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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show] 영화 찍으려고 스케줄 비워놨어요
진행 조민준(한겨레 esc 기자) 사진 최성열 2009-12-18

청년필름의 대표 겸 감독 김조광수, 뮤지컬 배우 조정석을 만나다

“젠장, 정신 차려. 바보처럼 서 있지 말고. 빌어먹을 그들은 우릴 짓밟아버릴 거야.”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커튼콜 넘버 <Totally Fucked>의 구절이다. 이 박력 넘치는 선동은 극중 120년 전 청교도 고등학교의 냉혹한 무대로부터 단숨에 당대의 현실을 환기한다. 그렇게 참으로도 변하지 않은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고 스스로에게 솔직하고자 하는 이들은 끝없이 반복되는 사춘기를 살아내야만 한다.

저녁 공연을 앞두고 다시금 그 열정의 점화를 기다리던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텅 빈 무대에서 여전히 사춘기를 살고 있는 것 같은 두 사람이 만났다. 두 번째 연출작 <친구사이?>의 작업을 마친 청년필름 대표 겸 영화감독 김조광수, 그리고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사춘기의 표상과도 같은 캐릭터 ‘모리츠’ 역을 맡아 장기공연 중인 배우 조정석이 그들. 고루한 편견과 권위에 맞서 고단한 싸움의 나날을 이어가던 감독에게, 배우는 “나이가 들어도 철딱서니 없이 살고 싶다”고 화답했다.

김조광수: 힘들지 않으세요? <스프링 어웨이크닝> 공연한 지도 꽤 됐는데.

조정석: 6개월 다 되어가죠. 장기공연은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헤드윅> 때도 힘들었지만 그때는 다른 형들과 더블·트리플 캐스팅으로 나눠서 했거든요. 이번에는 원 캐스팅이잖아요. 그래서 (김)무열이 빠질 때 고충이 있었어요. 무열이와 계속 연습하면서 맞춰왔었는데 공연 중에 캐스팅이 바뀌었으니까요. 그에 반해 제가 맡은 모리츠 역할에서는 (육)동욱이가 언더스터디(임시 대역배우)로 저 대신 무대에 선 적이 한번밖에 없어요.

김조광수: 정석씨도 과거에 언더스터디를 해본 적이 있나요?

조정석: 없어요.

김조광수: 엘리트 배우잖아. (웃음) 사실 언더스터디 입장에서는 내심 정석씨가 아프기를 바랄 수도 있을 텐데.

조정석: 예전에 <그리스> 할 때 제 역할의 언더스터디를 친구가 맡았어요. 반 농담으로 가끔 그런 이야기를 듣곤 했죠. ‘너 좀 안 아프냐’고.

김조광수: 사실 요즘 공포영화를 준비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잠시 그런 상상을 약간 했어요. 메인 배우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언더스터디의 저주. (웃음) 농담이고요. 근데 이 정도로 오랫동안 공연한 적이 있었나요?

조정석: <그리스> 때도 8개월 동안 공연했었는데요. 같은 장기공연이라도 그때와 지금은 느끼는 게 다른 것 같아요. 그때는 갈수록 좀더 능숙해지는 쪽이었거든요. 그래서 나쁘게 말하면 매너리즘적으로 변했던 부분도 있었어요. 나중에는 연기 타이밍만 재고 몸에 익은 대로 딱딱 갔으니까요. 그런데 <스프링 어웨이크닝> 하면서는 매번 바뀌어요.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만, 어떻게 해야 내가 생각하는 모리츠에 더 가까워질지, 어디서 힘 빼고 숨 고를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런 것들이 재미있어요. 초기에는 노래할 때마다 매번 100의 에너지를 쏟았거든요. 잽, 잽, 스트레이트가 나와야 하는데 스트레이트만 연발하다 보니 모리츠가 묵직하고 과격한 아이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조광수: 사실 모리츠는 감정에 충실한 귀여운 아이일 수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체력적인 걸 떠나서 이런 역할에 6개월씩 빠져 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어요.

