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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노래뿐 아니라 캐릭터도 살려낼 거다
강병진 사진 오계옥 2009-09-18

케이블 사상 최고 시청률 기록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의 김용범 PD

영화 <해운대>의 1천만 관객을 체감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50%에 이르는 시청률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가 기록한 6% 이상의 시청률은 어떤가. 케이블 사상 최고 시청률이라는 이 수치는 전혀 다른 세상의 기록으로 보인다. 다만 포털 사이트와 각종 연예 게시판을 뒤덮는 게시물이 체감을 돕는 중이다. 지난 7월24일 방송을 시작한 <슈퍼스타 K>는 9월4일 첫 생방송 이후 탄식과 경탄을 동시에 낳았다. 자신이 지지한 출연자가 떨어져 안타깝고, 붙어서 기쁘다.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과의 유사성 지적은 당연히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3명의 심사위원이 심사를 할 때는 ‘심사 기준이 도대체 뭐냐’는 댓글이 달렸고, 총점수 가운데 시청자 투표점수를 70%씩이나 반영하는 생방송 때는 ‘이래서 실력으로만 평가할 수 있겠냐’는 불만이 나왔다. 환호든, 비판이든, 논란이든, 어쨌든 <슈퍼스타 K>는 지금 화제의 중심이다. 기대 이상의 시청률과 날아드는 말 속에서 연출자인 김용범 PD도 정신없이 살고 있는 중이다. 1주일 중 집에서 자는 날이 하루밖에 되지 않는다는 그를 일터인 Mnet 사무실에서 만났다. 시간을 내준 게 고마울 정도였다.

-첫 생방송을 했다. 반응이 좋은 편은 아니다. =시스템상 무리가 많았다. 그래서 더 완벽한 쇼를 준비 중이다. 시청자가 감정이입을 해야 응원도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요소가 어떤 게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아이들도 초긴장 상태다. 같이 합숙할 때는 즐겁고 행복했는데, 이제는 진짜 탈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사장은 심사위원단에서 왜 빠졌나. =사실 처음 계획할 때부터 마지막 2, 3회 쇼에만 출연하기로 했었다. 약속대로 가는 거긴 한데, 지금 YG에 신경 쓸 일이 많아 고민이 많은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번에 윤종신씨가 들어간 것처럼 다양한 카드를 넣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했다.

- 생방송은 너무 서두르는 것 같더라. 임창정의 진행이 이상하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사실 그가 진행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도 여유가 없었다. =뒤로 갈수록 더 서둘렀다. 6%란 시청률이 가지고 있는 부담이 컸다. 생방송 망하면 큰일난다 싶어서 긴장을 많이 했다. 임창정에게도 여유를 주기가 어렵더라. 약속된 방송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데, 그의 패턴상 프리하게 두면 너무 프리해서…. (웃음)

-<슈퍼스타 K>는 어떻게 기획됐나. =내부 논의는 3년 전부터 했다. Mnet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첫 시작이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지만, 음악채널로 시작했던 곳 아닌가. 음악으로 더 많은 감동을 주고 센세이셔널하게 갈 수 있는 아이템을 궁리한 거다. 그때마다 매번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국내에서 터진 오디션 프로그램이 없었다. 게다가 큰 스폰서 없이는 할 수 없어서 매번 준비했는데, 매번 엎어졌다. (웃음) 그러다 다행히 스폰서를 잡았다. 항상 지적사항으로 나오는 두부회사 있지 않나. (웃음) 올해 초에 다시 꾸려서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아메리칸 아이돌>을 벤치마킹하는 건 필수적이었나.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럴 수밖에 없다. <아메리칸 아이돌>은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이면 다 참조했을 거다. 3인 체제의 오디션 포맷이 그만큼 완성도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처음에 부담스러워서 못한다고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하면 무조건 망한다는 게 정설이라…. 그러다 내가 자주 하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생각한 거다. 감동 코드라는 게 토속적이기는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거니까.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중에서는 가장 성공한 포맷이었던 <악동클럽>을 다시 봤다. 음악적인 부분보다 캐릭터를 많이 살렸더라. 그러면서 우정이라든가 가족문제 같은 기본적인 가치를 녹일 수 있는 구성을 찾아본 거다.

-오프닝 타이틀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영국 <엑스팩터>의 오프닝 타이틀과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참고한 건 아니었다. 제목이 슈퍼스타라서 우주에서 별이 떨어지는 식의 구성을 했던 것이다. 그런 유사성에서 좀더 차별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못한 건 죄송스러운 일이지만, 프로그램 제목이 가진 의미에서 고민했던 거였다. 생방송부터는 타이틀이 조금씩 변할 것이다. 이미 첫 생방송에서 톱10의 모습들을 채워서 다시 만들었다.

