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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의 道] 동족들 엿 먹이는 놈들

<아바타>

제임스 카메론은 누구보다 일찍 나쁜 놈의 道에 눈을 뜸으로써 거물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 감독이다. 비단 ‘터미네이터’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에이리언2>나 <트루 라이즈> 등에서 선보였던 나쁜 놈들 역시, 나쁜 놈史의 새 장을 열었으면서도, 나쁜 놈의 道를 결코 벗어나지 않은 나쁜 놈들이었다.

근데 여기서 에일리언은 제외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긴 그렇다. 걔를 만든 건 작가 A. E. 반 보그트를 위시한, H. R. 기거, 리들리 스콧 등등인데다 걔는 워낙에 타고난 라이프스타일이 그래먹은 애인지라 애초부터 나쁜 놈으로 분류하기에는 좀 무리가 따르긴 한다. 하지만 퉁쳐서 얘를 후보군에 포함한다 하더라도, <에이리언2>의 수석 나쁜 놈의 영예를 차지하지는 애는 따로 있다. 그는 다름이 아니오라, 에일리언 알이나 새끼를 몰래 반입해 생물학 무기로 팔아먹으려고 아군을 죽이거나 에일리언 숙주로 만들려는 ‘버크’라는 자다. 얘의 나쁜 놈性은 각종 험한 꼴 다 겪은 주인공 ‘리플리’마저도 이러한 극찬을 아끼지 않을 만큼 수준 높은 것이었다. “버크, 넌 에일리언보다도 못해. 에일리언들도 수익률 나부랭이에 미쳐서 동족들을 엿 먹이진 않잖아.”

그렇다. 이 대사를 역으로 변환하면 ‘수익률 나부랭이에 미친 동족들을 엿 먹이기 위해서 에일리언이 되는 인간’이 되는 바, 이것은 그대로 <아바타>의 줄거리가 되고, 따라서 ‘버크’는 <아바타>를 탄생시킨 산파 역할까지 본의 아니게 해낸 예언자적 나쁜 놈이었다 하겠다.

하지만 독창성과 나쁜 놈性의 측면에서 볼 때, 카메론의 작품 중 최고의 나쁜 놈이 등장하는 영화는 <트루 라이즈>다. 그 국적 불명의 아랍애가 그렇게도 나쁜 놈이었냐고? 천만에. 알다시피 걔는 나쁜 놈 축에 제대로 끼지도 못한다. <트루 라이즈>의 나쁜 놈은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 영화에서 진짜로 나빴던 놈은 영화 자체였으니까. 그리고 그 영화 내용 같은 거짓말을 현실에서 낯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 해대는 정부, 언론 등등이었으니까.

그러나 <아바타>의 나쁜 놈들은, 이런 애들에 비해 구구단 1단만큼이나 단순하고 쉽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점이야말로 각종 최첨단 CG기법들을 동원한 이 입체영화를 다분히 평면적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아쉽게도.

하나 한편으론, 제임스 카메론 팬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이해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지금의 시국은 예전처럼 복잡한 나쁜 놈을 만들어내기에는 인간이라는 종족의 폐해가 너무나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시국이기에, 그런 단순한 대결구도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아바타>의 나쁜 놈은, 지금까지 카메론이 만들어낸 나쁜 놈들 중 개체 수에서만큼은 단연 수위를 차지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60억은 그리 적은 수가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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