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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욱] 술주정만 24번 하는 곤경이라니…
이영진 사진 오계옥 2009-12-25

<나는 곤경에 처했다!>의 민성욱

<나는 곤경에 처했다!>의 선우에겐 3종 특기가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엎어져 자기, 술 취하면 욱해서 시비 걸기, 정신 차린 뒤 미안하다며 무릎 꿇기. 전날 과음으로 여자친구 부모와의 상견례 약속을 펑크 내고, 백수도 지구를 지킨다며 횡설수설하고, 실연을 선고받고서야 무릎 꿇고 빌며 울먹이는 이 남자. 아마도 그와 겨룰 수 있는 경쟁자는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의 정형돈 정도가 아닐까.

“비리비리한 아이들이 더 어울리겠네.” 오디션을 보긴 했으나 민성욱은 선우 역할이 자신에게 돌아오리라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극중 선우는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인이지만 주위에 손 벌리기 바쁜 한심하고 철없는 백수. ‘주연을 따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였지만, 민성욱은 선우가 자신과는 ‘너무 멀다’고 느꼈다. “대개 이미지 캐스팅을 많이들 하니까. 그런데 나중에 소상민 감독님이 <늘근도둑 이야기>를 직접 보러 오셔서 같이 하자고 하셨죠.”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소심하고 비겁한 선우의 외양을 만들기 위해 그는 일부러 운동도 끊었다. 집을 나와 일산에 따로 거처를 마련하고 ‘방콕’ 수련도 했다. “쉽지 않은 문어체 대사를 외우다”가 심심하면 극중 선우처럼 시를 써서 감독에게 보내기도 했다. “무책임한 캐릭터인데. 너무 잘하면 미운 사기꾼처럼 보일 것 같아서. 액션보다는 주로 리액션에 신경 썼죠. 여자친구를 대할 때는 좀 하이톤으로, 선배를 대할 때는 좀 편하게 늘어지는 식으로.”

민성욱은 <마르고 닳도록>을 시작으로 극단 차이무에서 쭉 활동해왔다. 내년이면 정식 연극배우로 10살이 된다. 차이무 식구들과 형, 동생 하는 아버지(서양화가 민정기)를 따라 <비언소>를 본 뒤 배우가 되겠다고 맘먹고, 고등학생 때부터 극단을 놀이터 삼아 다녔다. 그 덕에 “술도 일찌감치 배웠”다. “대학(용인대학교 연극학과) 입시 때도 차이무 최덕문 선배께서 실기 과외를 직접 해줬어요.(웃음)”

<남자의 향기> <비단구두> <우아한 세계> <키친> <작은연못> 등에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술주정하는 장면에서 24번의 테이크를 치러야 했던” <나는 곤경에 처했다!>에서야 영화의 맛을 조금 느꼈다는 민성욱. “내년에 베를린영화제에 가는데 좀 들뜨네요. 첫 해외여행이거든요.” 영화제 나들이 뒤에 밀려들 ‘허무함’을 그는 <생연극2010>을 준비하며 채울 계획이다. “무대에서 즐겁게 놀다보면 이런저런 인연과 기회가 또 찾아오겠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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