-이 정도 반응을 예상했었나. =전혀 못했다. 목표가 2%였다. 주위에서는 그 정도만 나와도 박수받는다고 했다. 나는 오디션받다가 누가 심장마비로 쓰러지지 않는 이상 어떻게 2%가 나올 수 있냐고 했었다. (웃음)

-형식은 비슷하지만 출연자들의 사연을 발굴하는 게 <슈퍼스타 K>의 특징이다. <아메리칸 아이돌>이 출연자의 개성을 부각한다면 <슈퍼스타 K>는 출연자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드러낸다. 그들의 사연은 어떻게 찾았나. =형식상 사전조사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원서를 자세히 만들었다. 기본사항 외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 세 가지와 내 인생의 고비 세 가지를 쓰게 했다. 대충 쓴 친구들도 많았는데, 20대 이상의 응모자들은 정말 자세히 쓰더라. 대부분 가수가 되고 싶은데 될 수 없었던 사람들이다. 그중에서 구구절절한 사연은 오디션상에서 인터뷰를 했고, 합격하면 다음날 따라붙어서 촬영했다. 지금 방송에 다 담지 못한 것도 많다. 꼭 넣고 싶었던 부분 중에서도 10개 정도는 날아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민감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털어놓는 점이 놀라웠는데, 낯설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만큼 변했나 싶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이런 인터뷰에 응하면 붙을 수 있을까란 막연한 기대를 하지 않았을까 싶더라. =출연자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붙여줄 테니 인터뷰하자는 식으로 강요한 건 없다. 그들이 지원서에 써놓은 사연만 가지고 인터뷰했다. 트랜스젠더 출연자 경우도 가장 행복한 순간이 남자친구를 만난 거라고 해서 같이 출연해줄 수 있냐고 제의를 한 거였다. 흔쾌히 수락하더라. 얼굴이 나와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방송 즈음에 이 커플이 헤어졌다. 방송을 해도 괜찮은지 물어봤는데, 상관없다고 해서 방송에 나간 경우다.

-혹시 기획사에서 소속 가수를 오디션에 밀어넣은 뒤 로비를 한 경우는 없었나. =처음부터 보이지 않는 손의 영향은 배제하고 갔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고민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심어놔야 하는 건 아닐까 싶더라. 예전에 선배들이 하던 말이기도 했다. 그럴 경우 프로그램의 탄력도 잃고, 심사위원들에게 먹칠을 하는 게 되겠더라. 그렇게 손을 떼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스토리가 있는데도 못 건진 출연자도 생겼다. 그런데 그 때문에 개성있는 톱10이 꾸려질 수 있었다. 심사위원들의 역량이 큰 역할을 했는데, 기획사에서 트레이닝을 받아 획일화된 친구들은 모두 떨어뜨린 거다. 정제된 친구들은 딱 티가 나더라.

-<아메리칸 아이돌>도 그렇지만 심사위원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섭외는 쉽게 했나. =설득하는 과정은 힘들었다. 다들 부담스러워 했다. 안 좋은 소리를 하면서 떨어뜨려야 하는 일이니까. 특히 이효리씨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그냥 그저 그런 애들 나와서 어설프게 갈 수밖에 없냐고 하더라. 우리가 <패밀리가 떴다> 촬영장에 가서 사정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음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취지에 대해서 공감해줬다. 지금은 애들에게 푹 빠졌다. 이번에 떨어진 이진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방송 뒤에 울고 있으니까 달래면서 한참을 이야기하더라. 매니저한테 번호 따놓으라고 하고…. (웃음)

-결국 <슈퍼스타 K>는 사연이 구구절절한데, 뛰어난 실력을 가진 출연자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구조에 딱 들어맞았던 김현지가 떨어졌다. 덕분에 리얼한 성격은 살았지만,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안타까웠을 것 같더라. =김현지가 좋은 카드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심사위원에게 입김을 넣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떨어졌을 때는 아쉽더라. (웃음) 편집에서는 잘랐는데, 사실 <믿음>을 부른 뒤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을 다시 불렀다. 심사위원 입장에서는 좋긴 좋은데, 앞부분 노래가 약하니까 반신반의한 거다. 이 장면에서 말이 많더라. 편집상의 오점 때문이었다. 양현석 사장이 “너무 프로페셔널하다”고 평가했는데, 도대체 심사기준이 뭐냐는 반응이 나온 거다. 사실 그 이야기는 김현지의 제스처가 너무 오버처럼 보였다는 말을 돌려서 이야기한 거다. 내가 편집해놓고도 아차 했던 부분이었다.

