로에(파니 발렛)와 기욤(라파엘 렌글레), 그리고 프레드, 까린느는 고교 동창이다. 이들 넷과 끌로에의 현 남자친구 로익(요한 리베로)까지 5명의 남녀가 발칸반도 리스니야크산 암벽 등반에 나선다. 해당 루트가 폐쇄됐음을 알리는 표지판을 무시하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 이들은 아찔하지만 아름다운 발 아래 풍경에 넋을 빼앗긴다. 유독 로익만이 그 높이에 두려움을 느끼면서 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이들 일행은 곧 절벽 사이를 연결한 ‘악마의 다리’에 도달하고, 쇠줄 하나에 목숨을 걸고 다리를 건너던 중 까린느가 위험에 처한다.

돌아갈 길은 사라졌다. 악마의 다리가 무너지면서. 설상가상으로 간신히 몸을 의탁했던 로프마저 끊어져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 끌로에와 기욤 일행이 멈춰선 곳은 깎아지른 절벽. 하나로 뭉쳤던 다섯 남녀는 어쩔 수 없이 흩어지고, 곧 이들을 사냥하려는 누군가가 나타난다. 가서는 안될 길에 발을 들인 이들은 금기를 깨뜨린 죄로 처벌받게 마련이다. <하이레인>은 기본적으로 산악스릴러라 부를 만한 영화지만, 자연이 선사하는 공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내면 자체에 주목한다. 산은 이들을 고립시키고, 폐쇄된 루트 안에서 간신히 감춰둔 불쾌한 감정들이 날을 세운다.

갈등의 중심은 삼각관계의 꼭대기에 위치한 끌로에다. 그녀를 각별히 아끼는 로익은 기욤의 합류를 처음부터 탐탁지 않아 한다.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면서 언행 역시 거칠어진다. 끌로에의 관심을 다시 한번 끌고 싶은 기욤의 눈에도 로익은 눈엣가시다. 끌로에는 그녀 나름대로 자신의 실수로 숨을 거둔 소년에 대한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프레드는 이 산이 금지된 구역임을 알면서도 친구들을 이끈 장본인이고, 까린느는 그의 실종으로 정신을 거의 잃을 지경이다. 전반부의 핵심이 고립과 그로 인한 갈등이라면, 후반부의 그것은 사냥이다. 정체 불명의 인간 사냥꾼이 덫과 활, 함정 등으로 그들을 쓰러뜨리고, 간신히 살아남은 이들은 추위에 떨면서 산속을 헤매다 그의 오두막에 도착한다. 지하실에서 잘린 남자의 머리가 툭 튀어나오는. 이후부터 슬래셔영화의 분위기가 강해지는데, <하이레인>을 <클리프 행어>보다 <버티칼 리미트>에 더 가까운 영화로 만드는 것도 후반부다.

암벽등반 신을 좀더 실감나게 연출하고자 프랑스영화 사상 최초로 레드 원 카메라를 이용해서 찍었다. 발칸반도 리스니야크산에선 실제로 3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유없이 실종됐다고 한다. 1997년 친구 사이인 다섯 일행이 해당 지역으로 암벽 등반을 떠났다 실종된 사건을 토대로 만들었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