조정석: 에너지 소모가 많죠. ‘일찍 죽으니까 편하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데(웃음), 제 입장에서는 줄곧 에너지를 붙들고 놓지 않으려 하니까요.

김조광수: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때는 어떻게 해요?

조정석: 중·후반쯤에 제가 우울증에 시달린 적이 있어요. 모리츠에 너무 빠져서요. 어느 날 극중에서 모리츠가 죽고 퇴장하면서 분장실 제 자리까지 가는데 계속 펑펑 울고 있는 거예요. 집에 갈 때도 계속 눈물이 났고요. 그때 (조)여정이가 공연을 보러 왔는데, ‘너무 빠지지 말라’고 이야기해주더라고요. 할 때는 몰입해서 연기하더라도 끝나는 순간 털어버리면 좋겠다고. 계속 그 감정을 이어가는 것도 연기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본래 유쾌한 너의 삶은 아니지 않느냐고. 그 말을 듣고 나서 많은 부분이 정리되었어요.

김조광수: 영화배우들은 아무리 몰입해도 그 신을 끝내고 나면 어떻게든 털어낼 수가 있는데, 공연은 그 순간이 매일 반복되니까요.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에서는 어느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가 가장 힘들었나요?

조정석: <헤드윅>도 좀 셌고요. 지금의 모리츠도 그래요.

김조광수: 저도 조정석이라는 배우를 발견한 작품이 <헤드윅>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 <헤드윅> 주연을 맡은 배우들이 예쁜 얼굴들은 아니잖아요. 송용진씨도 그렇고, 조승우씨도 그렇고, 지금 윤도현씨도 <헤드윅>을 한다고 해서 되게 궁금한데, 그렇게 예쁘지 않은 배우들이 트랜스젠더 역할을 맡는다고 해서 어떨까 싶었어요. 이런 위화감을 없애려면 엄청난 집중도를 관객에게 선사해야 하는데, 정석씨가 그걸 해내더라고요. 에너지가 있어도 그걸 못 뿜어내는 배우들이 있는데, 정석씨는 에너지를 좍 뿜어낼 수 있는 배우인 것 같아요. 정석씨는 본인이 멋있다고 느끼나요?

조정석: 저는 멋있다는 말을 들으면 되게 어색해요. 이건 겸손한 게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역할이 멋있으면 제가 그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멋있어져야 하잖아요. 그런 경우가 아니면 제가 멋있다는 생각을 별로 못해요. 게다가 지금은 머리가 이래서. (웃음) 사생활이 힘들어요.

김조광수: 아, 공연 때문에 옆머리를 쳐서?

조정석: 네, 처음에는 도저히 납득이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머리를 자르기 전에 이유를 확실히 듣고 싶다고 물었어요. 외국 스탭들도 다 있는 자리에서요. 일단 이건 청교도 학생들의 헤어스타일을 과장스럽게 표현한 것인데, 모리츠는 1막에서 한쪽으로 넘기고 2막에서는 빳빳이 세우잖아요. 1막에서 한쪽으로 넘긴 것은 고민과 생각이 많은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하더라고요. 잠을 자려고 해도 고민은 계속 떠오르고, 한쪽으로 누워 생각하다 그렇게 잠드는 거죠. 그리고 2막에서 머리를 세운 것은 죽음을 앞두고 나름대로 단정하게 정리한 모습이래요. 그래서 소꿉친구 일세가 머리를 건드리려고 해도 못 만지게 하죠. 하지만 저에게는 그 이유들이 크게 와닿지 않는. (웃음)

김조광수: 정석씨 데뷔연도가 언제죠?

조정석: 2004년요.

김조광수: 그럼 제가 <헤드윅>에서 배우 조정석을 발견한 것이 그렇게 늦은 편이 아니네요.

조정석: 네, 왜냐하면 제가 02학번이에요.

김조광수: 삼수했다고.

조정석: 네, 딴짓거리하다가.

