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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에 앞서 아쉬움이 먼저 남는 영화 <닌자 어쌔신>
이화정 2009-11-25

synopsis 고아 소년 라이조는 비밀 닌자 양성집단 ‘오즈누’파에 거둬져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며 인간 병기로 키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자유를 갈망하며 조직에서 탈출을 감행하다 무참히 살해된 첫사랑 소녀로 인해 라이조의 마음도 변한다. 조직을 탈출한 라이조(정지훈)는 조직을 와해할 복수를 준비한다. 한편, 정치적 암살사건 추적 중에 닌자 조직의 정체를 알아차린 유로폴 요원 미카(나오미 해리스)가 이들의 실체를 파헤치려 나선다. 라이조는 닌자의 표적이 된 미카를 도와 자신의 분노를 폭발시킨다.

<닌자 어쌔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건 배우 정지훈의 개인사에서 운명적인 만남이기도 하지만, 한국 배우가 ‘워너브러더스’의 로고가 뜬 영화에 메인타이틀로 등장하는 첫 영화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의미를 가진 영화이기도 하다. 정지훈은 <엑스맨 탄생: 울버린>의 대니얼 헤니나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의 이병헌의 매력적인 악당과는 다른 선상에서 할리우드의 문을 노크했다. 영화의 성공 여부를 떠나 적어도 한국 관객에게 <닌자 어쌔신>은 필요 이상의 관심과 혹평도 감내해야 할 운명의 작품이란 뜻이다.

애석하지만 <닌자 어쌔신>의 드라마투르기는 형편없다. 조직에 배신당한 라이조의 분노가 아무래도 설득력이 없다. 잦은 플래시백으로만 처리된 어린 라이조의 감정은 관객이 반응할 정도의 울분이 되지 못한다. <닌자 어쌔신>의 절반은 그래서 실패다. 남은 희망은 볼거리다. 액션장면의 연출은 그런대로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정지훈의 연기가 무예보다는 곡예에 가깝다는 게 좀 거슬리지만, 이 정도면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는 데 성공적인 수준이다. 액션 연출에 관한 한 스탭들의 면모도 빠지지 않는다. 제작자 워쇼스키 형제의 동양 무술에 관한 애정을 고스란히 반영한 듯 할리우드 무술감독을 필두로 홍콩, 타이, 한국 등 아시아권의 무술인들이 대거 스탭으로 참여하여 동양적 색채가 짙은 장면을 연출, 호기심을 자아낸다.

정작 이 영화의 발목을 잡는 패인은 액션 시나리오가 정교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동양의 무예에 대한 관심에 비해 닌자 조직의 스승과 제자가 가지는 복잡한 이해는 부족한 식이다. 최상의 스탭과 테크놀로지를 감당하려면 지금보다는 좀더 면밀한 액션 시나리오가 필요했다. 아마 그랬더라면 이 영화가 한국 관객뿐 아니라 할리우드 시장에서 가지는 의미도 격상됐을 것이다. 마지막 부분, 동양의 무술 집단을 인터폴의 총질이 일거에 싹쓸이해버리는 것만큼 이 장르의 팬들에게 황당한 결말도 없을 것이다. 비판을 쏟아붓는 데 앞서 아쉬움이 먼저 남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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