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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대중적인 타란티노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김도훈 2009-10-28

synopsis 여기 몇몇 거친 인간들이 있다. 2차대전이 한창이던 시절. 유대인 미군 알도 레인 중위(브래드 피트)는 복수의 신념으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유대인들을 모아 ‘개떼들’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나치 점령 프랑스로 향한다. 유대인 사냥꾼 한스 란다 대령(크리스토프 왈츠)에게 가족을 잃은 여자 쇼사나 드레퓌스(멜라니 로랑)는 자신이 운영하는 극장에서 시사회를 여는 나치들을 제거할 음모를 꾸민다. 그리고 여기에 독일 여배우 브리지트 폰 하머스마르크(다이앤 크루거) 등 여러 인물이 타란티노 스타일로 얽혀든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펄프 픽션>이다.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며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각각의 인물과 챕터를 개별적으로 음미하도록 만들어진 영화다. 당연히 인물도 많고 말도 많고 사건도 많다. 물론 여기에도 클라이맥스가 있기는 하다. 알도 레인 일당과 쇼사나는 제3제국 프로파간다 영화의 시사회에서 아돌프 히틀러, 요제프 괴벨스 등의 나치 우두머리들을 모조리 날려버릴 계획을 각각 진행 중이다. 그러나 파편적인 인물과 플롯이 폭발하듯 만나는 클라이맥스 따위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파편만 주워담으며 즐기기에도 2시간30분이 벅차다.

역시 예상했겠지만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타란티노식의 찬양이기도 하다. 타란티노의 영화 중에서 가장 영화적 인용이 많은 영화는 아니다. 다만 일반 관객도 알아차리기 용이한 영화적 인용이 가장 많은 영화다. 다시 말해 <킬 빌>이나 <데쓰 프루프>가 오로지 영화광들을 위한 70~80년대 B급영화들의 인용으로 넘쳐났다면,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일반 관객에게 익숙한 2차대전 영화의 관습을 모사하거나 비트는 재미로 가득하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 <펄프 픽션>을 깨고 타란티노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 수익을 전세계에서 기록하는 이유도 그 덕분일 것이다. 아주 대중적인 타란티노 영화다.

브래드 피트의 연기가 딱히 타란티노와 잘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능글능글한 매력이 재미있고, 프랑스 여배우 멜라니 로랑과 독일 배우 다니엘 브륄의 뒤틀린 로맨스도 궁합이 잘 맞는다. 가장 끝내주는 배우는 올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크리스토프 왈츠와 다이앤 크루거다. 크리스토프 왈츠의 언어유희는 어안이 벙벙할 지경인데 다이앤 크루거의 목졸려 죽으며 파르르 떨어대는 다리 연기(‘발연기’를 말하는 게 아니다!)도 그에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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