김조광수: 딴짓거리 많이 한 배우들이 연기 잘해요. 저는 영화제작자로 10년 넘게 활동하다 지난해부터 연출을 해보겠다고 해서 영화를 한편씩 만들고 있어요. 제작자로서 배우를 볼 때와 감독으로서 배우를 볼 때의 느낌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특히 이른 바 딴짓거리 혹은 껌 좀 씹었다는 배우들은 끌어낼 것이 많아서 그런지 연기가 좋아요. 그런데 왜 잘나가는 주연급 배우가 조연을 맡았을까요? 참말인지는 모르겠는데 인터뷰를 살펴보니 <스프링 어웨이크닝> 대본 읽자마자 ‘모리츠는 내 거야’라고 했다는데.

조정석: 네, 모리츠가 더 끌렸어요. 그런데 요즘은 공연하면서 멜키어 역할을 내 식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해요. 모리츠가 비범하고 일반적인 성향을 가진 친구가 아니라서 배우로서 구미가 당기는 건 확실한데, 영민하고 똑똑하지만 급진적인 멜키어의 매력을 요즘 더 느껴요. 그래서 지금 멜키어 역을 맡고 있는 주원이에게도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김조광수: 탐내고 있어요?

조정석: 탐내봤자 이미 늦었고요. 그냥, 멜키어 역을 내가 한다면 상황마다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라는 것이 머리에 계속 떠올라요.

김조광수: 그래도 모리츠 때문에 상도 받았잖아요. 올해는 정말 여한이 없을 것 같은데요. 하고 싶었던 역할도 따냈고 그걸로 상까지 받았으니.

조정석: 상은 정말 생각도 못했어요. 후보가 너무 쟁쟁했잖아요. (이)건명이 형, (유)준상이 형, (최)민철이 형에 (김)수용이 형까지 올라와 있었으니까요. 전혀 기대하지 않아서, 수상소감도 어떻게 말했는지 기억이 안 나요. 그냥 동료들 이름만 부르다가 끝냈어요. 지난해 신인상 받을 때만 해도 나름 기대가 있어서 준비를 좀 했었는데, 이번에는 어머니께 감사드린다는 말도 못했어요. 좀 서운해하셨죠.

김조광수: 어머니랑 친한가봐요. 공연도 자주 보러 오시고?

조정석: 네, 학교 다닐 때는 한번도 보러 오신 적이 없으세요. ‘쟤가 음악한다고 설치더니 이젠 또 연기냐’ 하시며 곱지 않게 보다가, 제가 돈을 벌겠다고 결심하고 좋은 기회도 얻게 되자 다시 보셨나 봐요. 데뷔작이 <호두까기 인형>이었는데 그 공연 때 저를 보러 처음 오셨어요. 그런데 보시고는 막 우셨어요. 앙상블로 이 역할 저 역할 오가면서 춤도 열심히 추고 텀블링까지 하고 이러니까 ‘어휴~’ 하시면서.

김조광수: 안쓰러우셨구나. <헤드윅>이나 <스프링 어웨이크닝> 보시고는 뭐라고 하세요?

조정석: 저희 어머니 연세가 일흔하나시거든요. 그럼에도 감각이 되게 좋으세요. 작품 분석력도 뛰어나고 제가 연기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정확히 아시고요. <헤드윅> 보시고서도 “자살할 때는 두려움에 휩싸이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 평온한 감정도 들지 않을까?”라는 디렉션까지 해주시고요.

김조광수: 감각이 굉장하시네. 보통은 왜 그런 배역 맡느냐고 하실 텐데. 트랜스젠더 역할인데다 무대에서 노출도 있잖아요.

조정석: 그래도 어머니께서 제일 재미있게 보신 건 <펌프 보이즈>였어요. 왜냐고 여쭤봤더니 “다른 건 스토리 따라가느라고 정신없었는데, <펌프 보이즈>는 그냥 웃겼어”라시며.

김조광수: 그렇죠. 관객하고 직접 호흡하기도 하고. <펌프 보이즈> 연출한 이지나씨와 정석씨가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분 무대에서 정석씨도 빛이 난달까요. 연기한다기보다 신나게 노는 느낌. 공연 안 할 때 평상시에는 뭘 하세요?

