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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인간의 탐욕 <사람을 찾습니다 >
이영진 2009-12-16

synopsis 부동산을 차려놓고 매일 화투판을 벌이는 원영(최명수)은 제 분을 참지 못할 때마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규남(김규남)을 가두고 구타한다. 흠씬 두들겨맞고서도 규남은 다음날이면 원영의 부동산에 들러 잃어버린 개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받아간다. 개를 찾는다는 전단이 덕지덕지 나붙은 이상한 동네. 애완견 실종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개를 잃어버린 주인 중에는 자식보다 애완견을 아끼는 원영의 동거녀 인애(김기연)도 있다. 또 얼마가 흐르고, 어찌된 일인지, 개를 찾는다는 전단 대신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전단이 붙어 있다.

시작부터 좀 각오해야 한다. 첫 장면. 한명의 남자가 또 한 남자를 껌 씹듯이 팬다. 개처럼 물라고 해서 규남은 원영을 문다. 그랬더니 원영은 주인도 몰라본다면서 규남을 때린다. 다음 장면은 대낮, 방 안이다. 한명의 남자와 한명의 여자가 엉겨붙어 있다. 원영은 인애의 젖가슴을 붙잡고 발을 애무하는 중이다. <사람을 찾습니다>에서 폭력과 섹스는 일종의 배설물이다. 매일 먹고 싸는 것처럼 그들은 매일 때리고 매일 한다. 이때 폭력과 섹스의 양태가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놓쳐선 안된다. 폭력은 섹스처럼 보이고, 섹스는 폭력처럼 보인다.

섹스 같은 폭력과 폭력 같은 섹스가 점점 강도를 더하면서, 진짜 착시가 등장한다. 이번엔 개와 사람의 뒤바뀜이다. 개를 찾습니다, 라는 전단지가 사람을 찾습니다, 라는 전단지로 바뀌는 건 그냥 영화 속 설정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잃어버린 개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동안, 더 나아가 개가 아니라 사람들이 하나둘씩 실종되는 동안, “개만도 못한 사람들이” 득시글거리는 세상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개 같은’ 규남이 더 ‘개처럼’ 변해갈 때 원영이 쓰고 있던 사람의 탈 또한 스르르 벗겨진다. ‘개 조심 하세요’, 가 아니라 이렇게 말해야 맞다. ‘사람 조심 하세요.’

물론 허기진 인간의 탐욕을 과잉 묘사로 끝까지, 그것도 쉬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불편한 장면이 없진 않다. 하지만 중의적이고 동시에 반어적인 대사와 사운드만큼은 맛깔나게 귀에 날아와 박힌다. 규남이 ‘눈깔에 힘줄 때’(더이상은 말하기 곤란하다) 또로록 떨어지는 약숫물! 최명수, 김규남 두 배우의 살기 넘치는 표정 또한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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