-‘여인천하’팀이 <심장이 없어>를 부를 때, 이효리가 눈물을 흘렸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노래의 감동을 느끼고 싶었는데, 결국 이효리의 눈물만 봐야 했다는 것이다. 음악 프로그램과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계에서 어느 쪽에 위치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 같더라. =정말 고민되는 부분이다. 취사선택을 정확히 해야 하는데, 놓친 부분도 있고 얻어 걸린 부분도 있다. 그 장면을 편집할 당시만 해도 이 프로그램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았다. 만약 반응에 대한 확신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노래 부르는 장면으로 넘겼을 거다. 그때는 좀더 시청자를 이입시켜야겠다고 판단했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나중에 재방송으로 다시 봤는데, 내가 봐도 노래 부르는 장면을 보고 싶더라.

-전체적으로 진행이 매우 빠르다. 케이블 채널이란 특성상 눈길을 잡아놓으려는 방식이겠지만, 좀더 많은 사람의 노래와 사연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것도 고민이다. 사실 내 페이스가 원래 빠르다. 이번에는 천천히 하고 싶었다. 그런데 예산 때문에 정해진 회차를 늘릴 수 없었다. 매번 2시간 분량으로 편집했다가 60분짜리로 줄였다. 우승자가 MKMF 행사에 출연해야 하기 때문에 회차를 지켜야 하는 이유도 있다.

-앞으로도 생방송 공연에는 출연자들의 리얼리티 방송 부분이 들어가나. =조금씩 나올 거다. 합숙생활을 강조할 거다. 기존 오디션과 달리 노래만 가지고 감동을 주기보다는 불충분한 캐릭터를 살리는 쪽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제 점점 날카로워진 아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톱10에서 톱8, 톱6로 갈수록 공연에 참가하는 출연자가 줄고, 당연히 분량도 줄게 된다. <아메리칸 아이돌>은 과거 우승자나 실제 뮤지션의 공연 등으로 채운다. <슈퍼스타 K>는 어떻게 될까. =기본적으로 공연은 점점 화려해질 것이다. <아메리칸 아이돌> 같은 구성은 아니더라도 특별한 뮤지션과의 조인트 무대도 있을 것이다. 다른 데에서 볼 수 없었던 가수도 등장할 텐데, 누가 등장할지는 지금 말 못한다. 이전 오디션에서 기억에 남았던 분들이 나올 수도 있고, 톱10이 함께 모이는 자리도 있을 수 있다. 가능성은 열어두는 중이다.

-방영보다도 종영 뒤가 중요할 것 같다. 우승자가 이후에 어떤 스타가 되는지 결과물이 나와야 이후의 시즌2도 기약할 수 있을 테고. 프로듀서로서 가진 바람은 무엇인가. =물어본 대로 꼭 스타가 나왔으면 좋겠다. 우승자가 아니어도 <슈퍼스타 K>와 연동될 수 있다면 더이상 바랄 게 없다. 김현지나 정은우가 스타가 될지도 모르지 않나. 일단 우리는 방송 뒤에 애프터서비스를 확실히 할 계획이다. 다른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결과물이 흐지부지되거나 너무 늦게 나왔다. <영재육성프로젝트>에서 선발된 조권이나 선예도 이제야 등장하지 않았나. 우리는 철저히 혜택을 줄 거다. 인기 스타가 나오지 않으면 내가 붙어서 따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도 찍어야 할 판이다. 다행히 지금 기획사들의 주선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이건 적지 말아 달라. 탈락자 중 한명인 000는 심지어 연기자로 키우고 싶다는 요청도 있다. 이번에 떨어진 이진과 박재은은 일단 CJ미디어의 <택시>에 출연하기로 했다. 아직은 전부 노출시킬 수 없다. 방송이 끝나면 기획사들과 붙일 거다. 거기까지가 우리의 일인 것 같다.

-만약 시즌2가 제작된다면 그때도 연출할 건가. =못한다. 너무 힘들어서…. (웃음) 내가 원래 몸무게가 90kg이었는데, <슈퍼스타 K>를 하면서 10kg이 빠졌다. 방송이 끝나면 요요현상이 올까 걱정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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