조정석: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공연 없을 때 많이 챙겨보고요. 공연장에서는 항상 사람들과 부대끼잖아요. 그래서 혼자 있는 걸 즐겨요. 혼자 차 마시면서 책 보고, 음악 듣고 그러죠.

김조광수: 영화가 좋아서 연기를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영화 출연은 왜 안 하고 있나요?

조정석: 사실 기회가 몇번 있었어요. <바람피기 좋은 날> 캐스팅 때도 (김)혜수 누나가 추천해줘서 감독님까지 만났었어요. 감독님도 마음에 들어하셨다고 했고요. 그런데 그때 <헤드윅> 시즌3 공연을 하고 있었거든요. 다른 작품도 아니고 <헤드윅>이어서 포기할 수 없었던 거죠. <고고70> 때도 승우 형이 추천해줘서 거의 할 뻔했는데 또 <이블데드>가 걸렸고요. 그래서 내년에는 일부러 뮤지컬 스케줄을 잡지 않고 있어요.

김조광수: 단편영화를 찍어본 적도 없나요?

조정석: 네, 무열이도 그러더라고요. 단편 몇번 찍어보면 훨씬 도움이 될 거라고.

김조광수: 제가 이번에 연출한 단편(<친구사이?>)이 12월에 개봉하는데요. 그 영화 캐스팅 진행할 때 정석씨에게 대본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캐스팅 디렉터 말이 스케줄이 꽉 차 있어서 안될 거라는 거예요.

조정석: 내년에도 상반기까지는 스케줄이 있는데, 하반기에는 비워놨어요.

김조광수: <스프링 어웨이크닝> 이후에는 어떤 뮤지컬이 잡혀 있어요?

조정석: 막심 고리키의 <밑바닥에서>. 창작 뮤지컬이에요. 임철영 선생님이 연출하시고 좀더 원작에 가까워요.

김조광수: 오래 기다린 만큼 좋은 영화를 만나야 할 텐데.

조정석: 승우 형이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야, 작품 좋으면 하고, 안 좋으면 하지 마.”

김조광수: 맞아. 그거죠 뭐. 그런데 방금 성대모사한 거야?

조정석: 비슷하지 않나요? 승우 형 약간 애늙은이 같잖아요.

김조광수: (웃음) 맞아요. 저는 <와니와 준하>라는 영화를 승우랑 같이 했었어요. 그때는 승우가 정말 어렸잖아요. 그런데도 (김)희선씨와 (주)진모씨 셋이 함께 있으면 승우가 제일 어른스러웠어요. 혹시 정석씨도 콤플렉스 같은 게 있나요?

조정석: …키?

김조광수: 키가 콤플렉스인가요? 승우도 작잖아요.

조정석: 예전에 승우 형이 <지킬 앤 하이드> 할 때 분장실에서 분장해주던 분들끼리 이런 이야기하는 걸 들었대요. “조정석 괜찮지 않냐?” “괜찮지. 근데 키가 작아서….” 승우 형이 분장하면서 듣고 있다가 버럭한 거죠. “왜 키 얘기해?!” (웃음)

김조광수: 승우보다는 정석씨가 좀더 큰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뭐 어때요. 톰 크루즈도 작잖아요. 그런데 키는 콤플렉스라고 말하기 그런 것 같고.

조정석: 진짜 콤플렉스는 없는 것 같아요. 뭐 하나에 너무 빠져버리는 성격 빼고는요. 그래서 미드 같은 것도 피해요. 제 생활이 없어질까봐. 무열이가 가끔 <슈퍼내추럴> 같은 미드가 재미있다며 빌려주겠다 그러는데 ‘나 그거 보면 밤새워’ 그러고 거절하죠.

김조광수: 원래 그런 스타일이에요? 여자한테도.

조정석: 아니, 여자한테는 안 그래요.

김조광수: 슬쩍 찔러봤는데 비켜가시네.

조정석: (웃음) 여자한테는 안 그러고요. 연기 욕심이 많다보니 그런 부분에서 저를 충족시켜주는 영화를 만나면 완전히 빠져요. 그래서 하룻밤에 영화 네편씩 보기도 해요.

김조광수: 혼자 영화제를 하시는구나. 영화관에도 혼자 가는 걸 즐기나요?

조정석: 네, 주위에서는 그러죠. 왜 혼자 가냐고. 저는 혼자 못 가겠다는 사람이 더 웃겨요.

김조광수: 맞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화관에 혼자 잘 안 가니까 특히 남자 관객이 별로 없잖아요. 여자분들은 혼자도 가고 여럿이도 잘 가는데, 공연도 그렇잖아요. 대부분 여성 관객이고. 그러다보면 여성들에게 좀더 어필해야겠다고 신경 쓰지는 않나요?

조정석: 데뷔 초반에는 그랬던 것 같아요. 제 이름과 얼굴을 조금씩 알려야 했을 때. 지금 와서는 너무 어린 생각 같아요. 선배들이 보기에는 아직 어려 보이겠지만, 서른살이 되면서 그릇이 조금 넓어진 것 같아요.

김조광수: 뮤지컬 신인배우 중에는 정석씨를 대단한 선배로 생각하는 이들이 또 얼마나 많겠어요. ‘조정석이랑 공연 같이 한다’고 좋아하고.

조정석: <스프링 어웨이크닝> 같이 하는 후배들한테서 그런 이야기를 좀 들었는데요. 함께 공연하면서 환상이 다 깨졌대요. (웃음)

김조광수: 아무튼 영화를 해도 정석씨는 잘하리라 믿어요. 많은 관객이 쳐다본다는 게 카메라 한대로 바뀔 뿐이니까. 그리고 공연은 연기자 몫이 크잖아요. 무대에서는 연기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건데, 영화는 연출자 몫이 큰 것 같아요. 조정석이 연기한 어떤 컷을 연출자가 골라주는 거잖아요. 서로 믿으면 잘될 거예요.

조정석: 학교 다닐 때 송혜숙 선생님한테 지도를 받았어요. 연극 연습할 때 야단도 많이 맞았고요. 그때 선생님께서도 저에게 영화 연기를 하라고 권하셨어요. 그래서 추천도 해주셨는데 뮤지컬에 빠진 거죠. 조금 걱정도 돼요. 무대 연기와 카메라 연기가 다르긴 하니까요. 제 연기 톤이 무대에 맞게 바뀌었을까봐.

김조광수: 무열씨도 뮤지컬에서 자연스럽게 넘어왔잖아요. 대형 뮤지컬만 계속해왔다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국립극장 출신 배우들이 영화에서 국립극장식의 발성을 하면 안되듯. 하지만 정석씨는 작은 뮤지컬을 주로 해왔고 관객과 호흡하는 연기, 현실적인 연기를 보여줘왔으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될 거예요. 감독이 잘 끌어주겠죠.

김조광수(1965년생)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 1998년 청년필름(주)을 설립하여 현재까지 대표이사직을 역임하고 있다. <해피엔드>(1999), <와니와 준하>(2001), <질투는 나의 힘>(2002), <귀여워>(2004), <분홍신>(2005), <올드미스 다이어리_극장판>(2006), <은하해방전선>(2007) 등을 제작했으며 2008년부터 연출에 데뷔, <소년, 소년을 만나다>(2008), <친구사이?>(2009)의 메가폰을 잡았다.

조정석(1980년생)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졸업. 2004년 <호두까기 인형>으로 뮤지컬 데뷔 이후, <그리스>(2005), <올슉업>(2006), <헤드윅>(2006), <이블데드>(2008), <내 마음의 풍금>(2008) 외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으며 2009년 7월부터 연말까지 <스프링 어웨이크닝> 장기 공연 중. <내 마음의 풍금>으로 한국뮤지컬대상 신인남우상을,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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